소재주의,. 약간의 미화가 있을지도. 1 제이슨 토드에게는 누구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알게 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한가지 있다. 인정하진 않았으나 손아래 동생인 팀 드레이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사랑의 표현으로 제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것이 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오직 당사자 외에는 모르고 있었다. 약간의 폭력과 협박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고담의 자경단이 폭력성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희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었다. 다른 배트맨 일가와는 달리 불사를 버린 제이슨이라 할지라도 그러했으니 다른 자경단원은 말할 것도 없을 터, 단 한 사람 팀 드레이크를 제외하고서. 물론 제이슨 역시 처음부터 그의 폭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합당한 폭력에도 참아내지 않을 제이..
"제이슨?" 폭발과 함께 팀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반죽음 상태의 어느 로빈이었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이슨 토드, 실종된 로빈이자 전임 로빈이었다. 팀의 로빈 코스튬은 제이슨이 생각나게 한다는 이후로 팀 때부터 약간 복식을 바꾸었으므로 저 복식을 입은 사람은 딕과 제이슨 밖에 없었다 그리고-, 딕의 로빈시절까지 빠삭하게 기억하고 있는 팀이 보기에 이 아이는, 딕이 아니었다. 남은 건 단 한명 제이슨 토드 밖에 없었다. 미약하게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 상태로 보아 이대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이었기 때문에 팀은 제이슨을 조심스렙게 들어 올렸다. 병원으로 데려가기에 제이슨은 로빈 코스튬을 입고 있..
올려다본 하늘은 우중충한 회색빛으로 묵직한 구름들이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쏟아 내릴 것 같았고, 사방은 칙칙한 건물들이 비뚤빼뚤 자리잡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이 떠난 곳처럼 스산하고 처량해보였다. 거리를 덮는 분위기는 음울해서 그 자리에 선 팀 조차도 그 분위기에 동화될 것만 같았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외눈을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큰 키에 잃어버린 한쪽 눈, 불편해보이는 한쪽다리. 큰 덩치에 두꺼운 워커, 그리고 허벅다리에 위치한 총. 팀은 조금 달라져버린 외모에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제이슨?" 이었다. 마찬가지로 팀을 알아본 제이슨이 잠깐 놀라더니 이내 팀의 손을 낚아채듯 잡고 도망치듯 그 장소를 벗어났다. 가타부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
제이슨 토드에게 딕 그레이슨이라는 존재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제이슨이 첫번째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도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그런 사람. 제이슨이 그리 딕을 기꺼워하지 않았던 것 처럼 딕 역시 슨이를 기껍게 여기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무슨 바람이 들었던 것인지 딕이 제이슨이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고, 그래서 제이슨도 다른 감정을 한 때 품었었다. 사랑, 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이. 딕을 향했던 감정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었을지도 모르고. 과연 그러한 감정이 죽었다 살아난 것으로 이렇게 옅어질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두번째 생의 기억은 차오르는 슬픔과,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시작했다. 그래..
가끔은 커피말고 다른 것을 드셔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티모시 도련님. 노련한 집사가 책상에서 골몰하고 있는 팀에게 평소와 다른 것을 건내며 말했다. 코끝을 찌르는 달달한 내음은 그것이 마시멜로우를 띄운 코코아라는 것을 추측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 가문사람들은 하나같이 달디 단 것을 좋아하므로 팀이 즐겨마시는 커피 외에 자주 내오는 것들 중 하나였다. 물론 팀은 단 코코아보다도 커피를 즐겨마시는 쪽에 속했다. 팀이 커피를 즐겨마시는 데에는 그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도 있지만 잠을 쫓으려는 용도에도 있었다. 물론 팀에게 카페인도 들지 않을 뿐더러 자주 입에 대어 커피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팀은 잠을 쫓기위해 진한 커피를 마시는 일를 좀처럼 그만두지 못했다. 단지 기분상의 이유만으..
954/1247 8월 16일은 제이슨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그 날이 제이슨의 생일이었으나. 그로 인해 제이슨이 기분이 들뜨는 일은 없었다. 단지 생일이라는 이유로 기분이 좋아질만큼 제이슨은 그리 어수룩하지 않았다. 크라임 앨리를 나돌던 시절에도, 웨인저택에 들어와서 로빈이 되었을 때도, 그리고 레드후드가 되어서도 이렇다하게 즐거운 일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제이슨은 제 생일을 특별히 여기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날이 이상한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 안면도 없는 아이가 제 주변을 뱅글 뱅글 맴돌고 있었으니까. 이름이, 조나단 켄트였나. 데미안 녀석의 친구인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별히 데미안 녀석과도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닐텐데. "안녕하세요?" 조그만 녀석이 인사를 건네는데, 제이슨이 그것을 ..
2,454/3,197 팀 드레이크는 영리한 소년이였다. 영리하다는 말은 이치에 밝은 것 뿐만 아니라 이익을 취하는 것에도 눈이 밝다는 소리라는 것을 제이슨은 종종 잊곤했다. 그야 남이보기에 팀 드레이크라는 소년은 그저 고집은 센편이나 총명하고 선량한 소년이었으니까. 브루스와 함께 웨인 엔터에서 일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 브루스를 보필하는 총명한 소년인 동시에 스스로 고담을 지키는 자경단이 되겠노라고 나선 선량한 소년이었다. 물론, 팀의 선한 '욕심'때문에 제이슨은 로빈자리를 빼앗겼으니, 팀을 마냥 좋게 볼 수는 없었으나 어쨌거나 선량한 사람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나 팀도 마냥 선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제이슨의 분노로 인한 일방적인 구타에 대한 보복을 할 정도로 영악한 아이기도 했다. 제..
크라임 앨리 출신인 제이슨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제법 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 제이슨에게 데미안 웨인이라는 존재는 꽤나 위협수준이었다. 마치 맹수와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맹수일지는 몰랐지. 제이슨은 눈 앞에 커다란 호랑이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제이슨도 호랑이라는 생물을 모르는 것도 못본것도 아니었건만 세상에 이따위로 큰 호랑이가 존재하긴 하나? 솔직히 저 덩치에 저 눈매의 호랑이를 보면 당연이 몸이 움츠러 들기 마련이었고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제이슨의 경계에 덩치 큰 호랑이가, tt. 하고 비웃는 것같은 착각이 들어 울컥 했다. 정신차려 제이슨 토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차리면 산다고. 근데 저건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데미안 웨인이잖아? 안될거야 난 ..
1,645/2,151 예능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성장이 빨랐다. 이것은 비단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그러했다. 웨인가의 양자로 들면서 예능계를 10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은퇴한 딕 또한 그러했다. 비록 어린 탓에 관중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시간은 짧았으나 나서부터 서커스단에서 자란 아이가 내면적으로 성숙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어린아이처럼 구는가 하면 놀랄만큼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곤 했다. 그것을 누구보다 옆에서 지켜봐온 웨인저택의 식구들은 딕의 천진난만한 행동에도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일은 적었다. 단 한 사람, 제이슨 토드를 제외하고서. 제이슨 토드, 정확히는 제이슨 토드-웨인은 웨인가의 두번째 양자이자 삼남으로 크라임앨리에서 타이어를 훔치던 것을 발견한..
LOA는 끈질겼다. 제이슨-, 레드후드는 건물 그림자 뒤로 숨었다. 알 굴가가 이끄는 암살자 집단을 제이슨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 뿐만이랴, 제이슨은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교육 또한 받았다. 반쯤 미쳐 죽어가는 제이슨을 탈리아 알 굴이 살려주지 않았는가,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것이 비참한 동정의 한조각일 지라도. 제이슨은 그 동아줄을 잡았고 살아났다. 또한 그곳에서 악착같이 살수의 길을 익혔다. 그러나 제이슨이 스스로 그 집단을 나갈 즈음엔 아무도 그를 잡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레드후드는 숨죽여 자기를 찾고 있을 살수들을 살폈다. 총에 들어있는 탄환의 수, 홀스터에 차고 있는 탄환, 가지고 있는 폭탄의 종류와 그 숫자. 레드 후드는 자신의 장비들을 체크하며, 다가온 그림자를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