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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7 연반딕슨, 첫사랑.

쿠오니 2023. 5.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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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딕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피해버리는 자신의 형,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딕은 상당히 제이슨을 따랐기에 그런 딕을 아껴주었던 제이슨이 갑자기 그를 피하는 행동은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제이슨 본인 조차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는 듯 딕을 흘끔흘끔 살필 정도였으나 딕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렴 이 상황은 딕이 꾸민 일이기도 했다. 제이슨이 저를 피하면서 신경을 쓰는 것은 그의 계획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호조를 뜻하기도 했으니 더욱 그랬다.


 딕은 제가 사랑에 빠지던 날을 기억했다. 그날의 기억은 매우 아팠으며 슬펐고 안타까웠다. 부모님의 기일이기도 한 날은 제이슨이 처음으로 서커스를 구경하러 온 날이기도했다. 서커스 천막 아래로 들어오던 그 아이는 이곳이 제법 낯선 지 주변을 살피면서도 제 아버지를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의 낯설음을 풀어주는 것이 딕의 역할이었기에 지체 없이 아이에게 다가갔을 때 비로서 딕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정말 괜찮아? 나같은게 이런 델 와도-…"


"괜찮지 않을게 뭐가 있겠니, 아버지와 아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일 뿐인데."


 위축된 아이들 달래듯 보호자가 아이를 도닥여주면 긴장으로 올라간 어깨가 조금 내려왔다. 아이의 가정은 평범한 가정과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그것도 가족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의 말을 볼 때 제 아버지에게 크게 보채지 않는 편이었고 아버지는 아이의 어린 소망을 들어주고자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면 좋으리라. 딕은 웃는 얼굴로 아이에게 다가섰다.


"안녕, 서커스는 처음이니?"


 먼저 다가간 딕에 제이슨은 놀라면서도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놀랐던 것은 끽해야 제 또래로 보이던 아이가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 것에 있었다. 제이슨은 그 사실을 싫어하면서도 익숙한지 사과하는 딕을 쉽게 받아주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제이슨은 곧 딕과 쉽게 주고 받게 되었고 그걸 지켜보던 브루스는 제이슨을 몹시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브루스의 눈치를 살피던 딕은 슬슬 떨어져야함을 듣고 이 손님에게 최고의 선물을 하기로 했다. 오늘, 너를 위해서 공연할게. 최고의 공연이 될거야 장담해.


 아이의 첫 서커스가 최고의 추억이 되기를. 딕은 부모님과 하는 이 공연이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하길 바랐다. 믿지 않는 척 기대어린 얼굴을 하던 딕은 곧 그 얼굴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내었다. 늘 하던 공연이었으나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한 서커스 공연 앞에 딴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끝난 뒤에 아이의 얼굴을 찾아볼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리라. 그리 마음먹고 무대에 섰을 때 그 무대는 사상 최악의 무대가 되었다.


 서커스는 위험한 공연이었고 위험할 수록 열광하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늘 그물망과 그들이 사용하는 그네를 살폈을 텐데 파트너였던 그네는 상대적으로 가벼웠던 딕을 제외한 부모님을을 앗아갔다. 공연중에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 이 일이 있고도 공연이 계혹될리 없었고 손님들이 떠나고 경찰들과 구급대원들이 남았다. 제일 문제점은 딕이었다. 서커스 단원의 최연소 공연자인 딕의 보호자가 둘다 죽어버렸고, 서커스 단원들은 가족이었지만 법적으로 그들을 묶어놓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모두가 딕의 처우를 고민하고 있었고 딕은 부모님의 죽음 앞에 온전히 슬퍼하지 못하고 주변을 살펴여했다.


 그때 아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스 웨인이라는 고담 시 내의 억만장자를 대동하고 온 아이, 제이슨 토드. 아이를 처음 본 딕은 정말 성실하게도 지키지 못한 약속을 떠올렸다. 그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물하려 했었는데 최악의 공연을 선물해버렸다. 사과라도 해야할까 생각중에 제이슨이 머뭇머뭇 다가오더니 서툰 손길로 딕을 끌어안았다. 부모님의 일은 유감이야, 괜찮니? 같은 상투적인 말은 꺼내지 않았다 다만 안아오는 손길만큼이나 서툰 손길로 딕의 등을 도닥여주었다. 그제서야 딕은 눈가에 눈물이 고임을 느끼여 울음을 터트렸다. 제이슨은 딕이 그칠때까지 그리고 그치고 나서도 놓아주지 않았다. 위로하는 것이 서툴기 그지 없었지만 그 작은 몸으로 딕을 품은 그 품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딕은 제이슨의 그 작은 품을 가지고 싶다고. 이는 분명 사랑이었다.


 양자가 되지 않겠냐는 브루스의 물음에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그곳에 제이슨이 있다면 딕이 가야할 곳은 그곳이었다. 저택의 사람들은 제이슨을 무척 사랑했고 그 가족이 된 딕 역시 사랑해주었다. 딕 역시 제이슨을 사랑했고 제이슨 역시 딕을 사랑해주었지만 딕이 원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형제들 중 가장 가까운 것은 딕이었으니까. 그것은 딕으로 하여금 아주 특별한 것을 느끼게 했다. 제가 혹시 제이슨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하는-…물론 착각이었다.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제이슨은 딕에게 그랬던 것 처럼 서툴게 안아 위로했고 그들은 제이슨의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그래선 안됐다. 딕은 제이슨의 특별한 것을 원했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서로만이 가장 특별한 관계라 한다면 그건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부부관계가 아닐까. 딕은 제이슨과 그리 되길 원했다. 제이슨은 조금도 딕을 그런 쪽으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호감을 싸는 일은 딕의 특기중에 하나였고 그런 그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제이슨은 딕을 의식하게 될것이다. 어쩌면 같은 감정으로 사로를 바라볼지도 모르지. 딕은 그런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떨려왔다.그 때가 오면. 제게 안긴 그날 처럼 안겨달라고 말해야지. 그럼 제이슨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목소리로 어떤 몸짓으로 제게 다가올지 생각만 해도 즐거워졌다. 그러니 제이 형, 조금만 더 날 의식해줘. 그리고 날 사랑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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