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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데미안 너무 좋음.. 근데 하다보니 연반됨... 어린 왕 데미안조 좋을텐데...

*조금,,, 탈랴가 탈랴같지 않을수도...

*14,740/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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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 알테반, 데미안이 다스리는 도시국가로 그 본인을 담기에는 퍽 작은 그릇이었으나 그럼에도 그의 손에 들기에 최저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선대부터 엄선된 그 땅은 인공 태양이 도시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고 땅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그 강은 신비의 샘으로부터 흘러나와 도시 전체를 두르고 있었다. 그 땅에 뿌리를 내려 커다란 녹지를 형성한 숲은 바깥의 그 어떤 식물들보다 우거져 생명력이 넘칠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 도시의 치안은 그 무엇보다 좋아서 암살자나 용병들이 제 고용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무기나 자신의 강력함을 들어내도 그 어떤 것도 문제 되지 않으며 대놓고 무기류를 사고팔고 해도 그 어떤 재제 조차 없었다. 


 에스 알테반이 국가가 된 것은 데미안의 치세 아래서 부터였으나 도시로서는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바깥과 유리되어 살아온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풍습 또한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인신공양이었다. 그들에게 귀중한 원천인 신비의 샘에 값진 것을 드리는 것이었는데. 예로부터 가장 귀한 것이라고 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만큼 귀중한 것은 없다고 무한한 미래를 가진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 전통이었다. 데미안은 이것만큼 쓸데 없는 풍습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배워먹지 못한 멍청한 사람들의 한계를 알기에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파티를 열었다.


 데미안의 짝을 찾는 간택전이라는 명분이었으나 능력좋고 고운 이들을 엄선하여 딱 맞는 제물감을 찾기 위한 파티였다. 덕분에 이 간택전은 일주일이나 계속 되며 첫날의 파티외에도 여러가지 순서가 준비되어있었다. 데미안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는데 그저 귀찮기도 하니 그들이 성이 차도록 묵인해준 것에 불과했다. 한심한 구습을 신성한 것마냥 지키는 이들에게서 제게 어울리는 짝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까닭도 있었디. 그러니까, 정말로 데미안의 눈에 찬 인물이 있을 줄은 제 아무리 데미안이라도 예상치 못했다.

 



 데미안이 제 아내 제이슨을 처음으로 눈에 담은 것은 간택제의 파티에서 였다. 지루한 인사시간이 지나고 하하호호거리는 꼴이 못마땅하기도하고 그날따라 피곤했기에 자신의 보좌이자 모친인 탈리아에게 회장을 맡기고 잠시 숨을 돌리러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파티장 안이 아닌 밖에도 먹을 것이 준비 되어 있었는데, 그 테이블 위에 제 허리에도 오지 않을 키의 꼬맹이가 그곳에 있었다. 모두 데미안의 눈에 들려 파티장안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홀로 밖에 있는 것이 흥미로와 부러 기척을 내어 다가가면 아이가 고개를 획 돌렸다.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는지 입가에 과즙과 크림,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을 온전히 담은 순간 데미안은 천둥이 치는 것을 느꼈다. 운명을 느꼈다고 해아할 것이 맞을까. 데미안이 순간 들었던 소리는 천둥소리 따위가 아닌 아이의 내가 낸 배고픔의 신호였고, 아이의 게걸스러운 모습은 데미안이 끔찍히도 싫어하는 추잡한 모습이었으나 어째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모습이, 그 소리가 부끄러운 것인 줄은 아는 지 곳 입을 쓱쓱 닦아내며 귀를 발갛게 물들이는 것이 퍽 귀엽게 보이기도 했으므로 데미안은 그 모습을 굳이 지적하기 보다 다른 질문을 골랐다.


"안에 더 진귀한 것이 있을텐데, 그것을 먹지 않고?"


"거긴 왕의 눈치보느라 바빠 제대로 먹지도 않잖아, 거기서 먹어봤자 체 해."


 적어도 왕의 간택을 바라고 온 것은 아닌지 데미안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데미안이 그 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적어도 대답을 할 때 망설이긴 했겠지. …간택제니까, 너도 알고 온 것 아닌가? 데미안이 모르는 척 대답을 하면 제이슨이 테이블 위의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에 대답했다. 뭐 그렇지. '간택제'인 만큼 진수성찬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게 그림의 떡일 줄은 생각못했지만.


"아, 그래도 명색이 간택제라면서 참가조건이 없는 건 신기했어, 왕의 부인이면 왕후 아냐? 오히려 조건을 더 따져야 하는 거 아닌가?"


"…보통이라면 그렇지, 그렇지만 이 간택제의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그럼 뭔데?"


 데미안의 대답에 아이가 물으면 데미안은 가만히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가 만약 제물로 선택된다면 데미안은 조금 아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데미안의 속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말없이 제게 향하는 시선이 불편한 것인지 조금 움츠러 들던 아이가 다시 고개를 곧추세우며 말했다, 왜? 뭔데 그래! 


"산제물로 쓸 아이를 고르는 거지, 다시말해 제물 간택제야."


"뭐? 제물?"


 아이는 제가 잘못들었나 싶어 귀를 후벼파며 다시 물었다. 잘못들은거 아니야, 여기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미신따위를 믿으니까. 와,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걸 믿어? 으으 야만스러워. 아이가 제 팔을 쓸며 과장되게 말했다. 자기도 그 제물로 간택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럴 리 없다고 믿는 것인지 썩 겁먹은 눈치는 아니었다. 이곳은 바깥과 시간의 흐름이 다른데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들은 제한적이니까. 오래전부터 이어진 구습같은 건 끊어내기 쉽지도 않고. 


"누구한테 하는 건데?"


"뭐?"


 제물이라며, 신이든 동물이든 상대가 있을 것 아니야? 딴엔 당연한 질문을 던진 것이겠지만, 데미안은 방금의 질문으로 아이가 이곳 출신의 사람이 아닌 것을 직감했다. 하긴 굳이 에스 알테반의 국민이라고는 제한을 두지 않았었지. 이곳으로 넘어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 것일테고. 아마도 후계 양성이든 무기 양성이든 여러 이유로 붙잡혀 온 아이로 보였다. 에스 알테반은 그런것을 금기시 하지 않으니까. 무사히 그들의 손에서 벗어난 것은 좋았으나 여기까지 와선 돌아갈 방법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혹 잡힐까봐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기도 힘들었겠지. 거기에 아이의 눈에 간택제의 공문이 들어왔을 것이다. 아이가 겪었을 상황을 추측해나가며 데미안은 아이가 알고자 하는 것에 대답을 이어나갔다.


"라자루스 핏. 너에게는 신비의 샘이라 부르는 게 익숙하겠네."


"신비의… 샘?"


 그래, 들어본적 없나? 들어봤던거 같긴 해. 그게 대체 뭔데? 도시를 두르는 강의 원천이야, 죽은 사람조차도 되실릴 수 있는 생명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지.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니 그런게 가능할리 없잖아? 글쎄, 적어도 내 조부는 그 덕에 오랬동안 살아계셨지. 돌아가셨어?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셔서 쉬고 계시지. 너ㅡ, 넌 무슨 말을 그렇게 오해하게 끔해?! 아이의 반응에 바람을 빼듯 가볍게 웃은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 없나? 햇볕이 닿지 않아야할 지하에 태양이 떠있으며, 지하수가 아닌 강이 흐르며, 초목이 조성되어 있다는게."


 모든 것이 알 굴의 힘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샘이라는 것도, 알굴이 만든거라던가 해? 아이의 질문에 데미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 떠보듯한 말투였으니까. 데미안의 머리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으나, 가볍게 말을 떼었다. 아이가 이 밖으로 나갈 일은 없을테니까. 아니, 샘은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어. 하지만 그건 알 굴의 것이지. 그렇다면 그 영광까지도 알굴의 것이어야 하지.  제물을 '알굴'에 바쳐라, 그 말이야? 그럴리가. 그저 인신공양같은 의미없고 쓸데없는 게 사라졌으면 할 따름이야.


"다만 네가 다른 이들의 걱정을 할 처지인지는 모르겠네, 너 역시 그 간택제에 참여한게 아닌가?"


"……,"


 설마 아무 대책 없이 들어온건가? 왕비를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뭐도 없는 나는 그냥 먹을 것만 주워먹고 갈 생각이었다고. 뭐 걸리면, 도망치는 수 밖에 없겠지. 그렇기 쉽지 않다는 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무엇보다 그게 가능했다면 네가 여기에 있지 않겠지. …그래서 뭐, 얌전히 당해주란 소리야? 난 죽기 싫다고. 돌이기애 힐 곳이 있단 말이야.


"뭐, 안심해. 네가 그 제물이 될 일은 없을테니까. 네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도 갈 수 없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이름이 뭐지?"


"야! 내가 먼저 물었-…"이름." "


 아이의 말을 자르고 다시한번 채근하는 데미안에 아이가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한번 더 물어야하나 하는 생각하던 차에 아이가 입을 오물거렸다. 제이슨, 제이슨 토드. 됐어? 그럼 네 이름도 말해보지 그래? 순간적으로 눌렸던 것이 분했는지 노려보며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썩 보기 좋있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지.


"축하한다 제이슨, 이번 간택제는 네 승리야."


"뭐?"


"아, 그래. 내 이름을 물었던가? 내 이름은 데미안 알 굴, 에스 알테반의 주인이자 네 반려가 될 사람이지."


 데미안의 소개에 아이, 제이슨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랫입술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이제서야 좀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입은 좀 걸긴 하지만, 아직 어리니 교육을 받다보면 데미안과 상응하는 기품을 가질 수 있으리라. 네가…그 왕이라고? 그래. 와, 왕이 왜 이런데 왜있어! 안에서 사람들이나 만날 것이지!  관심도 없는 사람들 얼굴을 봐서 무엇하겠어, 산책이나 하는게 훨씬 이롭지.


"그럼, 대체 왜 간택제 따위를 연건데!"


"말했잖아, 제물을 찾기 위함이라고."


 내가 매번 의식치르자는 말을 무시하니 작전을 바꾸더군. 왕의로써 후사를 봐야하지 않냐 국모를 얻어야 하지 않냐고 물으면서 말이지. 군주가 된 자로서 무조건 신하들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모르는 체 받아 줬을 뿐이야. 나잇대가 내게 맞춘게 아니라 제물로 바쳐지는 나잇대인데 내가 모를 수가 있나. 핑계라곤 해도 나를 위한 반려 간택제야, 내게 선택권이 있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


"네게 선택받는다고 해도 제물로 걸리면? 다른 놈들보다 내가 더 걸리기 좋잖아."


"설마. 여기 사람들은 꽤 민간신앙을 믿는 놈들이거든. 너보다는 오히려 혈통이 좋은 사람들을 고를거야. 즉 너는 우선 순위가 가장 낮은 편이야. 오히려 반려 경쟁보다 그쪽의 경쟁이 심할거다."


"…이상한 사람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어쩌겠어, 내가 안고가야할 국민인 것을. 하지만 뜬금없이 너를 반려로 삼는다고 해도 반발이 좀 있겠군. 모처럼의 간택제가 헛물이 될뻔할테니. 그래서 뭐 어쩌자고? 첫눈에 반했다라고도 말할 생각이야? …그거 괜찮네, 실제로 너를 처음 본 순산 천둥이 치는 줄 알았으니까. 야!! 그건!! 걱정마, 아무도 그게 네 배애서 났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너는 알잖아!!! 그래, 너와 나만 알지. 그러니 괜찮다고 한거야. 어짜피 놈들의 관심은 그런게 아닐테니까.

 

 



 가지. 데미안은 제이슨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손을 잡으면 제이슨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의 손을 잡지 않고 도망쳐도 벗어날 길은 있을끼? 그대로 간택제에 참여해서 안전할 확률은? 애초에 데미안은 믿을 수 있을까? 제이슨은 근본적인 물음에 고개를 들어올려 데미안을 보았다. 무엇해, 잡지 않고. 채근하는 얼굴은…제이슨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얼굴을 닮아 있기도 했다. 제이슨이 내민 손을 잡으면 그가 당연한듯 그의 품에 두며 허리를 감쌌다. 긴장하지마, 네가 긴장해도 되는 건… 내 앞에 섰을 때 뿐이게 될테니.


 데미안의 묘한 위로를 받으며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데미안과 그 품의 제이슨에게 시선이 꽂혔다. 이런 비싸보이는 파티장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영 불편했다. 집에 있을 땐 그의 형이 늘 지켜줬었는데, 지금은 의지할 데라곤 몇분전에 만난 데미안 뿐이었다. 데미안은 그 시선이 익숙한듯 성큼성큼 왕좌로 걸어갔다. 왕좌 앞에 선 데미안이 홀을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들어라.너희의 국모가 정해졌다. 데미안의 한마디에 홀이 단번에 조용해지며 데미안의 품에 안긴 제이슨에게 시선이 꽂혔다. 이제 알 굴의 일원이 될 제이슨이다.


"하오나-…!"


"누가 내 말을 끊어도 된다고 했지?"


 데미안의 말대로 제이슨을 밝히자 마자 반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꽤 윗사람으로 보이는 영감이 한발짝 나와 입을 열었으나 데미안의 서슬에 입을 다물었다. 그대들이 이 간택제를 위해 준비한 노고는 알고 있다. 따라서 간택제의 결과와 관계 없이 간택제를 위해 준비한 것은 모두 진행하도록 하겠다. 물론 왕후 역시 빠짐없이 침기힐 것이다. 데미안이 반려-…라고 말했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데미안의 연설이나, 모두가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은 것을 보고 있으면 그가 진짜 왕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그가 입에 담은 왕후라는 단어가 쓸데없이 귀를 간지럽혔다.


 공연히 귀를 만지고 있으면 말이 끝났는지 허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고개를 들어 데미안을 올려다보면 그의 눈이 곱게 휘었다.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쓸데없이 잘생겼다. 자리에 앉지, 아니면 내 무릎에 앉길 원하나? 왕후가 원한다면 응당 그렇게 하겠다만. 데미안의 말에 제이슨이 질색하며 그의 다리를 쳤다. 나름 살살친다고 쳤는데 찰싹 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깜짝 놀라 주변을 훑었으나 이곳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데미안의 말대로 그들의 용건은 왕후보다는 제물에 더 관심이 있던 모양이었다. 데미안의 안내에 따라 그의 왕좌 옆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다 계속 느껴지는 시선에 조금 데미안 쪽으로 붙어 앉으면 데미안이 제게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지?"


"아니, 저쪽에서 누가 자꾸 날 쳐다봐서."


 고개를 든 데미안이, 작게 탄사를 흘렸다. 아-.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내 어머니다.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든 제이슨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데미안과 닮아 있는 여성이 그곳에 있었다. 혹시 저 사람은 제이슨이 마음이 들지 않는 걸까.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가 이곳으로 척척 다가와 제이슨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데미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 아이가 마음에 드니?"


"이외에 마음에 차는 이가 없더군요."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은 잘하는구나. 그래, 누구 아들인지 취향 참."


 그의 말에 데미안이 눈썹을 찌푸렸다. 탈리아-. 어머, 오해마렴, 나는 네 편이란다. 누가 자기 어머니 이름을 턱턱 부르냐고. 데미안의 행동에 제이슨이 당황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이런게 익숙한걸까, 아니면 그가 왕이라서 그런걸까. 이 사실을 그이가 알게되면 참 볼만할텐데. 다소 아쉬운 어투로 알수 없는 말을 하며 떠나간 그를 살펴보던 제이슨이 다시 데미안에게 고개를 돌리자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탈리아 알 굴. 내 어머니이자, 원로 중에 하나야. 원로들 중에는 유일하게 나와 의견이 맞는 분이지. 의견? 그래, 핏을 위한 제물이 필요없다는 의견. 그럼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한거야? …퉁명스럽다고? 다시 되돌아온 데미안의 질문에 제이슨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았던 것은 아루래도 익숙하기 때문인 듯했다. 내 외조부께서 높일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 어머니도 동의하셨고.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했을 뿐이야. 하기사 기분 나빠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간택제의 마지막 순서는 신비의 샘에 다녀오는 것이였다. 물론 데미안이 알 굴의 것이라고 못박아 놓은 만큼 샘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핏의 형태를 본뜻 신전의 샘에 들렀다 오는 것이라고 했다. 신비의 샘의 물을 길러 사용했다고는 하나 이미 상당히 묽어져 그 힘은 모두 빠져있을 것이라고 했었지. 후보자들은 전부 그 샘에 손을 담그어 보는 것으로 후보를 추린다고 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 가짜 핏이 한번도 반응한 일이 없었으므로 이것도 그저 하나의 의례적인 것에 불과하고 이후 원로들의 의견에 의해 제물이 정해질 것이라고 데미안이 말했다. 그의 측근일 탈리아까지 그렇게 말했으니 아마 틀림 없겠지.


 비록 진짜 핏은 아니라도 신성한 장소로서 데미안 역시 이 의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제이슨은 실제로 행하는 후보였고 데미안은 원로와 같은 측이라 같이 있을 순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었다. 이상도하지, 알고지낸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존재만으로 안심이 된다니. 데미안은 제이슨을 왕후로 간택했으나 제이슨에게 손대지는 않았다. 어린 아이에게 손대는 취미는 없댔나? 대신 제이슨이 알아야 할 것을 가르치곤 했는데 제이슨이 생각보다 잘해낼 때는 칭찬도 해주었다. 그게 기분이 좋아서 기뻐서-… 어쩌면 데미안을 만난 그날, 번개를 맞은건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제 차레가 되어 샘으로 나아갔다. 이게 뭐라고, 그저 샘에 손 한번 담글 뿐인데. 가슴이 쿵쿵 뛰었다. 답지 않게 침을 꿀꺽 삼키고 손을 뻗어 샘에 넣었을 때였다. 손 끝 밖에 닿지 않았는데 샘의 수면이 파르르 떨리더니 녹색이 섞인 물결이 튀어올랐다. 샘이 반응한 것이다. 제이슨이 놀라 데미안을 살폈으나 그의 얼굴도 당황에 물들어 있었다. 그 역시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데미안 옆의 원로들도 다르지 않은 표정이라 그 누구도 짜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즉 이건-…


"신비의 샘께서 선택을 하셨어…"


 원로 중에 하나가 제이슨의 심정을 대변했다. 누구도 짜지 않았으면서 그 이전에도 반응하지 않던 샘이 왜 이제와서? …하지만 저분께선 왕후가 아닙니까!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제이슨은 일어나지 않던 일이 왜 자신에게만 일어났는지 혼란에 빠졌으나 곧 귀에 꽂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맞다 데미안이, 저를 반려로 삼았었다. 무슨 말은 하는가, 이게 바로 데미안님께서 증거가 아닌가! 핏의 선택과 같다니, 샘께서 데미안님을 우리게 보내셨다는 말이 아니면 뭔가! 그렇다면 왕후께선-…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이들은 데미안의 불쾌한 기색에 입을 다물었다. 그야 그렇겠지 일어나지 않을거라 호언장담하던 일이 일어났다. 자존심 강한 데미안 견딜 수 있을리가.


'짝!'


"신성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함께 참가한 분들이 쉬시기 위해서도 우선 돌아가는게 어떻겠습니까?"


 한번의 박수로 시선을 모은 탈리아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 있어봤자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제이슨에게 신탁이 일어난 순간 다른 이들은 돌아가는 것이 맞기도 하고. 아마-…데미안은 원로원의 입김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원로원들이 신뢰하는 것은 데미안의 외조부인 라스 알굴이었고, 데미안은 강력하긴 하나 아직 왕으로서의 기반이 약했다.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과 별개로 그들은 데미안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고 도시 때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들었으니까.


"자, 왕후께서도 돌아가시지요."


 아이들이 돌아가고 우두커니 서있는 제이슨이 어깨를 감싼, 탈리아가 제이슨을 재촉했다. 그녀의 인도에 따라 제이슨은 제 방으로 돌아왔다. 데미안이 저를 왕후로 간택하며 주어진 넓은 방. 그곳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뭐, 제이슨 토드의 인생이 그렇지 뭐. 왜 핏이 반응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게 데미안에게 중요한 기점이 되리란 건 알고 있었다. 핏과 데미안은 같은 선택을 했다. 이것을 신성히 여기며 기뻐했지만 데미안이 제이슨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 믿음은 불신으로 변할 것이다. 반대로 제이슨을 내어준다면 데미안은 다시 없을 광신도들을 얻게 될 것이다. 이거 득실이 너무 확실하지 않아?


"…그래 좋게 생각하자, 죽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게 어디야."


 어짜피 제이슨은 납치될 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다. 몸값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이런 외진 곳으로 데려온 것은 놀라웠지만. 제이슨은 그래도 살고자 해서 그곳에서 도망쳤다. 제이슨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실력자들이 제이슨을 찾아다녔고 그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들어온 간택제 공고, 그래도 왕궁이라면 저 사람들도 어찌할 수 없겠지 싶어 왔다가 왕후가 되고-… 경험할 수 있는 호사는 다 누렸지. 그러니까 괜찮았다, 죽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데미안에게 도움이 된다면. 애초에 애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새 왕후를 맞으려나, 데미안은 저래뵈도 안목이 높으니 상당히 미인일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조금 싫네."


 침대에서 내려온 제이슨이 문간에 가가 귀를 기울였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사박사박하고 천이 부대끼는 소리가 들린 것을 보아 보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는 제이슨을 지킬 이들이었으나 제이슨이 샘의 선택을 받은 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지키는 간수나 다름 없었다. 가능하다면 베란다를 통한 길일 것이다. 침대보를 이용한다 해도 놓은 위치인데다, 암살자 훈련을 받은 이들이 제이슨의 수상한 움직임을 그냥 둘까? 여러 궁리를 해도 도망칠 가능성도 없었다. …도망칠 생각도 없었지만. 다시 침대에 걸터 앉으면 문 밖이 소란스러웠다.


 "비켜."


 노기가 섞은 데미안의 목소리. 하, 하오나. 꺼리는 이의 목소리에 데미안이 소리 내었다. 감히 누구 앞을 막지?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벌컥 열렸다. 데미안이 침대에 앉은 제이슨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어서와 데미안, 결과는 어땠어?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제이슨의 질문에 데미안이 엉뚱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러나 그 의미만을 알거 같아 방긋 웃었다. 내가 가긴 어딜가, 내가 네 반려인데. 바람 피워도 된다는거야? …그럴리가.


"너희들은 나가 있어."


"하지만-…."


"왕후의 말을 듣지 못했나? 여기에 있겠다고 했다만? 아니면 날 무시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데미안이 그들을 쓰윽 훑어주자 그들이 사색이 되어 얼을 문을 닫았다. 문밖을 신경쓰던 데미안의 어깨가 내려가 그들이 문에서 떨어진 것을 안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뭐래? 역시 제물로 바치래? 역시라니, 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았어? 내가 어떻게 도망가, 저 아저씨들이 나보다 강하다고. 성 밖까지는 어떻게 도망치고. 그리고 내가 도망쳐버리면? 네 자리가 위태해지잖아.


"그런 놈들, 위협도 안돼."


"언제는 안고가야할 국민들이라며? 이야아 며칠이 지났다고 의견을 바꾸어, 완전 사랑꾼 납셨네!"


"제이슨-,"


"나도 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야, 납치되서 살아있는게 기적이지. 그냥 그때 죽었어야 했던거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산게 더 용하지 않아? 그러니끼-…"


"그만. 누가 널 죽게 둔다고 했지? 난 내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원로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데미안."


 난 네가 그 의식을 없앨거라고 의심하지 않아. 그게 지금이 아닐 뿐이고. 너랑 닮은 사람을 알아, 그 사람은 날 지옥에서 구해줬지. 너처럼. 나 사실 그대로 성 밖으로 나왔다면 날 찾으려하는 사람들 손에 죽었을 거야. 네가 날 살려준 셈이지, 그게 아니더라고 결국ㄱ은 굶어 죽었겠지. 여기 사람들 무섭더라 진짜 꼼짝을 못하겠더라니까. …그러니까, 은혜갚기라고 생각해. 기다려 제이슨, 네가 꼭 그럴 필요 없어. 널 닮은 사람을 찾아서-…


"그건 내가 싫어."


"제이슨!!"


"선택받은건 난데 왜 다른 사람이 죽어야해? 애먼칼에 죽는거잖아, 난 그걸 받아들일 수 없어."


"그게 뭐, 네가 죽는 것보단 낫잖아."


"아니, 나는 그럴 수 없어. 나는-… 보이 원더니까."


 보이 원더? 그게 무슨-… 하여튼 그렇게 됐으니까 네 의견은 못들은 걸로 할게. 제이슨 설명해, 그게 대체 뭔데? 알 필요 없어, 죽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람? 에초에 내가 살아 네 반려가 되도 상관없는 일이야. 이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래도 그건 내 자랑이니까, 그 일에 반하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어. 제이슨의 말에 데미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가 묘하게 고집있는 건 알았지만 여기서 그런 고집을 피울 줄 몰랐다.


"그래서 의식일이 언젠데?"


"…그게 왜 궁금해."


"여명 며칠, 이런 거 꽤 멋있어 보이지 않아?"


"…알 필요 없어, 네가 죽는 일은 없을테니까."

 

 



 데미안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제이슨은 어떻게든 알게 되었다. 당일날 알게 될 줄은 몰랐지만. 문이 벌컥 열려 목욕재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아니 머리는 아닌가? 깨긋하고 하얀 천으로 제이슨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에는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월계수 가지를 엮은 월계관을 씌웠다. 이거, 그리스 신화에나 나오는 차림 아닌가. 거기에 푹신푹신한 쿠션을 올린 가마에 올라탄 제이슨은 가만히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제를 올리기 전 우두머리에게 인사하는 관습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 데미안에게로 가는 것이겠지. 가만히 알현실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났다. 제이슨이 양부에게 주워지기 전 자주 맡았던 쇠냄새, 그곳은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제이슨은 싫어도 그 냄새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즉 이건.


 "…피냄새."


 불안한 생각에 그들을 말리려는 순간 알현실 문이 열렸다. 드디오 왔군,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어. 왕좌에 앉아 기다리는 데미안은 피가 흥건한 검을 바닥에 짚고 있었고 그 곁으로 그가 벤 듯한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관경에 제이슨은 제 입을 가렸으나 함께한 원로원들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데미안은 제이슨에게 눈길을 주더니 원로들에게 말했다. 가마를 좀 가까이 대어 주겠나? 왕후의 마지막 가는 길이야, 가까이서 인사하고 싶은데.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원로들이 일꾼들을 시켜 가마를 왕좌 앞에 놓았다. 친히 걸어 제이슨 곁에 까지 걸어온 데미안이 제이슨을 보고 혀를 찼다.


"쯧, 내가 아무래도 겁을 준 모양이야. 너를 무섭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무서워하지마 제이슨, 널 위해 든 칼이야. 내 칼 끝이 너에게 향할 일은 없어. 향해야하는 건 내 것을 감히 핏 따위에게 바치려한 저놈들이지. 데미안님? …내가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내 부인이라는 건 결국- 국모란 소리지 않아? 감히 어머니를 팔아넘기려하는 후레자식을 내가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말하며 데미안이 칼을 휘둘렀고 제이슨 곁에 있던 일꾼들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본 제이슨이 눈을 질끈 감았다.


 데미안님! 저희에게 이럴 수 없습니다. 저희는 에스 알테반을 위하여-…! 너희가 잊은 모양인데 에스 알테반은 더이상 도시가 아니야, 내 나라지. 나야말로 에스 알테반이며, 에스 알테반이 나지. 내게서 등을 돌리는데 그게 어떻게 에스 알테반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는데? …아아, 데미안님!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외조부깨서는 흔쾌히 허락하셨을 겁니다! 아, 외조부.


"그러고보니 그대들은 모르던가? 외조부를 끌어낸게 이 나라는 것을."


 외조부깨서는 스스로 내려오신게 아니야, 내가 내려오게 한 것이지. 못믿겠다면 탈리아에게 물어도 좋다. 그분께서 날 도와주셨거든. 탈리아님이 어쩨서-… 당연한것 아닌가? 내가 알굴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지.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 그대들에게 다시 묻지. 아직도 왕후가 샘을 위한 제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시, 신비의 샘께 왕후를 바치면 더욱더 강하고 오랫동한 축복이 내릴 것입니다. 원로들께서는 소신이 있으셨네, 참 유감이야. 탁.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홰액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털썩하고 연거푸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척척 제이슨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눈 떠도 돼, 다 끝났으니까."


눈을 뜨면 단정한 모습의 데미안이 보였다.꺼내놓았던 칼은 집에 넣은 상태로 멀끔한, 물론 벨때 튄 피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제이슨은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다잡으며 짐집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제이슨의 경험상 이럴때일 수록 겁을 먹은 티를 내선 안됐다.


"국모라더니, 키워야할 아이들을 다 죽이면 어떻게 해?"


"잘된거지 뭐, 난 아들들이라도 내 아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데미안이 담담히 대답을 돌려주자 제이슨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는 분명 제이슨을 위한 일이었다. 그 방식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그 결과 제이슨은 살수 있었다. 개똥 밭에 글러도 이승이 좋다고 살아남은 것은 물론 기쁘지만-… 이렇게 많은 군신들을 죽였으니 데미안은 아마 이곳에 머물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에게 데려가도 될까? 사람을 죽인 걸 알면 가만 있지는 않을텐데, 제이슨은 눈동자를 또르르 굴렸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고, 제이슨은 데미안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터전을 알아봐야할까? 근데 저 성질 머리를 받아줄 만한 곳이…있을끼?


"어머, 내가 늦은 모양이네."


"탈리아."


"어, 어머님?"


 어머, 어머님이라니 깜찍한 호칭이네. 제이슨이 저도 모르게 돌려준 호칭에 그녀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있었던 거지? 데미안의 질책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했잖니, 너희 편이라고. 그래서 지원군을 불러왔단다, 이미 늦은 모양이지만. …지원군? 네 처의 부모를 알고 있었거든, 네 처가 여기 있다는 걸 슬쩍 알려주었지.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었던지 흘리자마자 바로 찾아오더구나. 그게 누구-…


"제이슨!!"


 데미안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커울을 뒤집어 쓴 남자가 제이슨의 이름을 부르며 등장했다. 그리고 그는 데미안도 익히 알고 있었는 사람이었다 그의 생물학적인 아버지였으며 고담의 밤을 지키는 다크 나이트-… "배트맨!" 제이슨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안겼다. 내게도 저렇게 안겨준적 없으면서. 제이슨을 꼬옥 품에 안은 배트맨은 곧 아이를 떼내어 어딘가 다친 곳이 없나 꼼꼼히 살폈다. 무사한걸 안 그가 한숨을 내쉴 떼 뒤늦게 또 검은 카울을 쓴 붉은 새가 등장했다. 제이슨! 그 역시 제이슨을 알고 있었고, 데미안의 심기는 한층 나빠졌다.


"레드 로빈!"


 제이슨은 여전히 밝은 얼굴로 그에게 안길려고 했고 배트맨 까지는 봐줄 수 있었으나 레드로빈까지는 견딜수 없었던 데미안이 제이슨의 덜미를 잡았다. 이게 무슨 짓일까, 데미안 알굴? 레드로빈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물었다. …아내가 외간 남자에게 안기는 걸 막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외간이라니 난 그애의 형-… 뭐? 따지려던 레드후드가 놀라 되물었다.


"내 아내라고 했다만?"


 데미안의 폭탄 발언에 배트맨이 곁의 탈리아에게 시선을 주었고 그가 말했다. 안그래도 당신에게 이 아이의 신변을 부탁하려던 참이야. 데미안이 아내를 지키려고 좀 거나하게 일을 쳤거든. 전에 데미안을 당신을 자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가, 덕분에 호적장ㄹ;기 편하겠네. 잘 봐줘 당신 사위잖아. 설마 당신 아들을 지키고자 누리던 모든 것을 포기한 사위를 버리지는 않겠지? 고담의 기사를 저처하는 당신이? 


"…돌아가지."


"배트맨!"


 난 가겠다고 한적 없다만, 데미안이 팔짱을 끼고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니? 네 아내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모양인데. …안돼? 데미안? 제이슨이 고개를 기웃이며 올려다 보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가살이보단 신혼을 좀 더 즐기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이슨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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