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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님의 원본 썰 : https://twitter.com/_RUBY_RED_/status/1386326122921533441?s=20&t=5BX-l_Bqtor7g3ap6jQj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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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했었을텐데요, 가이드는 필요없다고."
…그럼 그렇지. 브루스의 소개에 안색을 굳히고 말하는 팀의 말에 제이슨이 눈을 좁혔다. 그래, 어째 제게 썩 좋은 이야기가 온다고 했다.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음식! 이 모든 것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따라오긴 했으나 그 자제께서 이렇듯 반대하니 제이슨의 고용은 없던 일 모양이었다. 이 고용주가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 위자료로 몇 푼이라도 쥐어준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랬었지, 하지만 네게 가이드는 필요해. 이건 네가 고집 부린다고 해결 될일이 아니야."
"고집? 지금 고집이라고 했어요?"
브루스의 말에 팀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표현에 더욱 빈정이 상한 것이다. …쯧. 브루스의 옆에 선 동행 데미안이 팀의 반응을 보고 작게 혀를 찼다. 그러고보니 그는 제이슨을 처음 보았을 때 영문모를 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유우명한 바람둥이 브루시와는 다르게 그의 아들인 데미안은 과묵하고 험악한 인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저를 보고 움찔거리긴 했으나 도리어 뻣뻣히 서는 제이슨을 보고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그래, 그정도는 되야 버티지. …생각해보면 그는 팀이 제이슨을 반기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반대할 것이란 것도, 그리고-… 제이슨은 그의 등쌀에 맞서 버티길 바랐겠지.
"어쨌거나 가이딩은 필요없어요, 안정제로 충분해요,"
"―가이드가 필요없다면 아인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구나."
제이슨은 브루스와 팀의 언쟁을 한발짝 뒤에서 지켜보았다. 센터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에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저를 반기지 않는 팀을 보고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 성질머리를 받아주는 것보다는 센터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직원의 말에 따르면 가이드를 필요로하는 센티넬은 아주 많았고, 다음 센티넬과 이어지기까지 머무는 센터 생활은 솔직히 거리에서 지내던 때보다도 훨씬 좋았으니까.
"그러시던가요. 애초에 당신이 이렇게 무턱대고 아이를 데려올 줄은 몰랐네요."
팀은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이내 그렇게 대답했고 이번엔 브루스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아버지가 당했군. 데미안의 첨언으로 파악해보자면 팀이 물러설것을 기대하고 강수를 두었으나 팀이 넘어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제이슨은 이대로 돌아가는 걸까? 차라리 지금 이러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이곳의 것을 누리다 나가게 된다면 견딜수 없으리라. 팀은 그리 말하고 제이슨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브루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 제이슨. 널 보내진 않을거다란다."
제이슨은 조심스레 자신을 잡을 브루스의 손을 놓았다. 괜히 기대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제이슨이 제 손을 놓는 것을 느끼건지 이마를 집던 브루스가 제이슨의 시선에 맞추어 앉아 말했다. 그건 그냥 으름장이었단다, 그래서 팀도 넘어가지 않은 거겠지. 너를 돌려보내지도 않을거고, 팀은-… 정말로 네가 필요하단다. 하지만, 걔는 내가 필요없대잖아요. 제이슨은 목끝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지 않았다. 팀이 말한 것은 이 자리의 모두가 들었고, 굳이 입밖에 내서 비참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걘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을 뿐이야 제가 한계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거지, 하여간에 고집은."
데미안은 한심한 듯 말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 걱정이 담긴 것을 제이슨은 모르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면 가이드를 데리러 가는 일에 데미안이 동행하지도 않았을 것이고-…제이슨은 진정으로 받아보지 못한 것이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부럽네. 팀은 제이슨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제이슨도 그를 썩 좋아하지 않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제이슨은 아마 그의 가이드가 되겠지. 혹은 쫓겨나거나.
브루스가 장담한 대로 제이슨은 웨인저택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손님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뭐, 손님은 맞았다 팀의 가이딩을 위해 온 손님이니까. 그마저도 팀이 거부하고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아니, 그래서 더 불편한 걸지도 모르겠다. 응당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저택에서 편히 지내지 못하는 것이리라.
…또 먹고 있네. 팀의 가이딩 외에는 달리 할일이 없는 제이슨은 저택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과였다. 서재의 책도 맘껏 읽을 수 있었고 저택의 집사에게 부탁하면 언제든 맛있는 간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한두번이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제이슨은 이윽고 제 담당이 될 팀을 관잘하는 것을 취미로 두었다. 제이슨과 달리 팀은 무척 바쁜 사람으로 아침 일찍이면 회사로 출근해 집에 오면 남은 업무나 사이버대학의 강의를 듣곤했다. 평일이건 휴일이건 외출하는 일이 적은 데미안과는 천지 차이였다.
늦은 밤에도 무언가 하는 것 같던데-… 이러니 몸이 남아나질 않지. 팀은 인정제를 지속적으로 먹고 있었으나 쌓이는 피로와 충분하지 않은 수면이 그의 몸을 망치고 있었다.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감각이 안정제를 먹는다고 퍽이나 가라앉겠다. 그럼에도 제이슨이 지척에 다갈려고 하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더 속이 탔다. 제이슨을 처음으로 데려왔던 그날 이후 브루스는 팀을 설득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믿는 것 같았는데 제이슨이 보기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저러다 쓰러지지. 애초에 독단으로 데려오질 말던가 설득을 도와주던가. 제이슨이 가이드라도 말조차 섞지 않는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결국 일은 터졌다. 일단 팀의 가이드로 저택에 온지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어 그의 방을 어슬렁 거리고 있으면 방 안에서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놀라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면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쓰러진 팀이 보였다. 그렇게 안정제로 버티더니 임계치에 달한 것이다. 제이슨은 놀라 달라가 팀을 살폈다. 그러나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수 있는 제이슨의 지식 만으로는 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를 두고 아랫층의 알프레드를 부르러 가려 했을 때였다. …으으, 신음 소리를 내는 팀을 보고 깜짝 놀라 그를 살펴보면 제이슨이 놀라 다가갔던 얼굴보다 조금 혈색이 좋아진 걸 알 수있었다.
아, 가이딩. 그를 살펴보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제이슨은 팀과 접촉하고 있었고 상대방과의 접촉은 가이딩의 최소 조건이었다. 제대로 된 가이딩 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급하면 상대에게 손을 대라는 조언을 들은 적은 있었다. 이게 가이딩의 힘인가? 제이슨은 얼떨떨해하면서도 팀의 머리를 제 무릎에 놓였다. 그리고 손으로 팀의 이마를 훔쳤다. 묻어남 땀을 옷에 문질러 닦은 후 다시 팀의 이마 위에 올렸다. 확실히 닿는 면적이 넓으면 효과가 좋은지 팀의 안색이 훨씬더 좋아졌다.
"그러니까 가이딩 좀 받지, 그게 뭐라고 이렇게 쓰러져."
정신을 잃은 고집쟁이에게 한마디 쏘아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무릎배게를 한 것이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어딘가를 주무르는 것보다는 나을거라 위로했다. 이대로 깨어날 때까지 있어주는 게 좋겠지만 팀 성격에 가이딩을 받았다는 걸 알면 이제 문을 잠궈두겠지. 조금 일찍 자리를 떠 팀이 쓰러진 틈을 타서 가이딩을 하는 것이 좀더 장기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놀라 들어오는 바람에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한 제이슨은 이대로 팀의 얼굴을 조금더 감상하기로 했다. 저만 보면 항상 표정을 일그러트린 터라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팀의 머리는 조금 긴 편으로 목을 살짝 덮을 정도였고 눈썹은 정갈해 그의 이미지와 썩 맞았다. 속눈썹도 길고 이목구비도 선명했다. 전형적인 선가는 미인의 얼굴이었다. 이게 바로 소위 '도련님' 마스크인가. 눈을 뜨면 시린 눈동자를 볼 수 있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보면 특별히 운동은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몸이 썩 다부졌다. 몰래 빠져나가는 그 시간에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 그렇담 굳이 제이슨을 빼놓고 갈 일이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들 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작은 소리였으나 조용한 터라 더 없이 선명하게 들리는 터라 고개를 들면 담요를 들고온 저택의 집사가 그곳에 있었다.
집사, 알프레드는 제이슨이 여기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을 보아 담요는 쓰러진 팀을 위한것이며 이런식으로 쓰러지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곧 제이슨의 모습을 살핀 그가 인사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가이딩을 해주시고 계신거군요. …팀한텐 비밀이에요, 걔가 알면 싫어할거에요. 어쩌면 문을 걸어잠글지도 몰라요. …오 그건 좋지 않군요, 담요도 건네드릴수 없겠어요. 그리 말하며 제이슨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은 알프레드가 제이슨에게 제안했다. 곧 쿠키가 완성될 예정입니다만,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것은 팀이 곧 일어날거라는 경고도 포함해 있었고 제이슨은 조심스레 팀의 머리를 카펫에 내려놓았다.
"무슨 쿠키인데요?"
"크랜베리쿠키입니다, 브루스 주인님께서 좋아하시죠."
알프레드의 말에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쿠키에 입을 데지 않는 브루스였으나 크랜베리 쿠키만은 항상, 꼭 하나라도 챙겨 먹었으니까. 사실 데미안 도련님과 티모시 도련님도 좋아하신답니다. 제이슨님께서는 어떠신가요? 오, 물론 저도 좋아해요. 물론 알프레드가 해주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지만요. 그거야 매우 기쁜 말씀이시군요. …저도 제이슨님께서 티모시 도련님의 가이드라 무척 기쁘답니다. 그 분께서는 고집이 좀… 쎈 편이시지만 자신의 잘못도 인정할 줄 아는 현명한 분이시죠. 부디 도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빼꼼, 문을 슬쩍 열어보면 여전히 쓰러진 팀이 보였다. 그날 이후 매일같이 그를 가이딩하러 오는데도 팀은 이시간엔 어김없이 쓰러져 있었다. 하여간에 무리하기는, 하나라도 내려놓으면 좋을텐데. 긴장해서 소리도 내지않던 제이슨은 제법 익숙해졌다고 허물없이 목소리를 내었다. 어짜피 기절한 사람에게 들릴리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기도 했다. 으쌰. 오늘도 팀의 머리를 제이슨의 무릎위에 올려두며 팀의 눈덩이를 손으로 덮었다. 항상 무언갈 보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래도 가이딩을 한지 꽤 된거 같은데, 늘 이시간엔 쓰러지네."
좀 나아진 줄알았는데, 가이딩 시간이 문제인걸까? 아니면 내가 별론가. …팀, 내가 별로라면 다른 사람을 찾아서라도 가이딩 좀 받아. 이러다 네가 쓰러지는 게 아니라 아주 확 가버릴까 걱정이야. …아프지마, 쓰러지지도 말고. 제이슨은 기절한 팀에게 이런저런 이여기를 꺼냈다. 아, 시간 다 됐다. 가져온 모래시계가 모두 내려간 걸 본 제이슨이 다시 팀의 머리를 카펫에 내려놓았다. 몰래 가이딩해서 미안해, 그래도 그대로 둘순 없잖아 그치? 제이슨은 한번 팀에게 눈길을 주며 말했다. 아, 듣지도 않는 사람에게 뭐하는 짓이람. 제이슨은 허허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문이 닫히고 제이슨의 그 자리를 떠나자 팀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어째 요즘 상태가 점점 좋아지더라니 아이가 몰래몰래 자신을 찾아와 가이딩을 해준 모양이었다. 제가 닿는 것도 싫어하니끼 몰래 할수 밖에 없겠지. 아, 정말. 아직 어린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지. 브루스의 독단에 화가 났긴 했지만 팀의 목소리에 그대로 노출 될 아이를 신경써야했다. 욱하는 바람에 시설로 돌려보내라는 말까지 했었지. 그럼에도, 그럼에도 아이는 팀을 신경써서 가이딩을 해준 것이다.
요 근래들어 몸 상태가 좋아진 시기를 추정해보면 이런식으로 가이딩한 것이 꽤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이딩을 받은 날, 오랜만에 개운한 느낌을 받아 식당으로 내려왔을때 알프데드가 묘한 웃음을 지었던 것도 떠올랐다. 그도 공범인 모양이었다. 아니 알프레드가 챙겨주던 담요는 그전부터 있었으니 몰래하던 제이슨과 맞닥드린거겠지.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
팀의 몸이 임계치에 다달은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가이드가 필요하단 것도. 사실 두 센티넬에 대한 경쟁의식도 없잖아 있었을 것이다.그 부자는 드물다던 혼자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센티넬이었으니까. 특히나 사사건건 팀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데미안의 앞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었지. 그러나 그런 어른스럽지 못한 대응이 오히려 두 사람에겐 부족한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괜한 고집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모자라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브루스의 말에 따르면 센터에 머물기전엔 홈리스로 지냈다고하던데 그때 기른 눈치로 팀들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음에도 애써 파고들지 않는 면도 좋았다.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라선지 그저 손님이라 그런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몰래 그것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어느정도 가이딩을 해온 아이의 헌신은 팀의 저울을 기울이기에 충분했다. 비밀은-…알고 있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았다.
"아."
다음날 어김없이 가이딩을 하러 온 제이슨은 깨어있는 팀을 보고 멈칫했다. 기절한 줄 알고 노크도 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놀라서 소리까지 내었으니 제이슨이 온것을 팀이 모를 리가 없었다. 어떤 날카로운 소리가 돌아올까 싶어 움츠리고 있으면 문 소리를 들은 팀이 돌아보았다. 거기서 뭐해, 들어오지 않고.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불호령대신 썩 다정하면서도 의문 섞인 목소리였다.
"가이딩하러 온 거 아니었어? 들어와."
게다가 제이슨이 왜 이곳에 온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이슨이 가이드라는 사실만으로 노려보기 바빴던 팀이! 꿈인가 싶어 게슴츠레 뜨면 팀이 의자를 돌려 문을 마주하며 웃었다. 아하하, 꿈같아? 그럼 한번 만저보면 어때? 이리와. 다시금 재촉하는 소리에 제이슨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누가 오라면 못올줄 알고. 그런 마음에 당당히 다간 제이슨이 가만히 있는 팀에게 손을 뻗었다. 어라, 그런데 이땐 어떻게해야하지? 언제나 기절한 팀을 댓ㅇ으로 했기에 깨어있는 팀에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순간의 망설임에 머뭇거리는 제이슨의 손을 잡아 팀이 제이슨을 안아 올렸다.
의자 위로 덜렁 들려올려진 제이슨은 팀의 포옹에 바르작거렸다. 불편하기도 했고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팀의 한마디에 움직임이 뚝 멎었다. 가이딩이란건 이런거구나, 굉장히-… 안심돼. 언제나 정신을 잃은 팀을 대상으로 했기에 실제 소감은 처음이었고, 비로소 정말로 가이딩을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제이슨, 나 때문에 많이 상처 받았지. 내가, 내가 너무 어른스럽지 못했어."
그것은, 제이슨의 인생을 통틀어 제이슨이 어른에게 받는 최초의 사과였다. 제이슨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이도 많았고 제이슨의 의지를 중요히 여겨 설득하거나 의사를 묻는 사람들도 적게는 있었으나 그에게 사과를 건내는 것은 팀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사과를 받는다는 것은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 진작에 말했어야 했는데… 내 가이드가 되어주겠니? …네가, 그렇게, 원한, 다면야. 목소리가 잘 잠기어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활콱 눈물이 나는지 제이슨은 제 흉한 얼굴을 숨기기 위해 팀의 목을 꼭 끌어 안았다.
‥훌쩍. 아이의 훌쩍이는 소리가 팀의 귓가에 선명히 들렸다. 나름대로 숨기려한 모양이지만 귓가에서 훌쩍여봤자 선명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그동안 아이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를 생각하면 입안이 썼다. 브루스는 아이를 돌랴보내지 않았지만 워낙 공사다망한 사람이라 아이를 돌볼 수 없었고, 데미안-… 그는 애초에 다정히 대하는 방법을 몰랐다. 유일한 희망이 알프레드였으나 알프레드의 위치상 아무리 잘해줘도 외부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제와 사과한다고 아이의 성처가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팀은 그저 미안함을 담아 아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 집에 온지도 꽤 되었는데 여전히 마른 몸에 더 애가 탔다.
"가이드와 연결 수속을 받고 싶어요."
모두가 모인 저녁 식사 시간 팀이 말을 꺼냈다. 아이는 그 길로 울다 지쳐 잠들었고, 팀과 알프레드는 아이를 위해 저녁을 따로 차리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가 없는 저녁 시간 팀이 제 의지를 들어내면 데미안이 들어나지 않게 비쭉 입꼬리를 올렸고 브루스가 반가운 기미를 띄었다. 그도 못내 아이가 신경쓰였을 것이었다. 차라리 돌려보내는 쪽도 생각해봤겠지. 그러나, 이제는 팀이 아이가 아니면 안돼었다. 그렇게 상냥하고 믿음직한 가이드를 또 찾을 수 있겠는가.
"잘됐구나, 각인 수속은 밟겠니?"
"아뇨, 각인까지는 필요 없어요."
안그래도 저 때문에 마음 고생한 아이인데, 우선 순위까지 제게 내어달라고 할순 없죠. …하지만 그 아인-. 대신, 저희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시크릿아이덴티티에 대해서. …드레이크.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데미안. 게다가 그 아인 우리가 이미 밤마다 어딘가로 간다는 걸 알고 있어. 모른척할 뿐이지. 그냥 모른척하게 둬, 알아봤자 좋을거 없어. -그만하렴, 데미안. 팀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 그걸 말하면 그 아이도 더는 자유로워질수 없어. 알고 있어요, 제가 책임지겠어요.
"…아이를 무척 신뢰하는구나."
"네, 뭐-… 그 아이 이상의 좋은 가이드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 네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렴."
"아버지!"
데미안, 너무 가시세우지 말거라. 제이슨이 팀의 전속 가이드가 된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는 그 아이에게 밤마다 사라지는 이유를 팀이 이따금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해. …그렇지만 그 앤 각인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요, 자칫 다른 사람과 각인을 맺어 우리 이야기를 흘릴 수도 있다고요. 드레이크가 각인을 하든 하지 않는 그건 두사람의 문제지만, 각인을 하지 않는다면 시크릿아이덴티티를 밝히는 건 반대야. 각인의 관계에 매달리는 건 센티넬 뿐이야, 제이슨이 가이드이니 그럴리가 없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거다, 드레이크. 내가 아버지의 뒤를 따랐듯. 너와 내가 결국 서로를 받아들였듯. 세상에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그 애가 다른 생각을 먹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의구심은 언제나 가져야해. …네가 뭐라든 브루스는 허락했어. 아니, 넌 못해. 완벽주의인 네가 내가 반대함에도 할 수 있을거라곤 생각안하거든. 데미안의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려 웃으며 말했다. …분하게도, 분하게도 사실이었다. 사실 말해주는 것에 어려움은 없겠으나, 아이를 생각하면 만장일치로 허락을 받았다는 게 아이에겐 썩 좋은 이야기 일테니까.
"어떻게 해야 허락해줄건데?"
"각인."
"각인은 할 수 없다고 했잖아."
데미안의 단호한 태도에 팀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를 누르고자 미간을 누르던 팀이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좋아, 어떻게든 제이슨이 말하지 않을 거 여기면 되는거지, …그래. 데미안이 긍정하며 팀을 응시했다. 그의 안에 무언가 결정을 내린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팀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띄우며 데미안에게 선언했다.
"제이슨을 내 사이드킥으로 삼겠어."
"사이드킥을 두겠다고?"
그래, 어짜피 제이슨이 지금 하는 일도 그런 것이잖아. 페트롤 돌면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제이슨이 내 사이드킥으로 들어오면 편할거야. 그리고 제이슨도 마찬가지로 시크릿 아이덴티티가 생긴다면 우리 이야기를 발설할 수도 없을테니까. …머리가 좋은 건지, 극단적인건지. 그래 네 말대로 그애가 네 사이드킥이 된다면 나도 반대하진 않겠어. 그건 결국 자신을 위한 일도 될테니까.
팀! 집으로 돌아온 레드로빈을 제이슨이 끌어 안았다. 아직까지 훈련기간은 제이슨은 함께 패트롤을 나갈 수 없으나 그들이 패트롤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늘 기다리곤 했다. 그만큼 무리하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끼리끼리 논다더니 팀이 무리하지 않게 되니 제이슨이 그들의 뒤를 쫓고자 무리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이번엔 늦게까지 그들을 기다리곤했다. 제게 다가오는 제이슨을 팀이 꼬옥 안아들었다. 어서와. 배트맨도 어서와요. 제이슨이 팀에게 안긴채로 웃으며 브루스와 데미안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저택에 와서 언제나 죽상을 하고 있던 제이슨은 팀과 연결을 맺게 되며 웃는 일이 많아졌다. 단순히 센티넬과의 연결에서 오는 안심감은 아닐테지, 아마도 둘에게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으리라. 센티넬과 가이드 이전에 팀만이 주는 무엇인가가 제이슨에겐 있으리라. 제이슨의 저런 얼굴을 보고도 각인을 하려 들지 않다니, 팀도 여전히 고집쟁이었다. 저 아이의 우선 순위를 가져가고 싶지 않다고? 이미 우선 순위이지 않는가.
"제이슨, 무리하지 말랬잖아."
말로는 타박하고 있으나 어조가 사뭇 상냥했다. 적당히 쉬면서 했어! 그렇딤 됐어. 슬슬 훈련기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고담의 밤은 아직 아이에겐 위험할지 모르나 아이가 다름아닌 레드로빈의 사이드킥이라 다행일것이다. 본인에게도 썩 냉정한 감이 있는 그는 아이가 위험하다 싶은 곳으로는 인도하지 않을테니. 그 편에서 브루스와 데미안은 걱정을 접었으나, 아이의 생각은 조금 다르겠지. 기대하는 만큼 불안도 할것이며 이것은 오로지 팀의 역할이었다. 눈짓을 교환한 브루스와 데미안이 케이브를 떠나면 겨우 내려놓은 팀이 제이슨을 살폈다.
"무슨 일 있어?"
그의 멘토라서 그런것인지 제이슨의 파트너 센티넬이어서 그런 것인지 제이슨 안의 묘한 불안을 알아챈 팀이 물었다. 솔직히 제이슨은 이 불안을 드러내야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팀은 처음에 제이슨을 반기지 않았고 늦게서야 제이슨을 받아들이긴 했으나 제이슨만큼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역시 알고 싶기에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팀은, 각인은 하지 않아?"
제이슨으로부터 꺼낸 말이 의외였는지 팀이 멈칫했다. 역시 제이슨만큼 친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뭐, 각인을 하면 가이딩 효율이 좋다고하잖아. 어짜피 사이드킥으로 활동하게 될텐데 각인을 해두면 급박한 상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제이슨. 팀은 도미노를 벗고 제이슨과 마주보았다. 각인이 어떤 건줄 아냐고 묻진 않을게 넌 영리한 아이니까 그게 뭔진 이미 알고 있을거야.
"제이슨, 나와 각인이 하고 싶니?"
"…나는 한다면 팀이 좋아."
어른스럽고,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데다 제이슨에게 상냥했다. 물론 제이슨에게 상처도 주겠지만 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든 제이슨에게 사과할 것이다. 팀은 믿을 수 있다. 그런 마음에 제이슨이 대답하면 팀이 서글픈 얼굴을 했다. 나는, 사실 조금 무서워. 각인을 하면 서로가 우선 순위가 될텐데 네가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그 각인이 네게 발목을 잡는게 아닐까하고. 나는 네게만은 그러고 싶지 않거든. …그럴리가 없어. …제이슨, 세상에 절대란 없어. …정말로 그럴리가 없단말이야.
"왜냐면, 나는-… 나는 팀이 좋아. 팀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우선으로 할 사람도 없을거야. 팀은, 내가… 싫어?"
그럴리가 없잖아! 팀이 다급히 대답했다.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팀이 아이에게 마음을 열자마자 곧바로 팀의 마음에 들어왔다. 아이에게 부담되지 않게 무겁지 않게 가이드로서만 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이는 모를 것이다. 각인도 그렇다, 팀은 각인을 맺으면 더는 제이슨을 어디로든 보낼 수 없음을 직감했으므로 하고 싶지 않았다. 하기 두려웠다. 무엇보다 단단한 이성을 주무기로 하는 자신이 통제를 잃을까봐 아이를 힘들게 할까봐. 하지만-… 아이가, 제이슨이 같은 마음이라면, 그런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정말로 괜찮겠니?"
"몇번을 말해, 나는 한다면 팀이 좋은걸."
아아, 아이를 그렇게 두는게 아니었는데. 오늘 벌써 몇번이고 했는지 모를 후회를 했다. 이성적인 레드로빈이 벌써 몇번째 과잉진압과, 실수를 연발했는지 레드로빈의 어린 사이드킥은 모를 것이다. 아니 모를 수 밖에 그는 지금 조커에게 잡혀 있으니까. 배트맨을 자극하던 조커는 배트맨의 주변인을 건드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레드로빈의 사이드킥을 건든것이다. 조커가 설마하니 배트맨이 아닌 레드로빈을 건들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속절없이 당했고, 조커의 부하가 넘겨준 영상에 어린 사이드킥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조커는 참으로 번거로운 형식을 취했다. 영리한 레드로빈의 수준을 맞추듯 수수께끼 형식으로 그것도 그 장소를 찾아가지 않으면 다음 장소를 알 수 없기에 레드로빈은 고담시 곳곳을 돌아다녀야했다. 조커는 레드로빈 혼자 움직일 것을 조건으로 걸었고 두 배트맨은 고담시내에 있을 레드로빈의 사이드킥을 찾는데 주력했다. '레드로빈, 로빈의 소재를 찾았다.' 배트맨으로부터 연락이 들어와 팀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 이런 뱃시가 먼저 알아챈 모양이야, 재미없네에.]
레드로빈의 움직임이 멈추자 그를 감시하고 있던 조커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흘러나왔다. 뭐 좋아. 수수께끼도 질려가는 참이었으니 장르를 바꿔볼까. 이번엔 스피드 게임이야! 정해진 시간에 목표지점까지 가보자고! 수단은 뭘 써도 상관없지만 너무 늦으면 너의 사랑스러운 사이드킥이 잿더미가 될지도 모르겠네! 조-커!! 레드로빈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은 조커가 깔깔 웃었다. 자,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지금도 시간이 째-깍-째-깍!
조커의 말대로였다. 레드로빈은 황급히 배트맨으로부터 들은 장소로 향했다. 케이브에서 보내온 배트카가 달리는 도중에 도착해 탑승했다.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 훨씬더 빨리 도착할 수 있으리라. 조커의 시간은 널널해서 배트카로 목적지에 향한다면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왜이렇게 불안하지? 왜… 운전대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목표지점 근방의 폭발물 발견, 지금부터 해체에 착수한다. 무선으로 배트맨(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일단-… 폭발에 휘말일 걱정은 덜었다. 떨리는 손을 다잡고 목표지점을 향했다.
고담시 항구의 컨테이너. 목표지점에 도착해 내린 순간.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 아냐 아니야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 걸. 조커의 수법이 악랄해도 그 나름의 룰은 존재했다. 그러니까 아이는, 제이슨은 괜찮을거야. 레드로빈은 형편없이 후들거리는 다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레드 로빈. 그곳에서 또 다른 배트맨을 마주했다. 그는 무언가를 억누른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그의 품에는 힘없이 늘어진 아이가 있었다. 그래, 그가 있었다. 장소를 가장 먼저 파악했으며 누구보다 가까웠을 인물. 그러나 그는 장소를 오픈한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도대체 왜? 그라면 레드로빈이 아이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알고 있었을텐데!
"…제이슨?"
가까이 다가간 레드로빈은 아이의 모습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아이의 이름을 담았다. 아냐, 아냐, 아냐!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아마 손속은 두었다고 생각한다만 그것도 아이가 버티기엔 힘들었던것 같구나. …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배트맨, 버티기 힘들었다니 그게 무슨-…. 미안하구나. 배트맨의 한마디에 레드 로빈이 풀썩 주저앉았다. 발발 떨리는 손을 그에게 내밀면 배트맨이 만신창이가 된 아이의 몸을 레드로빈에게 안겨주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 가슴도 오르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살아있었다면 배트맨이 아무 연락하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아이는 끝내-…
아이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레드로빈, 팀은 끝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이드와 연결이 끊기는 것은 센티넬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더군다나 그 아이드는 팀이 겨우 안아들은 소중한 이였다. 그 상실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 데미안과 브루스는 그를 애써 위로하지 않았다, 그럴수도 없었지만. 그 날 그대로 정신을 잃은 레드로빈은 저택에 실려오기까지 그리고 실려와서도 며칠이 지나서도 깨어나지 못했다. 결국 아이의 시신이 썩기 전에 브루스와 데미안이 이를 수습해야했고 장례가 끝난 다음에도 팀은 깨어나지 못했다.
"……."
"너를 탓하지 말렴, 데미안. 잘못이 있다면 내게 있어."
일어나지 못하는 팀을 말없이 바라보는 데미안의 어깨에 브루스가 손을 올렸다. 제 탓이라고 생각한적 없어요. 그러니? 데미안이 브루스의 손을 내리며 부정했으나 썩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진실로 데미안은 저를 탓한적은 없었다. 다만, 팀이 시크릿아이덴티티를 밝히겠단 말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면-이라고 만약의 수를 생각해보았을 뿐이었다. 그랬다면 드레이크가 굳이 아이를 사이드킥으로 만들지 않았고, 이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 뿐.
"쯧… 적당히하고 일어나, 네가 그러고 있는 거. 네 가이드도 원치 않을테니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어린 사이드킥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팀을 걱정했다고 했다. 혼자 남겨질 자신의 센티넬을. 그것이 각인효과인 것인지 아니면-… 그 아래 내제된 다른 감정 때문인지를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팀의 저 꼴을 보고 기뻐하지 않으리라 생각해 아이의 핑계를 들먹였다. 과연 잠든 이에게 이 소리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데미안이 제이슨을 들먹였던 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이튿날 팀은 눈을 떴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제 몫의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데미안에게 여상하게 인사를 건냈다. 웬일로 일찍이네. 정말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한 행동에 의문을 가질 무렵, 팀은 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머그잔에 손을 대었고 그대로 떨어트려버렸다. 쨍그랑. 빈 거실에 크게 소리를 울렸으나 팀의 반응이 무던했다. 팀인 그저 제 손의 악력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주먹만 쥐었다 폈다하고 있을 뿐이었다. 제 발밑에 뜨거운 커피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켜 드레이크!"
결국 데미안이 나서 팀을 빼내어 조각을 슬리퍼로 밀어냈다. 아, 깜박했네. 팀은 그제야 컵이 깨졌다는 걸 자각한듯 했고 덕분에 데미안은 복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깜박했다고? 그 팀 드레이크가? 데미안은 팀의 발치를 살폈다. 그대로 커피가 튀어 바지가 젖었음에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신이 덜깬건지, 아니면 감각이 이상해진 것인지. 유리조각보다 우선해야할 순위에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젠장, 내가 왜 다 큰 녀석의 뒤차닥거리를 해야만하는가. 대충 차가운 물로 씻겨 응급처치를 한 데미안은 그대로 팀을 제 방으로 올려보냈다. 출근하겠다는 팀을 닥치고 올라가라고 내쫓은 데미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되는 걸 슬퍼해야하는지 저렇게 되더라도 끝내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해야하는 지 알 수 없다.
"…제이슨, 아무래도 내 감각이 조금 이상해진거 같아."
힘을 어느정도 줘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뜨거운지 차가운지도 모르겠어. 팀이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소리를 내었다. 후후, 너무 걱정하지마 힘을 조절하는 법만 익히면 그리 불편하진 않을테니까. 다만 이래서, 조커를 잡는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할거 같아. …아 감각이 없는거? 그건 큰 문제 없지, 오히려 좋은 편에 속하는거야. 부작용을 겪을 일도 아픔도 없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같이 계획을 짜자. 네가 고통받았던 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돌려줘야지. 그렇지? 팀이 누군가와 말을 주고 받듯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향해서.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곧 따라갈게."
기쁠때나 슬플 때나 넉넉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서로가 영원한 사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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