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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230429 슨른 전력 딕슨, 이름.

쿠오니 2023. 4. 2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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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존 그레이슨. 탈론은 나무묘비에 투박하게 새겨진 제 이름을 가만히 쓸었다. 묘비 뒤에는 아담하게 만들어진 작은 봉분이 있었는데 공동묘지에 있는 봉분에 비해 턱없이 작은 았으나 그 표면이 매끄러운 것으로 짐작해 보건대 이를 만든 사람의 품이 제법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탈론은 이 무덤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짐작 할 수 있었다.


 제이슨 토드. 한 때는 제 동생이었으며, 연인에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 그러나 지금은 탈론의 존재를 부정하며 그의 이름을 앗아간 자. 탈론이 버젓이 살아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부정하고 '딕'을 죽은 자로 보았고 이렇게 무덤까지 만들었다. 물론 사유지에 은밀하게 만든 것으로 보아 서류 상으로 죽은 자를 만들지는 못했던 모양이지만, 적어도 제이슨 안에서 '딕 그레이슨'이라는 사람은 죽었다는 것이겠지. 그가 저를 부정한다고 해서 제가 '딕 그레이슨'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탈론은 제이슨이 자신을 부정한 이후로부터 스스로를 탈론이라고 지칭했다.


 탈론은 제 이름을 빼앗겼으나 제이슨을 원망하진 않았다. 제이슨은 탈론과의 관계를 끊어냈으나 탈론은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아직 저를 잊지 못해 이렇게 무덤을 만들고, 매일 무덤을 찾아와 꽃을 두고 가는 어린 아이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래서 탈론은 생각했다. 우린 이렇게 아직 사랑하는데 무엇이 그를 탈론에게서 앗아가게 만들었을까? 사자의 소생이라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이슨 토드 역시 사자의 소생이었고 탈론은 그를 사랑하는 동생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더이상 푸른 빛으로 빛나지 않는 그의 눈 때문일까? 아니면 바뀐 그의 가치관 때문에? 하지만 지금이 제이슨이 원하는 정의와 가깝지 않은가. 아니면 그가 탈론이기에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제이슨은 늘 나이트윙이었던 딕을 말 잘듣는 착한 아들로 표현하지 않았나. 대체 왜 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네가 어떻게…!"


"안녕, 제이. 그동안 잘 지냈니?"


 그래서 탈론은 제이슨에게 직접 묻기로 결심했다. 무덤에서 제이슨의 흔적을 보며 기다리고 있으면 제이슨이 '딕 그레이슨'의 무덤으로 찾아왔고, 그 앞에 서있는 탈론을 발견하게 얼굴을 굳혔다.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노기가 섞인 목소리에 탈론은 의아해 했다. 내가 이 곳을 알고 있다는 건 이미 너도 알고 있었잖아. 네가 매번 무덤에 바치던 꽃을 누가 가져갔는지 알면서도 그대로 묵인했었으면서 이제와서 화를 내는거야? 내가 네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내가 그걸 그냥 둔 건 이미 '딕'에게 바친 꽃이기 때문인거지, 너 따위에게 준 게 아니야."


"너 따위라니 말이 너무 심하다."


 난 네 의견을 존중해왔어. 네가 내가 나임을 부정했기에 스스로 '딕'이 아닌 탈론으로 지칭해왔고, B나 d, 팀의 부름은 무시해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너 하나 날 부정한다고 해서 내가 '딕 그레이슨'이 아니게 되는 게 아니란 것을. 그들이 날 탈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그 임을 부정해서지. 하지만 그들도 알거야 내가 스스로 '딕 그레이슨'임을 부정해도 내가 나임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제이, 내가 이렇게 널 찾아온 이유는 묻고 싶은게 있어서야.


"왜 날 부정해?"


 죽었다 살아난 건 문제가 되지 않잖아. 제이, 날 살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 내가 그대로 죽길 바랐니? …난 네가 살길 바랐어, 네가 죽은 걸 안 후에도 살아돌아오길 바랐고. …그럼 대체 왜야. 왜 날 부정해? 탈론의 물음에 제이슨이 답했다. 네가 딕이 아니니까. 제이, 난 나야. 아니, 넌 딕 그레이슨이 아니야. 내가 알던 그 '딕 그레이슨'이 아니라고. 네가 살아돌아왔을  때 난 기뻤어. 네가 설령 탈론이라고 할지라도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뻤지. 하지만-… 넌 더이상 내가 알던 네가 아니었어.


"사람은 변해 제이, 그래서 내가 변해서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거니?"


"넌, 넌 딕이 아니잖아…"


"또, 또 그 소리!"


 난 네가 날 부정하는 이유가 이해되질 않아. 난 여전히 난데, 넌 날 부정하지. 난 네가 어떻게 변한다고 할지라도 널 사랑할 자신이 있는데-…. 좋아, 이제 널 이해하는 건 포기할게. 내 이름으로 부르라고 강요하지도 않을거야. 그러니 제이, 내게 새 이름을 줘. 탈론은, 아니 이름이 없는 자는 제이슨에게 이름을 요구했다. 뭐?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이름을 내게 지어줘, 그리고 '딕'이 아닌 날 사랑해줘."


 네가 날 사랑하면서도 내가 '딕 그레이슨'이 아니기에 사랑할 수 없다면, 난 기꺼이 그 이름을 버릴거야. 그리고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이름을 내게 지어줘. 네가 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옷을 입고 그가 될 수 있어. 그러니 제이, 내게 새 이름을, 네 사랑을 내게 돌려주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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