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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슨른 온라인 온리전 <Animalistic Pheromone> 참여작 입니다.

커플링은 팀슨(timjay)이고, 수인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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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돌아온 팀의 눈에 든 것은 책상 모서리 끝에 놓인 어떤 편지봉투였다. 비서실을 지나쳐 갈 때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으니 정식으로 들어온 편지는 아닌 듯했다. 젊은 기업인인 팀이 운용하는 기업은 타 기업들의 좋은 먹잇감이었고,  팀은 이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욱 보안에 신경쓰고 있었다. 그런 보안을 뚫고 팀의 책상 위에 편지를 놓아두었다는 것은-… 기업 안에 작은 구멍이 있거나 노련한 자가 다녀갔다는 의미이리라. 전자도 후자도 그냥 넘길수 없는 류의 것이지만 팀은 사람들을 불려들여 힐책하는 것보다는 편지를 확인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빳빳하고 하얀 종이를 접은 방식이나 그 가운데 갈무리를 위해 붙여진 붉은 씰링왁스, 현대에 와서는 자주 쓰지 않지만 초대장이나 청첩장을 보낼때에나 자주 쓰는 방식으로 씰링왁스는  직접 녹여 찍어 누른 것인지 다소 낯선 올빼미 문양을 하고 있었다. 봉투를 집어 뒷면을 살펴보면 유려한 글씨체로 '티모시 잭슨 드레이크님께'라고 적혀 있을 뿐으로 발신인에 대한 정보는 남아있지 않았다. 보통 이런 발신인 불명의 편지는 뜯지 않고 버리는 것이 팀의 일반적인 대처였지만, 봉투에 붙은 씰링왁스에 새겨진 모양이 신경쓰였다. 어쩌면 이 편지는 그가 바라 마지않던 편지일지도 몰랐다.

 

 …뭐 뜯어보면 알 일이었다. 팀은 서랍에서 페이퍼나이프를 꺼내 접합부를 떼어내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편지봉투만큼이나 빳빳하고 고급스러운 카드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나이프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내용물을 꺼내 펼쳤다. '당신을 파워스 클럽으로 초대합니다!' 서두에 적힌 상투적인 문구에 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왔다. 그것이 본제라는 듯 눈에 띄게 큰 문장 뒤로 작은 문장들이 구구절절 이어지고 있었다. 고담의 유력자들만 모인다는 '파워스 클럽'의 초대장을 받은 것인데, 이는 팀이 기다리던 편지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팀은  '파워스 클럽'따위에 초대된 것이 기쁜 게 아니라, 초대하는 방식이 달가웠다. 고담 내 굴지의 기업을 운용하는 팀은 파워스 클럽에 초대될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였고 언제 초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팀은 한차례 파워스클럽으로 초대받은 적이 있었으니 '파워스 클럽' 초대장이 온 것으로 특별한 기쁨을 느끼진 못했다. 팀ㅇ 주목한 것은 이 초대장이 보내진 방식이었다. 이전의 초대장 그러니까 공식적인 파워스클럽의 초대장은 비서실을 통해 전달되었는데, 이 초대장은 책상 위에 올려둠으로 '직접' 팀에게 전달했다. 타인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팀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은 일종의 접선 신호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팀은 누가 자신에게 이런 신호를 보냈는지는 편지 봉투의 씰에서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씰링왁스에서는 보기드문 올빼미 모양을 한 발신인이라면 뻔했다, '올빼미 법정'.

 

 '올빼미 법정'. 고담의 수많은 도시 괴담 중에서도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이어지던 도시전설. 고담의 어디에나 있다는 그 전설은 일반 시민보다도 힘이 있는 부유층에게 좀더 경고성이 짙은 이야기. 전설이 으레 그렇듯 존재하는지 확실한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꾸준히 구전되어 온 점을 볼때 없다고도 확신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 그 단체가 이제 팀의 앞에 꼬리를 드러낸 것이다. 애초에 팀은 이 단체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기업을 세웠으니 당연히 만족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그가 바라마지 않던 편지가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팀은 어떻게 법정의 존재를 확신하고, 왜 그들과 만나는 방법으로 기업을 세우는 것을 택했는가? 하나는 이미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전설을 알고 경험한 바 있으며, 하나는 팀에게 그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팀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고담의 밤을 수호하는 어둠의 기사 역시 처음에는 도시전설에 불과할 뿐이었고, 이제는 팀 역시 '도시 전설'의 일부가 되었으니 '올빼미 법정'도 존재할 법하지 않은가? 또, 팀이 그들과 접선을 원한 이유는-… 단순히 그의 취미 때문이었는데, 도시전설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그의 소소한 취미였다. 이러한 것에 흥미를 두게 된 이유는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팀의 '도시전설'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팀이 아주 어릴적, 아직 쟈넷 드레이크가 팀의 곁에 있었을 즈음. 팀은 고담에 나타난 자경단원을 상당히 좋아하고 있었고 뉴스를 보며 그의 활약상에 눈을 빛내고 있었었다. 티미! 부엌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팀은 소리내어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트맨의 이야기를 조금더 듣고 싶었지만 그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으므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팀! 팀의 대답이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인지 쟈넷이 한번더 팀을 불렀고 팀은 부엌으로 들어서며 대답했다. 네에, 엄마. 저 여기있어요. 팀의 대답과 함께 자넷이 뒤를 돌아보았고 팀과 눈이 마주쳤다. 쨍그랑! 쟈넷의 손이 미끄러져 식기가 개수대 위로 떨어졌다.

 

 …팀? 그녀의 물음에 팀이 다시한번 대답했다. 네, 엄마 왜그러세요? 팀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서면  눈 높이가 제법 높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힐을 신지도 않은 그의 키가 늘어날 리는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면 그가 서둘러 손을 닦아내고 팀을 안아들었다. 오, 팀. 우리 아가. 사뭇 서툰 손길로 팀을 안아 올리는 쟈넷에게 기대어 있으면 종전의 요란한 소리에 잭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쟈넷! 무슨 일 있소!? 부엌으로 뛰어든 잭은 쟈넷과 그의 품에 안긴 팀을 발견하고 눈을 깜박였다. …팀? 팀인게냐? 왜 세삼스레 묻는 아버지의 모습에 팀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오늘따라 부모님의 반응이 이상했다. 오, 세상에. 잭은 두차례 마른 세수를 하고서 툭 내뱉었다.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었어.

 

 쟈넷, 잠시 팀을 바닥에 내려 주겠소? 곧 정신을 차린 잭이 쟈넷에게 부탁하여 팀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잭은 집에 있는 거울을 가져왔다. 거울로 팀을 비추기 전 잭은 당부했다. 팀, 네가 거울 속에서 무엇을 보든 그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그렇게 팀의 앞에 세운 거울에 비추어진 것은 팀이 아닌 왠 커다란 도마뱀이 그곳에 있었다. 딱딱하게 보이는 비늘이나 세로로 길쭉한 동공을 가진, 일반적인 도마뱀 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크기의 도마뱀은 팀을 대신하여 거울에 비춰지고 있었고 그 말인 즉슨 그 커다란 도마뱀이 팀이라는 소리였다.

 

 티모시 잭슨 드레이크, 그건 너의 또 다른 모습이란다. 잭이 말했다. 나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만-… 너의 그 모습은 우리 가문의 내력과 관련이 있단다. 동물의 모습을 할 수 있는 동화책을 읽어본 적 있지? 그게 다른 가정에도 있는 동화책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다. 그건-…아빠의 아버지, 그러니까 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란다. 후에 태어날 수인을 위해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 …팀, 너는 동물의 힘을 가진 수인이란다. 보통 수인들은 외모만으로 어떤 동물의 힘을 가졌는지 알 수 있지만-… 너는 특별해. 팀, 너는 용의 힘을 가진 수인이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팀이 눈을 끔벅였다. 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건 환상의 동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물론 팀의 모습이 현실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용보다야 훨씬 나았다. 정확히는 '드레이크'라는 용종이지. 용종 수인은 특별한 힘을 부릴 수 있다고 들었다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단다, 나는 드레이크 수인의 후손이지만 수인은 아니기에 정확한 능력은 알지 못해. 네가 수인으로 각성하지 않았다면 나는 가문에 전해지는 전설로만 여겼을테니까. 쟈넷과 결혼하기 위해 인사드리러 왔을 때 가족의 전설을 읊어주는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했지. 하지만-… 그 덕분에 네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었구나. 

 

 그렇게 말한 잭은 팀에게 한 낡은 열쇠를 주었다. 네게 이것을 주마. 원래는 네가 결혼할 즈음에 물려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네가 수인으로 각성했으니 네게 더 필요할 테지. 너도 알다시피 그건 우리 안쪽 서재의 열쇠고 그 서재 안에는 수인과 관련된 자료들이 있단다. 내가 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네게 설명해주겠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곳을 이용하렴. 팀은 그날 잭에게서 서재의 열쇠를 받게 되었고 그 서재는 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말로만 듣던 도시전설, 그리고 제가 그 중에 하나라니 제 아무리 배트맨이라도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서재 안은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고 팀은 제 몸에 일어난 변화를 알기 위해 책을 읽으며 도시전설에 흥미를 두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만큼 많은 정보들이 있었지만 현대에 올수록 그 정보가 줄어들었다. 지금에 들어서는 도시전설로나 치부되었고, '드레이크'를 이은 사람들은 차선으로 도시전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랜 도시괴담 중에 하나인 올빼미 법정에 대한 것 또한 흘러들어왔고 그 기원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빼미법정이 수인과 관계 있었다는 가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모임이 '올빼미 법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가설이었이었지만 제법 그럴 듯했다. 올빼미 법정과 탈론. 모두 올빼미 수인으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후 팀은 도시전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정도 정보를 모았다고 생각했을 때 팀은 법정이 가진 정보가 탐이났다. 수인의 내력만큼이나 오래된 법정의 내력과 수인과 관련되었다는 가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리에 속할 필요가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올빼미법정은 고담의 나은 미래를 위해 유력가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전설을 표방했고, 이것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수면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폐쇠적인 집단은 이로 인해 더욱 섞여들기 힘든 단체가 되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유입이 필요했고 그들은 그들과 함께할 후보군을 모으기 위한 만남의 장이 필요했다. '파워스 클럽', 고담의 유명인사들을 모아 부르는 그 클럽은 법정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곳에 참가한다고 반드시 법정과 만나는 것은 아니기에 팀은 적당히 힘을 불리며 올빼미 법정이 접근하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성공했다.

 

 초대장에 기록된 날짜는 그리 여유롭지 못했지만, 여러 상황에 대비하여 여벌의 파티정장을 구비해 둔 팀에게는 별달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파티에 쓸 '가면' 만큼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가면 무도회가 그리 자주 있지 않는 만큼 미리 구비해두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익명성을 위한 마스크를 주문제작한다는 가면 안의 얼굴이 누구인지 알리는 꼴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제 가면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었고 팀은 기성품을 사야했다. 접선을 위한 용품이니 비서들에게 부탁할 수는 없는 관계로 팀은 곧바로 나가 준비하기로 했다. 기성품을 골라야하니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종류를 사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했으니까.

 

 

"얘들아, 이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

 

 제 마음에 든 가면을 구입한 팀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게를 나섰을 때 외진 곳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직 날이 밝았지만 곧 해가 질 시기였으므로 이런 뒷골목은 위험한 장소였다. 아이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다가가 말을 걸면 아이들이 팀을 돌아보았다. 고개돌린 아이들 사이로 상처입은 새끼 여우가 바닥에 쓰러진 것이 보였다. 순간 아이들이 새끼 여우를 괴롭혔던걸까 의심했지만 그들의 손이 깨끗한 것과 상처의 모양을 볼때 아이들의 힘으로 낼 수 있는 상처가 아님을 보고 경계를 늦추었다.

 

 다가가 여우를 살피면 더 처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쌔액쌔액 숨만 겨우 쉬고 있는 붉은 여우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상처가 심한 것을 별개로 인간에 둘러싸여있으면 무릇 야생동물이라면 긴장은 하고 있기 마련인데 이 새끼 여우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들이 제게 아무 해도 입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팀이 여우의 상태를 보기 위해 손을 뻗었을때는 긴장하는 것을 보아 경계할 정도의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과는 달리 덩치가 큰 팀이 다가오니 경계하는 모양인데 섣불리 손을 뻗었다간 극한에 몰린 새끼 여우가 저를 물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혹시 형이 도와줄거예요?"

 

 팀이 여우에 관심을 가지기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 중 하나가 물었다. 아기 여우가 너무 아파보이는데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도와주실수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은 새끼 여우가 걱정되어 귀가하지 못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팀은 사람좋은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내게 맡기고 돌아갈래? 곧 해도 질거고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이 한번더 고개 숙여 팀에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여우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고 하는 것이 퍽 순수해보였다.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팀이 다시 여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우를 데려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여우가 절 공격할지도 모르지만, 팀에겐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으니 어렵지 않게 데려갈 수 있었다.

 

 팀이 주목한 것은 이 새끼 여우가 단순히 여우가 아닌, 수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여우의 반응이 일반적인 여우와 다른 것과는 별개로 팀은 여우를 눈에 담은 순간 이것이 '여우'가 아닌 '여우수인'임을 한순간에 알아보았다. 이게 상위포식자인 팀이라서 깨달은 것인지 수인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인인 이상 그냥 두고볼 수는 없었다. 수인임을 알고 핍박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탈출을 위해 얻은 상처? 그게 아니면 다른 술수가 있었나? 여러가지 가능성이 머리에 스쳤으나 아이를 두고 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팀은 제가 처음으로 각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갑자기 괴물이 된 팀을 사랑해주었고 받아들여주었다. 막막하고 두려울때 누군가 의지가 될만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큰 힘이 되었다. 마침 팀은 어린 수인 한 명 정도는 돌볼 여력이 되었고, 이 어린 수인이게 그런 버팀목이 되어주기로 했다. 무작정 그를 안아드는 대신 쪼그려 앉아 그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그래도 내려다 보는 것은 다르지 않았지만 서있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안녕? 난 팀이야."

 

 난 너를 데려가 돌봐주려하는데 네게 손을 대어도 괜찮겠니? 팀의 물음에 여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가늘게 뜬 눈이 팀을 응시하다 조용히 바닥에 늘어졌다. 팀은 외투를 벗어 여우를 감싸고 조심스레 안아들면 찬 공기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팀의 몸을 쓸었다. 차가움에 몸을 한번 바르르 떤 팀이 안정되게 여우를 안아들었다. 밤의 고담이 위험한 건 팀에게도 마찬가지 였으므로 서둘러 발걸음울 옮겼다. 팀이 여우를 데려간 것은 팀의 집으로 팀이 간간히 묵기 위해 구비해둔 방이 아닌 쟈넷 드레이크와 잭 드레이크의 추억이 깃든 집이었다. 낯선이를 잘 들이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아무쪼록 상처입은 어린 여우가 이곳에서 따뜻함을 느끼길 바랐다.

 

"어서오거라, 오늘은 일찍 왔구나?"

 

"준비해둘게 있어서 조금 빨리 나왔어요"

 

 집 안에 들어서자 주방에서 잭이 걸어나와 팀을 반겼다. 잭은 쟈넷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종종 부엌에서 요리를 하곤 했다. 팀이 기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그들이 일할 필요가 없게되어 집안에서 지내는 잭의 소일거리기도 했다. 팀을 반긴 잭은 팀의 품안에 있는 것에 눈이 향했고 팀은 조심스레 몸에서 떼어내어 상처입은 여우를 보여주었다.

 

"이건-… 어린 수인이구나. 게다가 상처투성이야."

 

"뒷골목에서 발견했어요, 상처가 심해서 데려왔어요."

 

 병원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병원이나 동물병원이나 어디든 애매할거 같아서 데려왔어요. 골목에 있는 걸 봐서 달리 돌아갈 곳이 있어보이지도 않아서 데려왔는데, 혹시 안돼나요? 팀이 조심스레 물으면 잭이 가로저었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행동은 책망할 일이 아니지. 네가 돌보기로 결심하고 데려왔다면 이견은 없다만 괜찮겠니? 네가 공을 들이고 있던 일이 있잖니. 그들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어. 네가 데려온걸 지켜봤을지도 모른다.

 

 아직 접선 연락이 온 것 밖에 없어요. 보았다고해도 여우 한마리 거둬가는 것이 무엇이 문제겠어요? 딱히 그들의 사상에 반하는 행동도 아니니 크게 문제 없을 거예요. 잭의 걱정에 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리고 상처입은 어린 수인을 돌볼 여력 정도는 있으니까요. 이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난 건 무슨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으마."

 

 우선 아이의 치료부터 하는 것이 좋겠지. 도와줄까? 아뇨, 치료는 제가 할게요. 아버지는 이 애가 쓸만한 담요를 준비해주시겠어요? 아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익숙한 제가 하는게 나을것 같아서요. 그래 낯선 사람이 공연히 늘어나는 것보다는 데려온 네가 조금이라도 안심되겠지. 그래도 조심하렴 짐승화가 되면 야성이 강해지는 건 너도 알고 있지? 특히나 제 감정이 제어되지 않는 어린 수인은 그게 더 심할 거란다. 네가 아이를 돕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네가 상처입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 부디 다치지 않게 조심하렴. 잭의 당부에 팀이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아버지. 잭이 팀의 방에서 나서면 팀이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솜털이 살짝 곤두서 있는 것을 보니 낯선 곳이라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널 치료할거야, 상처가 심해서 아플거야."

 

 아이가 편히 여기길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그것은 팀과 잭이 차차 쥐어줄 것이었다. 팀은 부러 응급 상자를 아이의 앞에 가져와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심한지 제법 아플텐데도 우는 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아이의 부담을 최소로 하도록 조심스레 치료를 진행했다.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로 꼼꼼히 감았다. 치료가 끝난 팀은 한숨을 내쉬었다. 잭은 모르지만 팀은 치료에 제법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젊은 사장을 고깝게 보는 무리가 있었고, 갑자기 나타나 저를 위협하는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팀이 금방 꼬리를 말고 도망치도록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팀은 자료를 모아 역관광을 시켜주어 이제는 아무도 건들이지 않지만 그동안의 경험이 팀으로 하여금 폭력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또, 팀을 시기질투하는 시선 외에도 지켜보는 시선도 있었다. 팀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기삿거리를 찾는 파파라치들. 팀이 행여 폭력행사당했다는 기사를 보아도 곤란하니 숨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물론 기자들 외에 시선도 느껴본 바 있지만 지켜보는데 그치는데다 얼마전부터 사라졌었다, 이후 온 편지를 볼때 그 시선의 출처가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었는데-… 그게 그들의 시선이라면 아이의 존재는 더더욱 모를 것이다. 오늘은 그들이 팀을 좇지 않았으므로.

 

치료를 마친 팀이 손을 떼면 새끼 여우가 몸을 웅크려뜨렸다. 몸의 절반을 붕대로 둘둘 감고있는 꼴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치료는 끝났어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붕대를 가려야겠지만, 일단 처치는 끝냈어. 꽤 아팠을 텐데 잘 견뎌줘서 고마워. 팀의 말에도 여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든 걸까? 하기엔 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잠든 것 같지는 않았다. 잭이 가져온 부드러운 천으로 채운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두고 새끼여우를 올려놓았다. 작은 몸을 꼼질여 자리잡은 걸 본 팀이 조금 떨어진 곳에 마주앉았다.

 

"난 네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걸 알아."

 

 네가 평범한 여우가 아니라는 것도, 첫눈에 알아 보았지. 네가 나와 같은 수인이라는 걸 말이야. 내게 묻고 싶은 건 없니? 가령 네 모습에 관해서라든가 수인에 관한 것이라든가. 내가 너라면 꽤 많을 거 같은데, 내가 처음 수인화 했을때는 무척 당황했거든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고 싶었고.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나는 꽤 많은 걸 알고 있단다, 수인과 관련된 걸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취미거든. 정확히는 도시전설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거지만 말이야. 들어본적 있니? 올빼미 법정이라던가 배트맨이라던가.

 

 쫑긋, 팀이 뱉은 배트맨이라는 말에 여우가 반응했다. 팀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배트맨을 좋아하니? 나도 꽤 좋아한단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배트맨과 같이 활동하는 보이원더-로빈을 가장 좋아해. 알고 있니? 지금의 로빈은 사실 2대째야. 코스튬이 똑같고 활동기간이 짧아 다들 잘 모르긴 하지만 말이야. …다만 배트맨은 지금 로빈과 함께 활동하지 않아. 어쩌면 로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지. 팀은 몇년 전에 실린 기사를 떠올렸다. 브루스 웨인의 양자, 제이슨 토드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수인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도 배트맨에 관한 관심 또한 꺼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배트맨 역시 도시전설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그에 대해 알아보는 것 관한 거리낌도 사라졌다. 팀의 개인적인 추리에 의하면 배트맨은 고담의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이었고 역대 로빈들은 그들의 양자였던 딕 그레이슨과 제이슨 토드였다. 제이슨의 사망소식과 함께 로빈이 사라진 것도 그의 추리에 힘을 보태주었다. 팀은 서재 한켠에 있는 제이슨 토드의 사진을 떠올리다 떨쳐내며 말했다. 나는 1대 로빈도 2대 로빈도 꽤 좋아해, 너는 어떻니?

 

"…컁"

 

 팀의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새끼 여우가 힘겹게 소리내어 울었다. 어린 여우수인 역시 팀과 마찬가지로 배트맨과 로빈, 다이나믹 듀오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배트맨을 아는 것을 보면 고담 출신일까? 같은 취미나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를 만나는 것은 귀한 일이니 당장에라도 팀이 좋아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수 없이 나누고 싶다가도 붕대로 똘똘 감긴 그 모습을 보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들이 쑥하니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담요 위에 누워있는 폼이 팀이 놓아둔 것과 조금 달랐다. 자리가 불편해서 자세를 바꾼 것인지, 관심사가 같은 팀에게 경계를 늦추어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수인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네가 날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 이곳으로 데려와 널 치료해주었지만 그게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진 않지. 너를 내 구역에 데려왔다는 것도 어느정도 부담이 될거야, 네겐 적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순수하게 호의로 너를 데려온 것이지만-…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믿기엔 고담이라는 곳이 썩 녹록치 않고. 또, 네가 물어보는 것 조차 내게 넘겨주는 어떠한 정보가 되니 궁금한게 있어도 섣불리 물을 수 없을거고. 현 상황이 익숙지 않을 너를 돕고싶은 나로선 답답한 일이겠지만 강요도 할 수 없는일이지. 믿으라고 믿어지는 것이 아니잖니? 그런 네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지, 네가 나를 믿을 수 있게끔 나를 보여주는 일과 네가 알아야할 것들을 알려주는 것. 혹 너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로선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네가 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즈음에, 소리를 내어주겠니?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면 통성명 정도일까?"

 

 나는 네게 이름을 밝히긴 했지만, 난 아직 네 이름을 모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네게 이름을 밝혀달라고도 할 수 없지. 이름은 아주 중요한 정보 중에 하나이니까. 그러니, 네가 네 이름을 밝히기 전까지 부를 호칭이 필요해. 이 집에 너와 나만 산다면 모를까, 아버지도 계시니 계속 너라고 부를 수도 없고. 호칭은 내가 정하겠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표현해줘. 고개를 가로젓는다든지 꼬리를 흔든다든지의 방법으로 말이야. 어린 여우수인이 꼬리를 까닥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하는 것을 확인한 팀이 고맙다고 인사하며 아이의 모습을 살폈다. 연상하기 쉽게 아이가 가진 특징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이의 모습을 따라 '폭스'라고 지어도 좋겠지만 이미 관련 유명인이 존재하는데다 포용 범위가 넓었다. 마찬가지로 털색이나 눈 색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도 애매하겠지.

 

"오. 그러고보니 너는 조금 특이한 색을 하고 있구나, 그 사람과 닮았어."

 

 아이의 호칭을 정하기 위해 아이를 샅샅이 살피던 팀은 아이의 가진 눈색에 주목했다. 푸른색 눈은 여우로서는 드문 특징이었지만 인간의 눈색으로는 그리 특이한 편이 아니었다. 그저 푸르기만 했다면 팀도 주목하지 않았겠지. 어린 여우수인은 푸른 눈동자에 녹색빛을 살짝 머금고 있었는데, 그게 상당히 잘 어우러져 시선이 가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눈동자를 팀은 예전에 한번 본 바가 있었다. 배트맨에 대한 정보만 숨긴다면 아이에게 말해주어도 상관없겠다 싶어 팀이 말을 꺼내었다. 너도 고담 출신이라면 알지? 억만장자 바람둥이 브루스 웨인을 말이야. 그가 한때 입양하려고 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나도 한번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거든 그 때 참 매력적인 눈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너도 그런 색을 하고 있구나. …마침 그 애의 성도 여우를 뜻하는 '토드(Todd)'였고, 그 애의 이름을 따 "제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니? 팀의 명명에 어린 여우수인이 그 푸르른 눈으로 팀을 마주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가 했더니, 곧 그렇게 하라며 꼬리를 까딱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어린 여우수인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던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닌듯 하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제이, 다시한번 소개하자면 난 팀 드레이크야."

 

 풀 네임은 티모시 잭슨 드레이크. 고담에서 괜찮은 기업하나를 운영하고 있고, 종은 다르지만 너와 같은 수인이야. 고담의 차세대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고, 언젠가 웨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는게 기업으로서의 목표지. 의류산업과 통신사업을 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사업확장까지도 생각하고 있단다. 어머님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나 이렇게 둘이서 살고 있어, 제이까지 합치면 이제 셋이려나? 난 부계 유전으로 수인이 되었지만 내 아버지는 수인은 아니셔, 다만 수인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 우리집은 대대로 수인 유전자가 포함되어있었지만 몇 대동안 수인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내가 나타난거야. 서재를 처리하시려던 것도 내가 나타나 그만두셨지.

 

 수인들은 기본적으로 모태가 되는 동물의 이름 따와 성으로 쓰고 있었어. 성씨가 동물이라면 수인이 아닌가 의심해볼 정도이지. 수인이 사라지게 된건 수인들이 인간세계에 녹아들면서 혼혈을 만들고 그 힘이 열화되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타당한 가설로 여겨지고 있어. 또한 수인들인 일반인에 비해 힘이 세거나 민첩하다고 해, 때로는 야성이 발달한 사람들도 있고 가끔은 그 동물들의 빼어난 능력을 가지게 되는 일도 더러 있지. 나는 수인들 중에서도 그 힘을 강력하게 영향받은 케이스 이기도 해. 독자적인 정보에 따르면 이러한 능력은 훈련 같은 것으로 키울 수도 있다고 해.

 

 …사실 난 수인들 중에서도 특별한 편에 속한단다. 아까 말했지 수인은 '기본적'으로 모태가 되는 동물을 성씨로 가진다고. 그렇지만 난 '드레이크'여도 숫오리 수인은 아니거든. 정확히는 동명의 다른 존재야. 비늘을 가진 파충류에 가깝지. 외견이 흉물스럽거나 공포스러운 경우는 나 같은 곁우처럼 동명의 다른 존재에 숨거나 다른 성으로 본모습을 숨기기도 한다고 해. 본래라면 네게도 숨기는 게 맞겠지만… 너는 어쩐지 비밀을 지켜줄 것 같으니까. 원한다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너는 아직 어린 수인에 많이 약해진 상태이니 날 보고 패닉에 빠질 수도 있으니 네 상처가 다 아물고 그때라도 보고 싶어진다면 말해주렴. 그 외에 네가 알 것이라고 한다면 외부인에겐 스스로가 수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게 좋다는 것 정도일까. 수인의 개체가 확 줄어서 소수가 된 것도 있고, 아무래도 그런 사실을 들켰다간 팔려갈지도 모르니까. 지금도 암암리에 수인이 판매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고. 아무래도 그런 곳은 배후에 큰 조직과 연결되어 있고하니까 나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거든. 적어도 내가 아는 수인들에게는 이 사실을 전하고 있어. 수인이라는 사실이 들키면 나 조차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부디 네가 우릴 떠나는 선택을 하더라도 그 점은 마음에 새겨주었으면 해.

 

흠, 알아둬야 할 건 이정도가 전부야. 무언가 생각난다면 덧붙이겠지만…아, 곧 식사시간이 되어가는데 어쩌고 싶니? 식사는 챙기는 것이 회복에 좋지만, 먹고 싶지 않다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니까. 팀의 질문에 눈을 깜박이더니 제 발 위에 얼굴을 묻었다. 조금더 쉬고싶다는 의미리라. 아이의 뜻을 존중한 팀이 조심스레 물러서서 일어서면, 어린 여우는 귀만 조금 까딱일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뒤로하고 방 밖으로 나온 팀은 잭이 기다리고 있을 식탁으로 향했다. 

 

 아랫층으로 내려가 식탁에 서면 잭이 기량을 뽐낸 요리들이 식탁을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나 먹을 수 없다니까요. 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설핏 웃으며 말을 하면, 마침 따뜻하게 데운 스튜를 꺼내오던 잭이 말했다. 이제는 입이 하나 더 늘었으니 가능하지 않겠니? 그러고 보니 혼자 내려왔어? 상태가 많이 안좋아? 치료는 잘 끝났어요, 상처가 심하긴 하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요. 다만 더 쉬고싶다 기에 방에 둔 채로 내려왔어요. 회복을 위해서는 편히 쉬는 게 중요한데 아무리 은인이라고 한들 낯선 사람이 곁에 있는게 편할리가 없으니까. 그렇담 네가 올라갈 즈음 쉽게 먹을 거리를 챙겨주마. 배가 고플지도 모르지 않니. 그정도는 괜찮겠지? …그거야 뭐어. 괜찮을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제 방으로 올라온 팀이 제 방문을 두드렸다. 제 방문을 두드린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긴 하나 안에 있을 어린 수인을 생각하면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쉬고자 했으나 낯선이의 집에서 쉽게 잠들리 만무했다. 기감이 예민해진 탓에 팀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을테니 놀라지야 않겠지만, 말없이 문을 여는 것보다 나으리라. 문을 열고 조심히 들어서면 눈을 감고 있던 어린 여우가 반짝, 눈을 떴다. 눈에 졸음이 없는 것을 보아 역시 잠이 든것은 아닌 모양으로 팀인 잭의 권유에 따라 가져온 스튜를 꺼내보이며 말했다. 아버지가 너도 먹으라고 스튜를 끓여다 주셨어. 네가 먹기 좋을 정도인데, 먹겠니?

 

 앞 서 선언한대로 팀은 아이를 최선을 다해 돌보았다. 타인을 돌보는 것이 서툴러 어린 수인 역시 고생을 해야했지만 그래도 그의 정성을 알기라도 하듯 아이는 빠르게 회복했다.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제 몸이 뉘인 바구니에서 벗어나는 것 조차 힘겨웠던 어린 수인은 곧 팀의 방안을 헤집고 다녔다. 어린 수인 답게 호기심이 강했음에도 그 동안은 부상과 경계심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풀고 다니는 듯 종횡무진하는 어린 수인은 간간히 팀의 물건을 엎지르는 일을 벌이곤 했으나 그 방주인인 팀 역시 만만찮게 그런 일을 벌이는 터라 아이를 탓할 수 없었다.

 

 단 둘뿐인 드레이크 저택에 어린 수인이 함께 살게 되면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식사 시간과 팀의 방 안이었다. 회사의 얼굴이 되는 집무실이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으나 팀의 방은 자료 조사를 위한 책더미들과 팀이 벗어낸 허물들이 자리했으며 독립심이 강한 탓에 잭이 제 방에 들어오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아 '좀' 어질러진 편에 속했는데 방을 공유하는 어린 수인의 성미가 깔끔해 덩달아 깔끔해질 수 밖에 없었다. 팀이 뭐 하나 방치해두면 그가 치울때까지 컁컁 울어대는 통에 안할 수도 없었다. 팀이 집중하느라 못듣는 날엔 날랜 몸을 이용해 스스로 정리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가장 반가워하는 것은 집안일을 전담하는 잭이었고, 잭은 어린 수인을 가리켜 복덩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는 아이의 외견이었다. 동물로서의 성장이야 인간을 따라가니 그리 극적이지야 않겠지만, 어린 여우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수인이 적고 인간이 훨씬 많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데다, 수인의 모습으로 고담시를 돌아다니기라도 하는 날엔 동물원에서 탈주한 동물로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 물론 팀은 아이가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끝까지 보살필테지만…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지 않는 지 걱정이 되었다. 단순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트라우마나 다른 어떤 문제있다고 한다면 팀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었으므로. 이번 건만 끝나면 아이에 대해 좀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느끼며 옷을 갈무리할 무렵 책상 위에서 툭 하니 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어느새 책상위로 올라간 제이가 팀이 올려둔 가면을 주둥이로 톡 톡 건들고 있었다.

 

"제이, 이게 뭔지 궁금해?"

 

 어린 수인은 팀과 함께 살면서도 팀에게 궁금해 하는 것이 없었기에 팀과 관련한 궁금증을 보이는 것이 퍽 기꺼웠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자세히 설명해줄 텐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늘 가면 무도회가 열리거든, 그 때 쓸 가면이야. 그러고보니 너도 봤던가? 왜, 내가 널 데려온 집으로 데려온 그날, 그 때 구했던 가면이거든. …현대에 와선 거의 쓰이지 않지만 부유층들이 벌이는 자선 무도회에서 간간히 하기도 해. 가장 무도회라고 해도 미리 사람을 시켜 누가 어떤 가면을 썼는지 알아보기 때문에 익명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말이야. 난 그런게 싫어서 직접 스스로 구하고 다닌 거긴 하지만 낯선 가면이 보인다면 그게 나 인것을 알테니 의미없는 짓이긴 해. 결국 들킬지라도 남에게 내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싫어서.

 

 꽤 흥미가 동했는지 팀이 무슨 이야길 할때마다 흥미없다는 듯 다리에 얼굴을 묻던 어린 수인이 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팀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제 무릎에 앉혀놓고 더 이야기해주고 싶었으나 슬슬 나갈 시간이었다. 어린 수인 옆에 놓인 가면을 집어들었다. 마음 같아선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슬슬 나갈 시간이어서, 밖에서 기사가 대기하고 있을거야. 이후 이야기는 다녀와서 이야기해도 되겠니? 팀의 말에 어린 여우수인이 짧게 울었다. 컁. 팀에게 수인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은 없었지만…그건이 긍정이라는 것 만큼을 알아챘다. 다녀올게.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서면 문너머로 꼿꼿히 서있던 어린 수인이 다시 몸을 엎드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방안을 쏘다니고 있긴 하지만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니 저리 쉬어주는 것이 좋으리라. 팀은 제이와, 잭을 뒤로하고 집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 몸을 맡겼다. 이 차가 팀을 파워스클럽까지 이끌어주리라.

 

 

 

 파티장 내부는 팀이 상상했던대로였다. 화려한 샹들리에나 고급스러워보이는 식탁보, 내벽, 타일바닥. 모두가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워보여 상류층의 것임을 넌지시 알려부담을 주는 느낌은 썩 달갑지 않았다. 홀에는 테이블 위에 핑거푸드가 자리하고 있었고 손님들을 사이사이를 지나는 종업원들이 그들에게 와인을 전해주고 있었다. 마침 팀은 그에게 건네지는 와인잔을 거절한 참이었다. 와인 대신 논 알콜 음료를 마시며 분위기를 살폈다.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이미 서로서로 아는 사이인지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부인사나 요즘 이슈거리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팀에게는 그닥 쓸데없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홀에 서서 적당히 사람들을 상대하며 살펴본바 예상했던대로 클럽원 전체가 법정과 관련되어 있지 않았고 소수의 인원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은 차기 법정 후보자인 팀을 조금씩 살피고 있었다. 아주 은밀해서 일반인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수인인 탓에 야생의 감이 발달한 팀에게는 모두 잡히는 움직임 들이었다. 또 법정과 관련된 것은 클럽원 뿐만이 아니었다. 접시와 와인잔을 나르는 종업원들 몇몇 역시 절제된 움직임을 보였다. 그저 뒷세계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그런 것일수도 있으나 그저 뒷세계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꺼림직한 면이 있었다 상류층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정갈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던가.

 

 관찰을 마친 팀이 조용히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살펴질대로 살펴졌고 몇몇은 직접와 묻기도 했지만 잘 무마시킨 팀은 슬슬 법정과 이 파티의 사람들의 관심이 제게서 멀어진 것을 확인했다. 파티에 그다지 흥미없는 기색을 보였으니 팀이 이 자리에서 사라져도 대충 집에 돌아갔겠거니하고 여길 것이다. 눈치채지 못하게 홀에서 빠져나간 팀은 감시인원과 카메라를 피해 건물 내부를 살폈다. 통통 벽을 두드렸을때 빈 소리가 들렸으니 분명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특별한 장소가 있음을 확신했다. 때마침 통로가 없는 길을 통하여 걸어나오는 종업원을 확인한 팀은 몰래 그 곳을 통하여 안으로 접근했다. 다른 건물 내부와 크게 차이없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길을 잘못들었겠거니 하고 여기리라. 그러나 좀더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면 보이는 하얀 가면들이나 고담의 역사적인 순간이 찍힌 사진들이 액자에 걸린 것 하며, 고담의 랜드마크 조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군사, 정치, 경제 그와 관련된 건물들이 곳에 장식되어있다는 말은 그 건물이 법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가 사는 고담이 이렇게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지만 팀의 관심사또한 그것이 아니었다. 

 

 오랜 경험에 의하면 팀이 찾는 벽화 같은 것은 좀더 오래되고 은밀한 곳에 있었다. 팀은 이곳의 장치들을 풀어나가 좀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좀더 어두운 곳,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곳에 도착하자 벽면을 가득채운 벽화들이 눈에 보였다. 팀이 찾던 것이리라. 법정의 내부에 자리한 만큼 법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벽화로 담아내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들 사이에도 수인이 섞여 있었는데, 그림으로 추정컨대 밤에 활동하는 맹금류 올빼미 수인으로 추정되었다. …그래서 이름을 올빼미 법정이라고 한걸까? 팀은 제 눈에 들어온 벽화를 머리에 새겨두며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을 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야이거야, 귀한 손님이 오셨군."

 

 별안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잔뜩 경계를 올리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아보았다. 소리가 들린것은 벽화의 뒷편 빈 우리로 보이는 곳이었다. 철창너머 벽에 기대듯 서있는 장년은 사뭇 지쳐보이는 행색을 하고 있었다. 요요히 빛나는 노란 눈동자가 팀과 마주하지 빙글 웃으며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뱀인가? 아니 그보다 위험해, 파충류 계통인건 확실한데-… 좀더 강대한, 그래 마치 용 같은 기운이야. …어리석기 짝이없어. 날지도 못하는 것들이 '용'을 이리로 불러들였군?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해쳐지는 건 꽤 불쾌한데-…."

 

 팀은 자신을 진실에 가깝게 파악한 이에 놀란것을 뒤로 하며 짐짓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 그야 양손을 들어올리며 투항의사를 표하며 말했다. 미안, 미안해.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온 사람은 오랜만이라 조금 흥분했지뭐야. 그것도 명맥이 끊겼으리라고 생각한 수인이 이곳에 스스로 발을 딛였으니까. 그저 사람이 반가운 늙은이의 주책이라고 생각해줘.

 

"…얼굴은 그리 나이들어보이지 않는데."

 

"그런가? 으하하하… 사과의 의미로는 뭣하지만 나에게 대해서 말해줄테니 퉁쳐주는 것은 어때?"

 

 올빼미 법정에 대해선 알고있나? 뭐 고담의 도시전설이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겠다만은, 네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그보다 더 알고 있는 것이 있어서겠지? 벽화에 관심을 보이던데 고담에 남은 벽화를 보고 이곳까지 찾아온 거겠지. 난 네가 본 벽화의 올빼미 인간이자 법정의 초대 탈론들 중 하나야. 정확히는 올빼미 수인이라는 게 맞겠지. 고담에 왜 수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남아있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수인에 대해 믿지 않지. 이정도 정보량이면 믿는 사람이 많아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말이야. …그건 현 법정의 인간들이 수인의 존재를 숨겼기 때문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한적 없나? 왜 수인들은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살게되었을까? 그리고 왜 수인들은 인간에게 제 모습을 숨겼을까? 그 해답은 고담에 있네. 고담시는 원래 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던 곳이었어. 기름진 땅에 인간과 동물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고담을 노리는 자들이 늘어났고 인간과 함께 살던 수인들은 이 땅을 지켜야했어. 그들은 인간이 활동하는 낮보다는 잠들어있는 저녁때를 노렸지. 하지만 그 시간대는 밤을 활동시간대로 하는 야행성 수인들에겐 딱 좋은 시간이었어. 우리 올빼미들과 소수의 박쥐들이 고담의 밤을 지켜나갔지. 도시전설로 남아있는 배트맨의 이야기도 이게 그 시초야. 게릴라 방식으로 결속하던 박쥐들과 달리 우리는 인간과 힘을 합쳐야한다고 생각했어. 고담을 지키기 위해선 단순히 무력 뿐만 아니라 다른 힘또한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지. 낮에 활동하는 인간들을 올빼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밤에 철퇴를 내리는 우리를 탈론이라고 이름 붙였지.

 

 그게 법정의 기원이야. 하지만 점차 수인으로서의 피가 옅어지면서 우리도 또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렇게 훈련은 칼날들이 생겨났지. 우린 그들도 탈론으로서 받아들였어. 조금씩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지. 그러던 어느날-…한 목소리가 말했지. 이땅에 더이상 수인은 필요없다고. 수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도 인간으로 태어났고 동물의 모습을 가진 반쪽짜리는 인간에게 두려움의 존재만 된다면서. 수인의 혈동이 섞이지 않은 이들을 수인 가문에 집어넣어가며 수인들을 희석 시키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없앴어. 수인과 관련된 책을 보았다고 했나? 그 작가는 아마 법정에서 사형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애초에 칩입자를 죽이는 자경단에서 시작됬으니 법정의 판결은 사형밖에 없지.

 

난 내 파트너의 후손에게 도움을 받아 불멸이 되었지만, 그 애는 죽고 말았어. 내게 사실을 들은 그는 지금의 법정을 바꿀필요가 있다고 움직이다 죽었지. 나만 혼자남아 수인의 판별을 맡았어. 수인은 수인들끼리 알아볼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걸 하지 않으니 여기에 쳐박아둔거야. 불멸의 기술때문에 죽진 않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곳에 혼자있으려니 미칠 노릇이었지.

 

"그래서 당신은 내게 복수를 바라나?"

 

 아니, 아니 그럴리가. 솔직히 너무 오래 시간이 흘러버렸어, 지금의 난 지친 노인네에 지나지 않아.원망도 유통기한이 있는 셈이지. 난 네가 좋은 리더의 재목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곳까지 찾아온 능력이라면 필시 무엇을 하든 이루겠지. 용의 후손이라는 것도 더할나위없는 브랜드이기도하고. 나이가 들면 묫자리를 찾는 법이야, 난 그만 쉬고 싶고-… 너라면 날 좋은 묫자리로 인도해줄거 같거든. 늙어보이지 않는다고 했나? 네가 보듯이 나의 몸은 한창일 때야 그만큼-…강력하다는 거지. 그러니 내 힘이 필요하다면 나를 불러라. 법정의 새로운 목소리의 부름을 기대하지.

 

 그는 그것으로 말을 끝맺었고 팀 역시 벽화를 충분히 둘러본 상태라 더이상 이곳의 볼일은 없었다. 다시금 사람들 몰래 파티장에 들어온 그는 언제 자리를 비웠냐는 듯 능청을 부렸다. 조금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파티가 슬슬 파하는 분위기가 되어 팀 역시 몇몇 사람들에게 섞여나왔다. 법정의 볼일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참가해 볼 의사가 있던 파티였으나, 잠깐동안 참여해 본 바 별 영양가 없는 모임에 가까웠다. 두번은 참가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법정에 대한 관심 역시 어느정도 소강된 상태였다. 깊은 곳에서 발견한 '탈론'은 팀이 언제든 다시 찾아와주길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팀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팀에게는 그런것들 보다 소중한 것이 있었으니까. …아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 어린 수인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린 아이 하나 정도는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올빼미 법정의 관심은 집요했다. 그곳에서 초대장을 보내온 만큼 법정의 일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파티에서 접근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팀은 그때마다 모르는 척 철벽을 쳤고 그들도 미련없이 떠난 걸 보아 그대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파티 이후 다시 팀을 쫓는 시선이 생겨났다. 물론 법정에서 다가온 것이라 영입건을 철회하더라도 당분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팀의 예정보다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고 이것이 예민한 기질의 팀의 신경에 거슬렸다.

 

 되돌아보아도 그들이 팀에게 이렇게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팀은 어디까지나 운좋게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을 했고 당시 그들은 팀의 그러한 연기에 깜박 속아넘어 갔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관심을 가진다고? 혹 팀이 그들의 영역에 들어간 것을 눈치챘던걸까? 팀이 주변을 살피긴 했지만 알려진 도시전설에 따르면 어디에나 눈이 있고 귀가 있다고 했으니 가능성은 있었다. 다만 그들의 영역에 침범해서 경계하는 것이라기에는 그 반응이 너무 약했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는 만큼, 은신처를 들켰다면 그들은 좀더 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맞았다. 단언컨대 그 사실을 들킨것은 아니니라. 그럼 팀이 데리고 있는 어린 여우수인의 존재를 들켰나? 그렇다면 시선은 팀보다는 집 안에 있을 제이에게 더 시선이 갔으리라. …어쩌면 팀이 수인이라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집 외에 수인의 모습을 보인적은 없지만 전설대로 집조차 안전한 곳이 아니라면 팀의 정체를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툭.

 

 그렇게 상념에 잠긴 팀의 손등 위로 복실복실한 작은 털뭉치가 올라왔다. 문득 정신이 든 팀의 눈 앞에 있는것은 제 손등 위에 앞 발 하나를 올린 어린 여우수인, 제이였다. …제이? 워낙 곁을 주지 않는 아이라 먼저와 손을 올린 것이 의아해 그 이름을 부르면 팀을 함께 지켜보고 있던 잭이 말했다. 네가 파티에 다녀와서 줄곧 생각에 잠겨있었잖니. 네가 심각하게 골몰하고 있는게 걱정이 된 모양이야. 첫날부터 네 주변을 맴돌았는데 눈치채지 못했니? …그랬어요? 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린 여우수인을 보았다. 팀은 다분히 감이 좋았는데 수인으로 타고난 것 이상으로 감각이 예민해 아이가 제 주변을 맴돌았다면 진즉에 눈치챘으리라. 그걸 깨닫지 못했다는 것은 팀이 그정도로 생각에 빠져있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팀은 조심스레 아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미안해 눈치채지 못해서, 조금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거든. 신경쓰이는 일이라니? 잭이 손을 닦으며 그 곁으로 오면 팀이 이야기를 꺼냈다.

 

"파티가 있었던 날 이후 부터 뒤를 밟히고 있어요."

 

 팀의 물음에 품에 안긴 제이의 몸이 굳었다, 썩 좋은 이야긴 아니니 그럴 수 밖에. 팀은 안심하라는 의미로 제이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파티가 파티다 보니 참여 이후에 좀 따라 붙을것을 예상하긴 했었는데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요. 따라오는 이는 그냥 지켜볼 뿐으로 다른 목적은 없어보였구요. 집에 돌아가는 것까지만 보고 돌아가는 것 같으니 제이의 존재나 저에 대한 의구심은 없는 것 같아보이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해두는 게 좋을거 같아요. 너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갈 때 조심하고. 들키지 않았다 뿐이지 들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알았다. 혹시 다른 일은 없었니?"

 

 잭의 질문에 팀은 순간 만났던 '탈론'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그는 다분히 호의적이었고 현 법정에 적대적이었다. 팀이 법정의 일을 맡지 않는다고 해도 부러 제 정보를 그곳에 흘리지는 않았을것이다. 팀은 주머니 안의 호루라기를 손으로 굴렸다. 탈론이 건네준 올빼미 음각이 새겨진 호루라기는 올빼미 수인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들리며 팀이 그것을 분다면 당장에 그곳으로 가겠노라고 말했다. 철창에 갇혀있는 주제에. 그러나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팀이 쉽게 들어갈 정도로 경계가 허술했으며 남자는 제가 나오고자 한다면 언제든 나올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니까. 팀은 그가 스스로 올빼미법정에 속하지 않더라도 저나 가족들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그를 부를 작정이었다. 진정 그의 집에도 귀가 있다면 이 사실은 숨겨두는 것이 좋았다.

 

"딱히, …아, 요 며칠간 늦어질 수도 있어요."

 

"회사일이니?"

 

"네에,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다보니 이래저래 압력이 들어와서."

 

 누군가를 누르고 올라서는 것은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 들어 팀의 기업에 싸움을 걸듯 같은 노선에서 마주치는 기업이 있었다. 팀이 우회해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꼭 붙어서 방해하는.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 싶어 기업에 대해 알아봐도 그 오너와 어떠한 관계도 없었다. 심지어 원래는 팀과 사업이 겹칠 일도 없는 쪽이었다. 꼭 견제하는 듯한 행동에 가만히 받아주던 팀도 맞대응하기로 했다. 언뜻 살펴봤을때도 오너로서의 능력은 팀이 훨씬 나아보였다. 기업의 안녕을 위해서도 한번 눌러주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건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팀이 결심한 것이 무색하게 상대 기업은 알아서 무너졌다. 오너쪽의 비리가 들킨 것이다. 뭐 제 귀찮음을 덜었다는것에 집중하며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문 앞에 섰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팀의 불안을 느낀듯 쿵쿵쿵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팀이 문고리를 잡았다. 문은-…잠겨있지 않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팀은 조용한 집안에 또한번 불안감을 느꼈다. 제이는 아기 여우치고는 얌전한 편이나 어린 여우임을 감안하면 이렇게 조용하지 않았다. 잭 역시 조금 늦을지라도 팀이 귀가하면 한번은 얼굴을 내밀어 주었는데 오늘은 그럴 기미가 없었다. 아빠? 제이? 불러도 대답하나 오지 않는 이에 팀의 불안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뚜벅뚜벅 안으로 걸어가며 집안을 살폈다. 평소와 달리 열려있는 문들, 그리고-…날카로운 것으로 베인듯한 자국, 흙 발자국. 집이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팀은 서둘러 윗층의 제 방으로 뛰어올랐다. 쾅쾅쾅 거친 발길질에 소리가 크게 울리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벌컥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면 팀의 옷장에 기대듯 주저 앉은 잭이 보였다. 날카로운 칼이 그의 왼쪽가슴을 꿰뚫고 있었고 그 주변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팀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맥을 확인해보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은 뒤였다. 잭의 죽음에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도 잠시, 팀이 보호해야할 여린 생명을 떠올렸다. 제이, 제이는?! 고개를 번쩍들어 살폈다. 잭과는 달리 아이의 사체는 어디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좀더 살핀 결과 잭이 기대고 있던 옷장문의 한쪽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그곳엔 붉은 여우털이 보였으며-…팀의 옷가지가 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잭은 아마도 팀의 옷장안으로 제이를 숨겼던 것 같았다. 습격을 직감한 잭은 어린 제이를 안고 팀의 옷장에 숨겼겠지. 덩치가 큰 아버지는 금방 걸렸겠지만 옷장안의 아이는 덩치가 작은 어린 여우였다. 잘만 숨긴다면 걸리지 않았겠지. 잭이 등진 옷장이 수상했겠지만 두어번 찔러본 것으로 아이를 해칠수는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빈 곳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이 돌아갔을 것이고 인적이 모두 사라진 후에야 어린 여우수인은 옷장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충격적인 일 덕분인지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마땅히 걸칠 옷이 없었으니 팀의 옷을 빌려간 것이리라. 추측일 뿐이지만, 그래도 되었다 그나마 아이가 살아있다면 그것으로.

 

 비척비척 집 밖으로 걸어나온 팀은 경찰에게 신고했다. 별다른 정보는 없을테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었다. 신고에 출동한 경찰들은 현장사건과 팀의 상황, 알리바이를 듣고 수사에 나섰다. 그들은 강도가 집에 든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팀의 생각은 달랐다. 고작 강도에 그의 아버지가 무너질것 같지 않았다. 잭은 팀의 영민한 머리가 어머니와 닮았다고 곧잘 말하곤 했지만 팀은 잭의 아들이기도 했다. 팀이 수인으로서 짐승의 감을 이어받듯 수인의 피가 흐르는 아버지는 감이 좋은 편이었으니 일개 강도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제이를 숨긴 것이다. 다만 그 사정까지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팀은 그들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경찰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제가 움직일 수 밖에. 팀의 주머니엔 호루라기가 아직 들어있었고. 팀은 이제 잃을 것이 없었다.

 

늦은 밤 팀은 제 집으로 향했다. 현장보존이라는 이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한 팀은 여분의 안전가옥에서 쉬다 돌아왔다. 폴리스 라인이 집 전체를 두르고 있었고 경찰차 한대가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팀은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힘껏 불었다. 바람빠지는 소리가 공기중에 흩어지고 몇분 후 저 멀리서 커다란 올빼미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아니 한마리에서 그치지 않았다 너다섯 되는 거대 올빼미들이 팀의 앞에 나란히 섰다. 부름에 날아들었긴 하지만 눈 앞에 선 팀이 낯설은 것인지 열을 지어 선 그들의 모습에서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일 따위야 부리는 팀의 입장에서 일만 잘한다면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으므로 무시하고 지령을 내리려 할때 한 인영이 날아들었다.

 

"오, 진짜로 불렀네?"

 

 들은 적 있는 경박한 목소리에 그 주인을 흘기면 양 손을 들어 나쁜 의사가 아니었음을 드러냈다. 오, 기분 나빠하지 마. 내가 호루라기를 건네줄 때 네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잖아? 그때 네가 받아들이긴 했어도 이건 불릴 일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서 말이야. 별 기대없이 날아들었는데, 웬일 우리의 목소리가 있지 뭐야. 나도 모르게 놀라서 무심코! 팀은 그리 말하는 최초의 탈론을 살폈다. 가벼운 언행을 보이고 있지만 가면 아래의 시선이 팀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가 건네주긴 했지만 진짜로 그들의 머리를 삼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거겠지. 팀으로서도 그 편이 좋았다.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그 말대로 나 역시 당신들을 부를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거든."

 

 …조용히 사라져 주려했는데 말이야, 일을 좀 벌여주셨거든. 보여? 지금 폴리스 라인이 그려져 있는 집, 난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실력테스트 같은거라고 생각해도 좋아. 내 능력이야 이 호루라기로 증명된거나 마찬가지지만 너희는 아니잖아. 내가 당신들의 머리가 된다고 한다면 내 직속 수족이 되는 건데, 실력도 몰라야 쓰겠어? 팀의 말에 무리 중 하나가 입꼬리를 삐뚜름히 올렸다. 팀의 말이 마뜩치 않은 것이겠지. 선명히 느껴지는 변화에 그들에게 책할까 고민하는 사이 최초의 탈론이 나섰다.

 

"실력 테스트 좋지, 공평하자는 말이잖아. 아주 좋아."

 

 한쪽 팔을 들어 탈론들의 움직임을 봉한 그가 말을 이었다. 그날 넌 내가 있는 곳으로 스스로 찾아왔지. 그 건물은 초대 받아야만 올 수 있는 파티이고, 너는 어찌됬건 법정의 눈에 들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야. 거기에 혼자서 내가 숨어든 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왔다는 사실 역시 높게 평가할만한 점이지. 난 그런 점을 바탕으로 너를 우리의 목소리로 결정한거야, 너의 또 다른 모습을 포함해서. 하지만 반대로 넌 내게 선택받았을 뿐이니 우리의 실력을 모른다는 것도 일리가 있어. 다만, 네가 혼자 실력을 인정받았듯 이 테스트 역시 나 혼자서 받았으면 하는데 어때? 겨우 이런 일에 이정도의 인력을 쓰는 건 낭비라고? …그건 원하는대로 해, 나 역시 이렇게나 무리를 부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일만 잘 처리해준다면 인원 수는 아무래도 좋아.

 

 팀의 허락이 떨어지니 최초의 탈론이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무언의 사인을 주었고 그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기척이 흩어진 것을 보아 그 말대로 그 하나만 남은 모양이었다. 혼자 남은 것을 확인한 그가, 팀에게 과장된 인사를 한 후 사라졌고 기다릴 만한 적당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적당히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금 기다리자 탈론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집 안의 상태가 상태이니 그리 긴 시간이 들 것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자아, 보고의 시간이야."

 

 습격이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테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을거야. 굳이 우리를 보내 네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법정의 개입'의 여부겠지. 네가 예상한대로 그건 탈론의 짓이야. 하지만 우리같은 최상급의 개체보다는 하급에 가깝지. 처리 솜씨만 봐도 그래,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것을 이용한 모양이야. 다만, 이 하급 개체가 움직였다는게 마음에 걸리는 걸? 난 네 기용함을 믿어, 쉽게 꼬리 잡힐 일은 하지 않았을 터야. 즉, '법정이 움직일 만한 일'은 없었다고 봐. 거기다 본인이 아닌 가족을 건들이는 이런 한심한 수단을 법정은 하지 않아. 그들은 프라이드가 높으니까. 탈론의 짓이나 법정이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이라면-… 아무래도 일원 중 누군가가 네 등장만으로 자리의 위협을 느낀 모양이야.

 

 일원의 수는 정해진 것이 없고, 네가 영입된다고 해도 퇴출되는 일을 없을터야. 그럼에도 아직 일원이 되지 않은 네게 위협을 느낀다는 건-… 이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거겠지. 다만 법정은 개인적인 이유로 탈론을 부리지 않아, 널 경계한 나머지 악수를 뒀군. 올빼미 법정으로서 프라이드가 강한 일원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거야. 곧 사회 1면에 실릴지도 모르는 일이지, 어때? 가족이 죽어 분노한 것이라면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없애줄 수 있는데. …내가 요구한 건 그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지 범인을 죽이라는 말이 아니야. 오, 물론 잊지 않았지. 팀이 저를 떠보는 듯한 물음에 짐짓 기분나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날 목소리로 삼겠다고 한건 너야, 이제와서 날 떠보는 듯한 행동은 꽤 불쾌한데. …실례했어, 이런 일이 벌어진 후에 네가 우릴 불러서 혹시 이런걸 원해서 불러들인 건 아닐까 생각했지. 

 

 물론 이 사태에 분노해서 네 제안을 받아들인 건 맞아. 다만, 복수하고자 널 불러들인 건 아니야. 수 틀린다고 주변을 공격해 협박하는 이런 저질스러운 일을 벌이는게 과연 그 놈 하나 뿐일까? 너의 법정은 지금 처음의 모습을 잃어버렸어. 혹시 또 알아? 내가 차기 목소리라고 지목되는 순간 질투에 눈이 멀어 탈론을 움직일 놈들이 더 있을지? 그런 상황을 생각해서도 나는 강한 수족이 필요해. 당신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같이 불려온 그들도 같은 레벨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

 

 적절한 의구심이야. 물론 그들의 능력은 다른 탈론들에 비해 출중한 편이야, 물론 나한테는 조금 못미치지만. 내가 괜히 최초의 탈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거든. 나는 법정 내부에서도 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긴하지만 그런 철창안에 같힐 정도로 뒷방 늙은이 이기도해. 너를 법정의 일원으로 만들어 줄 순 있지만 목소리로 만들어줄 순 없단 말이야. 다만, 내가 널 지지하는 것만으로 차기 목소리라는 인식은 심어줄 수 있겠지. 그럼 네가 말한대로 널 노리는 이들이 제법 있을지도 모르겠어. 탈론의 말을 팀이 받아쳤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난 이제 지킬 것이, 잃을 것이 없는 처지라서 그들의 경계에 몸을 움츠릴 일도 없지. 네가 원하는 법정을 위해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지 않나? 과연-… 그 말대로 현재의 팀은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고,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엔 최적의 상태였다.

 

"네가 우리의 실력 테스트라고 말했지만 겨우 이정도의 일로 실력이 증명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제안하지 그 집에서 찾아온 어린 수인을 찾아오는 건 어때?"

 

 다름 아닌 그 집에 살았던 너라면 그곳에 있던 수인을 알아보았을거야. 그리고 시체가 하나 밖에 없으니 그 수인이 무사히 도망쳤다는 사실도. 이건 순전히 호의이니 의심하지 않아도 돼. 탈론의 말에 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없어, 난 그애가 어딘가에 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해. 왜지? 앞으로의 할일 때문이라면 우리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애를 지켜줄 수 있다. 나쁜 이야기는 아닐텐데?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는 위협 속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그들이 그 애의 존재를 모른다면 그대로 모르게 두는 것이 나아. …이제야, 알겠어. 네가 우릴 불러낸 이유.

 

"의문이었거든, 내 말에도 꿈쩍하지 않던 네가 겨우 이런 사건 하나로 조직의 머리가 되려하다니."

 

 물론 가족이 죽은 사건은 큰 일이긴 해. 그래서 우리를 불러들여, 감투를 쓰기로 결정을 내렸지. 하지만 봐, 복수는 굳이 우리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능한데다 넌 그게 목적이 아니었잖아? 애초에 이 일을 받아들이지 않던 네가 이것으로 얻을게 뭘까 생각했어. 결국 네가 데리고 있던 그 수인을 위한 일이었군? 어린 수인이라면 네가 고담을 바꿔가면 그대로 누릴 수 있을테니. …맞아. 그 말대로 나는 고담의 수인들의 안녕을 원해. 이전에야 내 품 안의 그 아이만 지키면 되었으니 상관없었지만, 힘이 있는 지금은 그 이상을 할 수 있지 않겠어?

 

 

 

 

 '팀을 부탁한다.' 제이슨은 그 말을 곱씹으며 달렸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뿐이라 아이의 옷가지를 급한대로 걸쳐 입으며 현장에서 벗어났다. 그 기민한 남자는 수인의 능력을 어느정도 이어받았는지 감이 좋은 사내였고, 어쩌면 이제 막 수인으로 각성한 제이슨 보다도 감이 강했다. 그가 제이슨을 황급히 옷장안에 처박아 두지 않았다면 제이슨 역시 사내와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아이와 달리 제이슨이 평범한 어린 수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눈감아주었고 그를 우선적으로 구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하나 뿐인 제 아들을 부탁한다는 한마디. …모친의 손길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집으로 보아 그 혼자서 아들을 보아왔을것이다. 능력좋은 아들이 어린나이에 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 여간 걱정이 아니었겠지, 그런 상황에 다른 사람을 위한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그가 제 아들을 부탁했으나 제이슨이 무시하면 되는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럴수 없었다 남자의 마지막 말은 주박이 되어 제이슨의 곁을 맴돌았다. 그 애가 좋은 아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 제이슨을 정성껏 돌봤으며 애정어린 이름도 지어주었다. 그 애칭의 기원이 우습게도 제이슨 본인이었지만. 살아난 직후 엉망이 된 제이슨을 거둔 아이는 사실 배트맨의. 정확히는 로빈의 팬이라고 밝혔다. 그는 로빈이 벌써 2대에 걸친다는 것과 2대째인 제이슨을 썩 좋아한다고 까지 이야기했었다. 아마 그 본인인줄은 모르고 한 이야기일테지만, 내 팬이라잖아! 그런 경험은 좀 체 없었던 제이슨은 아이를 쉽게 무시하기 힘들었고 이제 정까지 들었다. 아마 남자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제이슨은 그 애의 곁을 머물겠지, 제가 그 여우라는 것은 숨긴채로.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할 일이 있었다. 이 빌어먹을 배트맨 패밀리에게 자신의 귀환을 알리는 것. 아이의 집에서 많이 회복하긴 했으나 완치하지 못한 제이슨의 몸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수들을 제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고담에 익숙하고 노련한 사냥꾼이 필요했고 고담의 자경단원들은 더할나위없이 딱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제이슨은 뭐라도 해야했다. 그게…제 발로 배트케이브를 찾아간 이유였다

 

의심많은 배트맨은 제이슨에게 수많은 증거를 요구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본 여우 모습과, 유전자 검사 결과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이슨을 받아들인 그들은 그동안의 일을 물었고 제이슨은 도움을받았던 가족과 아이의 신변에 대해 이야기 했고 브루스는 기꺼이 그를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사내의 장례 역시 돕겠다고. 그러니 제이슨에게는 회복에 전념하라고 까지 이야기했다. 모든게 제이슨이 계획하던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제이, 한잔 할까?"

 

"네가 나한테 술을 권한다고?"

 

 제이슨의 속을 기민하게 눈치 챈 딕이 맥주캔을 흔들며 술을 권했다. 미성년인 제이슨에게 술을 권하는 딕에 되 물으면 그가 고개를 으쓱였다. 파는게 불법이지 주는 건 아니잖아. 그러고 이런건 가족에게 배워야하는 법이라고? …와 꼰대같은 발언. 그래서 안마실거야? 딕의 물음에 제이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제이슨이 딕에게서 캔 하나를 받아가 한모금하면, 딕이 슬며시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어떤 고민이야?"

 

"뭐?"

 

"계속 고민하고 있었잖아. 집에와서 줄곧."

 

 …그냥 걔가 생각나서. 널 도와주었다는 그 팀이라는 애? 그래, 걔. 걔네 아버지가 날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이걸로 해결된게 맞나하고. 흠, 그래? 제이슨의 고민에 딕이 미묘한 미소를 띄며 말을 받았다. 왜? 그게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찌푸리며 물으면 딕 슬며시 말을 이었다. 네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말이야, 어쩌면 네 스스로 그 앨 도와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릴 해. 아직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어떻게. 그거야 그렇지만, 네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겠지. 그리고 직접적으로 돕지 않는다고 해도 견제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네가 내게 조언하다니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냐니, 내가 내 동생에게 조언을 해주는게 뭔가 잘못됐어?"

 

 네가 그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듯이 내게도 있었던 것 뿐이야. 그런 사건들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잖아. 그리고… 내가 조언해주지 않아도 너는 결국 그 방법을 알게 될거고, 그 방법을 쓰게 될거니까. 시간을 조금 앞당겼을 뿐의 일인 걸.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너는 '로빈'이잖아, 나도 '로빈'이었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니? 제이슨의 물음에 딕이 답했다. 네가 나선다고 하면 우린 널 막지 못하겠지 하지만 연락은 틈틈히 주길바라.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너를 잃는 그런 경험은 한번만으로 족해.

 

 

 

 



"무슨 일이지? 볼 일 없이는 찾아오지 않는게 '규칙' 아니었나?"

 

 말 없이 고담을 내려보던 팀 뒤로 조용히 모습을 나타낸 그림자에 팀이 말을 건냈다. 그림자에 숨어 있던 이는 빛으로 걸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현재 팀의 가장 믿을 만한 수족 중 하나인 탈론이었다. 그는 감탄을 자아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고 하더니, 이제 완벽한 목소리가 되었구나. 오, 그렇게 보지마. 용건이 있어서 온건 맞으니까, 예를 들어 네 주위를 맴돌고 있는 붉은 사내라던가."

 

"…"

 

 그래, 전보다 훨씬더 예민한 감각을 가진 너라면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가슴에 붉은-박쥐를 새긴 빨간 깡통머리 말이야. 그 때 이후로 네 뒤가 밟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네가 왜 그걸 가만히 두는 건지 싶어서. 달리 이유라도 있나? 그 질문에 팀이 고개를 돌려 탈론과 마주했다. 내가 그걸 당신에게 대답할 의무가 있나? 그에 대한 대처라면 이미 일러주었을텐데? 최대한 자극하지 않도록 피해다니고 먼저 공격하지 말라고. 물론 때에 따라 그들 이용해 정적을 처리해도 된다고도 일렀지, 그는 수완이 좋으니까. 달리 당신이 알아야할게 더 있었던가?

 

"물론 없지. 하지만 우리의 존경하는 목소리가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어서 말이야. 리더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은 부하로서 좋은 덕목이 아니겠어?"

 

"약점을 찾으려는 게 아니고?"

 

 능청스럽게 팀의 경계를 넘어가려던 탈론을 향해 팀이 한마디 했다. 당신이 처음 날 회유했을 때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으니까. 이제 쉽게 당신 입맛대로 주무를수가 없게 된대다 당신들 말고 따르는 무리까지 생겼지. 나는 더이상 당신에게 목매지 않으니 안달난건 당신이 되겠지. 당신의 자리를 위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움켜 잡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내 약점을 잡으려는거야. 다른가? 탈론을 바라보는 팀의 눈은 어느새 파충류의 것과 닮아있었다. 푸른 빛의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 그 것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 한마리의 피식자가 되는 기분에 사로잡힌 탈론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진짜 몇달 전까지만 해도 어렸던 소년이 가질 법한 얼굴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용의 힘인가. 그가 처음 법정의 목소리 직울 제안했을 때만해도 어린 팀은 둥그런 인상에 법정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팀의 능력을 높이 싸 제안하긴 했지만 곧 팀이 거절할것이라는 것도 예상했었다. 그때의 팀은 순수한 학구열에 불타고 있었을 뿐, 지식 외에 다른 욕망은 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어렸던 소년은 스스로 법정의 머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너무 짧은 시간안에 모습을 바꾸었다. 처음엔 어리다고 무시하던 이들조차 팀의 수완과 능력에 감탄하며 소년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이들이 넘쳐났다. 이거야 원-…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셈이 아닌가. 물론 그 뚜겅을 열어버린 놈은 이미 법정의 심판을 받아 없지만, 어느쪽이든 법정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자신도.

 

"경계하지마 우리의 목소리. 우리는, 최초의 탈론들은 너에게 모두 넘어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잖아?"

 

 우리에게 주어진 룰은 단 하나 양육강식, 너는 아직 우리만큼은 미치지 못하더라도 곧 그 경지에 달하겠지. 게다가 너의 눈은 우리가 싸우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강력한 힘이야. 그래 누가 용의 시선 앞에서 멀쩡할 수 있겠어? 우리는 너와 마주한 순간 충성을 맹세했고 우리만 이것을 먼저 보았다는 데에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어. 우리 최초의 탈론들이 걱정하는 건 우리의 완벽한 리더가 어떠한 약점에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운거야. 너는 자비롭지만 사사건건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깡통꼬맹이, 레드후드를 가만히 나둘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알아. 그런 네가 가만히 있으니 우리로서야 신경쓰이지 않겠어?

 

"하지만 네가 더 알것 없다고 하면 그래, 우린 너의 충성스런 수족으로서 더 묻지 않을게."

 

 네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도 아무래도 좋은 문제니까. 고담의 박쥐는 꽤 까다로운 상대지만 그 역시 인간인 이상 우리의 목소리를 이기진 못할테야. 너를 우리에게서 앗아가지 않는다면 무엇인들 문제겠어. 어깨를 으쓱이던 그가 그림자를 향해 뒷걸음질 쳤고 이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탈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를 위한 정원에 그 아이가 없어선 무슨 의미가 있나. 팀은 탈론이 말하는 레드후드의 정체를 이미 파악안 상태였다.

 

 

 

 팀이 막 법정의 목소리가 되기로 결심하여, 법정에 속하게 된 지 얼마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레드후드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몇번의 미행 끝에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던 팀은 인기척에 매우 민감한 상태였고 며칠간 주위를 맴도는 누군가에 탈론을 불러들여 처리할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 기척이 팀을 해하려는 목적보다 지키려는 의도가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의 주변의 탈론들과 시비가 붙는 것은 물론이고 팀에게 별 상대도 되지 않을 불량배들 역시 처리되어 있으며 모두 팀이 움직이는 루트 안에서 일어난 것. 팀은 이 미행이 팀을 감시하기 위한것이 아닌 지키기 위한 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세웠다. 그리고 팀의 믿을 만한 탈론을 이용해 위기의 순간을 꾸몄고 아니나 다를까 레드후드는 팀의 눈 앞에 나타났다.

 

 이제와선 그들과 비등하던 수준이나 처음의 레드후드는 아직 탈론에 비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 마치 몸이 덜 회복된 듯한, 몸이 살짝 굳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역시 하나의 힌트가 되긴했다. 그러나 팀의 가설을 정설로 굳힌 것은 그 얼굴을 가리는 붉은 헬멧이 깨졌을 때였다. 얼굴 전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일부가 깨어졌고 그 사이에 푸른 눈에 팀은 그게 제가 아는 사람임을 직감했다. 가장 좋아했던 로빈이자, 한때는 팀의 가족이었던 어린 수인 제이. 생각해보면 얼굴도 모르는 존재가 팀을 위해 그렇게 맴돌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고담시를 지키는 자경단이라면 또 모르지만 그 역시 팀의 주변을 맴돌 필요는 없었으니 자연히 그는 팀이 아는 존재여야 맞았다.

 

 …내 여우, 제이. 탈론에게 제이를 찾아내지 말라고 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만 팀의 입지가 괜찮아졌을때 그때 멀리서나마 보려고 했던 작은 아이가 어느새 팀을 지켜주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을 지켜주던 잭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여우는 제게 모습을 보이는 대신 팀을 떠났고 팀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서운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지만-…어렸던 여우가, 제이슨이 저를 지키려 했다는 사실에 그 서운함은 녹아들었다. 당장 그 애를 끌어안고 입맞추며 너를 위한 낙원을 준비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애는 정체가 탄로나길 바라지 않았고 팀으로써도 아직 시기상조였으므로 모르는 척 그를 보냈다. 이후 탈론들이 그 애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도록 조치는 취해놨지만-… 어쩌면 이제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팀이 법정의 일원이 되기전부터 법정은 고담의 다크나이트와 긴 갈등을 겪어왔다. 팀이 그들의 머리가 된 지금도 역시. 합법적인 일만으로는 고담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법정과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있는 그 가족들은 고집을 꺽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사실 팀 역시 그 사건을 겪기 전까지만 해도 배트맨의 편에 섰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팀이 모든 것을 잃던 그날 팀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굴러떨어지기 시작한 돌은 멈출 수 없다, 그 돌이 깨어지기 전까지. 누군가를 지키길 원한다면 그 돌이 떨어지며 애꿎은 사람들을 깔아뭉개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 그것을 모른다면, 아니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것이라면 그들과 팀은 함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팀이 세울 수인을 위한 낙원에 웨인 기업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많이 운용했으니 그 이미지는 팀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도움이 될 터였다. 살아돌아온 제이슨을 공표한다면 조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들과 걷는 길을 선택했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이슨을 공표하지 않고 있었다. 하기야 그들은 한번 제이슨을 손에서 떠나보낸 전적이 있었다. 그러한 전적이 있는 배트맨을 믿을 수 있을까보냐. 더욱이 제 어린 여우는 배트맨이 가둬둔 차가운 땅속에서 나와 팀에게 왔다. 그것이-…제이슨의 선택이었다. 비록 그 터전이 안전하지 못해 떠나야했으나 이번에야 말로 팀은 안전한 여우굴을 준비해줄 수 있었다. 아직 박쥐무리에 속한 제이슨은 탈론에 적대적이었으나 팀을 알아본다면 그도 마음이 변할 것이었다. 

 

 하지만 탈론을 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지금, 그 머리가 되는 팀과도 만나려 하지 않을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함정을 팔수도 있겠지만 팀이 그 머리라는 것을 알면 들으려 하지도 않겠지. 어떤 방식으로든 팀이 법정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면 제대로 듣지도 않고 떠나버릴 것이 분명했다. 팀이 아는 어린 로빈은 조금 욱하는 성질이 강했으니까. 그러니 그를 잡아줄 힘이 필요했다. 금방 자리를 뜨려던 그도 조금 대화를 이어가면 들어줄테니까. …제이슨에게 이 힘을 쓰는 것은 마뜩치 않지만, 그 애에게 내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기도 하니. 외려 잘된 셈이었다. 그애를 불러들이는 일은 탈론에게 맡겨도 되겠지. 지금의 제이슨이라면 탈론의 힘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제이슨은 탈론을 피해 도망쳤다. 그는 오랫동안 탈론과 대치했으나 그들은 레드후드를 제압하는데 열정적이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대등한 정도의 대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들이 무슨 바람이 든건지 레드후드를 쫓기 시작했다. 여전히 레드후드를 해하려는 기색은 없었지만 그 목적이 레드후드가 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필시 머리로부터 어떤 지령이 있어서 그리 행동하는 것이리라. 그들에 레드후드에게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다른 곳에 소원해질 것이므로 그에게 달가운 일이었으나 무리를 지어 습격하는 이들을 상대하긴 버거웠다. 올빼미는 무리사냥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실없는 소리를 하며 그들의 눈을 피해 숨었다.

 

 그들의 눈은 어디에나 있으며 그들의 귀는 어디에서든 있다. 소년이 들려주던 그 말대로 올빼미들은 제이슨이 어디숨어있든 모습을 찾아냈다. 수인임을 자각한 후 그의 오감이 발달했음에도 그들의 능력은 뛰어났다. 통증이 없는 사람마냥 레드후드의 공격에 아랑곳 않으며 빠른 재생능력을 가진 탈론은 꽤나 까다로운 상대였다. 특히나 다른 탈론과 다른 복식을 가진 수인들은 그 레벨이 훨씬더 높았다. 그들이 제이슨을 살려두려는 것만 아니었다면 이미 그는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뭐, 그것도 이제 끝이지만. 제이슨은 제 앞에 덩치 큰 사내가 선것을 깨달았다. 그게 고담을 지키는 다크나이트였다면 훨씬 나았겠지만 뒤늦게 합류한 탈론이었다. 수인으로써 감이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도출해내었다. 그럼에도 저항하지 않을 수 없어 품에서 칼을 꺼내려는 찰나 탈론이 소리를 내었다.

 

"쓸데없는 힘은 그만 빼는게 어때? 우린 그저 우리 목소리의 바람을 이루고 싶을 뿐이야."

 

 그가 너와 대화하길 원하거든. 그 사람은 여전히 네가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어, 순순히 따라온다면 우린 너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하지도 않을거야. …그 말을 어떻게 믿어? 혹시 알아? 너희가 날 속여 꼭두각시로 만들지도. 하하하…조금이라도 대치해보았으면 깨달았을텐데? 우리같이 유능한 수족을 두고 널 탈론으로 만들이유가 어디있겠어? 탈론의 말에 입술을 짓씹었다. 탈론이 말한 우리란 저를 포함한 수인으로 된 탈론들이었고, 그 탈론 무리에 비하면 제이슨은 다소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목소리가 이런 말을 했지, 네가 순순히 오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이름을 말하면 달라질거라고.

 

"팀 드레이크, 그 애가 어떻게 되도 좋아?"

 

"……안내해."

 

 이미 레드후드와 팀과의 관계마저 조사가 끝났던가. 물론 레드후드가 그를 지키고 다닌 것은 맞았으나 제법 거리를 두며 움직였기에 주시하고 있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힘들었을 사실에 백기를 들었다. 애초에 잘된 일이지 아무리 뛰어난 조직이라도 머리가 없으면 존속할 수 없다. 대화를 하는 척하다 수틀리면 그 머리를 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현 법정은 목소리에 의해 하나로 뭉쳐졌지만 그 머리가 없어지면 전과같이 와해되기 쉬웠다. 그게 곧 소년의 안전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이유야 어쨌건 배트케이브로 데려간다면 배트패밀리가 소년을 지켜줄 것이었다. 녀석은 다이나믹듀오를 썩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실물 배트맨과 나이트윙을 보고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제가 그 여우라고는 드러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친절하고 상냥했던 소년과 마주할 수는 있겠지.

 

 최악의 상황에 애써 긍정적인 결과를 떠올리며 침착함을 달랬다. 더이상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레드후드를 연행 하는 것 외에 다른 수를 쓰진 않았다. 그들은 특수한 장치롤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는데 고급스러운 장식이 가득한 건물이었다. 익숙하게 한 곳으로 이끈 탈론들은 제이슨을 한 파충류 앞에 세워놓았다.

 

 용이라고 할수 없으나 용에 가까운 그 생물은 막 목욕을 마친듯 비늘에 물기가 흐르고 있었고 주변인들이 그것을 톡톡 닦아내었다. 그와중에 길고 날카로운 푸른눈과 마주한 레드후드는 제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꼭… 앞으로 이루어질 폭력에 몸이 굳은 것 처럼. 레드후드를 마주한 그것은 곧 천천히 그 모습을 바꾸어내었다 맨들맨들하던 비늘은 새하얀 피부가 되고 깨끗하던 머리위로는 검은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그리하여 그것은 제이슨에게 익숙한 얼굴을 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팀-…?"

 

"오랜만이야 제이, 내 여우.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드러낸 하얀 나신 위로 가운을 걸친 팀이 제대로 여미지도 않고서 레드후드를 끌어안았다. 샤워코롱 냄새가 확 끼쳐오며 당황스러워 굳어있던 레드후드가 읇조렸다. 네가 어떻게… 그대로 스러질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은 팀이 조금 뒤로 물러서 레드후드의 뺨을 쓸었다. 그의 머리를 보호하는 보호구는 벗기지 않았기에 겉을 쓸은 셈이 되지만 레드후드는 그의 차가운 손이 제 얼굴에 닿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네가 놀라는 것도 이해해. 그간 많은 일이 있었거든-… 네게도 그랬겠지만.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며 레드후드는, 제이슨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자신을 쫓던 탈론들은 자신을 법정의 리더, 법정의 목소리에게로 데려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곳이 팀이 씻고있던 욕실이었고. 그를 시중드는 인물들이야 있었지만 탈론이 만나게 하고자 하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자연히 남는 것은 제이슨이 한때 애정을 느끼던 소년이었고, 그건 즉-…법정의 머리가 팀이라는 소리였다.

 

"…날 속였어?"

 

"아냐 제이, 오해야."

 

 난 늘 네게 진실만을 말해왔어, 날 믿어주길 바란다면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 내가 네게 내 본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네게 솔직하기 위해서야. 난 너에게 언제나 진실해. 내가 이들의 머리가 된건 너와 헤어진 이후의 일이었어. …고백하자면 그날 밤의 일은 내 자만이 부른거나 마찬가지였어. 난 내가 그 모든 일에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고 그러니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파티 이후 따라오는 시선에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지.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는 걸 난 잊고 있었던거야. 여러방향으로 들어오는 압박에 이기지 못한 상대는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우리 집을 습격했지.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땐, 아버진 차갑게 식어있었고 난 스스로의 자만과 닥친 비극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건 네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것 하나였어.

 

 널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했고, 난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아야했지. 그렇게 알게된 진실은 생각보다 허무했어. 입지가 약했던 법정의 일원이 내 존재를 두려워했고 의식도 하지않는 날 압박하려다가 결국 법정의 손에 처리되었다지 뭐야. 그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놈이 우리 집을 습격한 것이었어. 사용된 탈론은 당연히 사용중지 처분에 들어갔고, 일원 역시 좋은 꼴을 맞진 못했지. 그때 생각했어. 이러한 비극은 내 안일함에 생긴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너와 내가 행복할 안전한 둥지를 만들자고. 현재의 고담은 위험한 것들이 많았고, 배트맨만으로는 이 위협을 다 제거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엉망된 조직을 이용하기로 했어. 알고있니? 원래 올빼미 법정은 고담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대, 난 이 조직을 초기의 모습으로 돌리려는 거야.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게 퍽이나, 고담을 지키는 일이겠네."

 

"법정의 사형수들을 말하는 거니? 그들은 충분히 그럴만했어."

 

 제이, 너라면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을 살려둬 봤자 무고한 희생자가 늘 뿐이었어. 배트맨은 불살을 고집하며 블랙게이트와 아캄수용소에 수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지만-…그 과정으로 돌이킨 사람이 있긴하니? 다들 같은 범죄를 반복해 저질로 중범죄자가 되었지. 배트맨의 그런 방식은 범죄자들을 키워갈 뿐이야. 굴러떨어지기 시작한 돌은 언젠가 어딘가에 부딪혀 부서지겠지만 그동안 그 바위에 깔린 사람은 무고하게 죽어갈 뿐이야. 그렇다면 먼저 그 원인을 제거하는게 더 합리적이지. 그리고 그가 말하는 제압방식도 깨끗하지 않잖아? 결국 배트맨의 불살이란 숨만 붙어있으면 되는 정도라고. 숨만 붙어있다뿐 우리랑 다를게 무엇이니?

 

"그럼 난? 왜 모르는 척 했는데?"

 

"너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최근이었어."

 

 기억나? 내가 탈론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었을 때, 네가 날 구해주었잖아. 그때 네가 쓴 보호구가 살짝 깨져있었고, 나는 그 틈 사이로 너와 눈이 마추쳤었지. 그때 알게 된거야. 내가 널 집으로 데려오던 당시에 넌 죽은 사람이었고, 난 그 어린 여우수인이 너인줄 알지 못했었어. 다이나믹듀오를 좋아하긴 했지만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때 보여준 네 사진도 어렵게나마 입수한 것이었어. 난 그저 눈색이 닮아있는 다른 어떤 수인인줄만 알았지. 네가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너의 특별함을 깨달았을지언정 '로빈'과는 연관짓지 못했어. 그때 깨달았다면 뭔가 변했을까? 난 아마 널 배트맨에게 돌려보내지 못했을거야, 그는 한번 널 잃은적이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난 너의 안전한 터전을 위해 노력했고 그는 그러지 않았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레드후드의 가슴에 심볼과 다른 배트맨 패밀리들과의 연계를 보고 난 네가 배트맨패밀리에 속한자임을 알았어. 네가 날 맴도는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네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로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 그때까지만해도 가설에 지나지 않았지만,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게됬어. 내가 사랑했던 로빈도, 내가 아꼈던 어린 여우 수인도. 그리고 지금의 레드후드도 다 너라는 걸. 어떻게 살아난것인지 알수 없지만 살아난 네가 내게 왔던 것과, 공교롭게도 너의 이름을 가져와 지은 것도 운명처럼 느껴졌지. 네가 사랑스러워 미칠것 같았어. 할 수만있다면 널 꼭 끌어안고 싶었지만-…넌 내게 들키지 않고 싶어했으니까 꾹 눌러담았어. 널 위한 안전한 곳도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너를 위해 안전한 둥지를 만들면서도 늘 불안했었어."

 

너는 끝내 너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내게 마음을 연것 같으면서도 가장 안쪽은 보여주지 않았잖아. 날 믿지 못한다는 것 같아서,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지. 하지만, 너와 그렇게 마주쳤을때 이게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네가 전부인 나 만큼은 아닐지라도 너 역시 날 그리워한다는 걸, 아끼고 있다는 걸. 물론 아버지의 부탁이 있었을거야.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네 몫이고 내 주위를 몇달씩이나 머물며 날 지켜주는 행동은 어지간해서는 할 수 없었으니까. 그걸 확인하니 더 견딜수가 없었지. 널 당장에라도 데려가고 싶었어. 아직 안전하지 않더라도 둘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했지. 하지만 법정과 배트맨패밀리는 적대관계였으니까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어. 내가 목소리라는 걸 알게되면 배신감에 아무것도 모른채 날 떠날 수도 있었으니까. 또한 내부 적들도 전부 색출해내지 못한 상태라 그들이 널 노릴수도 있었어. 난 네가 약점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너를 위험한 상황에 놔둘수도 없었어. 난, 두번다시 무엇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때가 왔어.

 

"제이, 내 여우. 집으로 돌아가자."

 

 아직 수인의 대한 인식이 바꾸지 못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의 집 안에서 널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널 위협하던 강력한 탈론들은 이제 너의 수족이 되어 움직일거고, 네가 경계하던 법정의 일원들은 내 말 한마디면 죽을 수 있는 나의 사람들이야. 아직 반대파가 어느정도 남아있지만 그들은 죽을 날을 기다리는 이들에 지나지 않지. 범죄자들은 우리들의 완벽한 안식처를 인지할 수도 없을거야. 탈론들은 범죄자들을 심판하길 계속할거고 남은 놈들도 목숨이 아까워 몸을 사리게 된다면 고담은 더욱 안전해지지. 이제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니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내게 보여줄래? 그리 말한 팀이 레드후드의 보호구를 벗겨 얼굴을 드러내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제게서 시선을 떼지못하는 제이슨을 보며 싱긋 웃은 팀이 말을이었다.

 

"응, 예상한대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구나."

 

 몸도 튼튼히 자랐고, 어린 수인일땐 가늘고 작은데다 상처 투성이라 잘 자랄지 걱정이었는데 괜한 기우였나봐. …네 또다른 가족때문에 망설이고 있니? 오, 사랑스러운 내 여우. 네게 진정한 가족은 나뿐이야. 그들은 네가 사라져도 잘 지내고 있었고 널 앗은 자에게 복수조차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난 달라, 네가 원하면 네게 모든 것을 앗은자를 똑같이 앗아가 줄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겠어? 그러니 생각해, 널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자는 나 뿐이라는 걸. 사실 넌 폭력을 좋아하지 않잖아. 그게 하나의 해결 방법일 뿐. 그런건 전부 내가 감당할테니 제이 넌, 안전한 곳에서 쾌락만을 즐겨줘. 팀이 제이슨의 이마 위로 베이비키스를 하면 마법처럼 제이슨의 눈이 슬슬 감겼다. 제이슨에게 수인의 힘을 쓰는건 마뜩치 않지만 이것이 제이슨의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러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한순간 긴장상태가 풀리며 무너지는 제이슨을 받아든 팀이 그를 안아올렸다. 그대로 걸어 돌아서는 그의 뒤로 탈론 한명이 섰다.

 

"추격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아, 그러고보니 냄새를 맡은 박쥐들이 움직였던가." 

 

  …쫓아오진 못하지만, 움직일 수 있게는 해놔. 그들의 처우는 내 여우가 선택하게 두어야하니까, 그들은 포기가 늦은 편이거든. 내 여우의 입에서 거절이 돌아오면 제 아무리 그들이라도 포기하겠지. 당사자가 도움을 거절하는데 그들이라고 별 수 있겠어? …그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라 확신하십니까? 물론, 이 아이는 내 여우인걸. 내가 얼마나 저를 그리며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려주면 날 선택할거야. 그러니 방 근처에 녀석들은 좀 물려주겠어? 오늘밤은 오붓하게 둘이서만  지내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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