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711/2,231
*레빗님 썰에 딕슨을 끼얹어 보았습니다..
내리는 비에 젖어 눅눅한 골목길을 달렸다. 찰팍! 고인 웅덩이의 흙탕물이 튀어 다리를 적셨으나 개의치 않았다. 더러워지든 말든 그렇게 차이가 없었으니까. 예전엔 조금더 볼만한 모습이었는데, 죽었다 살아난 육신은 별볼일 없는 자신의 출생을 밝히듯 얼룩덜룩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래, 이게 제이슨 토드지. 우연하게도 좋은 집안에 들어가 그럴듯하게 꾸며졌었던 것이지, 골목길을 헤매이던 어린 수인 지금과 같은 모습이 더 어울렸다. 한참을 쉼없이 달리면 낡은 판자가 기울어진 제이슨의 안식처가 눈에 들어왔다. 폭신한 쿠션도 바람을 막는 단단한 벽도 없지만 홈리스에게는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달리던 속도를 줄여 판자 아래로 들어가면 먼지가 쌓여 나름 포근한 느낌의 안식처였다. 파르르 몸의 몰기를 털어내고 엎드려 자리를 잡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씻긴 해야겠으나 천천히 해도 될 일이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어짜피 밤은 길고 그가 해야할 일은 많았으니 이대로 낮잠을 자두는 것도 좋으리라. 그리 생각한 제이슨이 눈을 감았다. 솨아아아 내리는 빗소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꽤 좋은 자장가 처럼 느껴졌다.
"……."
그렇게 선잠을 잔 사이 아주 기분더러운 꿈을 꾸게 되었다. 괜한 미련으로 장원을 들려서 그런건지 꿈에서 그의 가족들이 나와 그를 반겨주었다. 얼룩덜룩한 제 몸에도 사랑스럽다 예쁘다며 쓰다듬어주던 꿈-… 내용적으로는 좋은 꿈인에는 틀림없으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게 아주 엿같았다. 그들은 이미 제이슨의 존재를 잊은듯 행복해보였으니 어쩌면 가족이라고 생각했던것은 제이슨 혼자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견이라도 그럴싸했으면 버려진 강아지처럼 굴어 그 곁에 있을 수라도 있었겠으나 꼴이 엉망이어선 그 곁에 가기도 조심스러웠다. 흙탕물이 튄 몸 뿐만 아니라 빳빳하고 거친 털에, 관리가 되지 않은 터라 곳곳에 털이 뭉쳐있어 누구라도 돌아볼 모양새가 아니었다.
괜한 생각에 입 안이 비릿해졌다. 아니, 아니다. 생각할 가치도 없어 잊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물어뜯었던 쓰레기의 것이었다. 퉤. 다시한번 쓰레기 놈을 생각하니 그 놈의 피맛조차 역하게 느껴져 뱉어냈다. 비는 어느정도 그쳐 있었으니 이제 세이프하우스로, 레드후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제이슨?"
이건 내가 그리던 그림이 아니었는데. 한 때는 그들이 저를 알아보길 바란적이 있었으나 이제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고 기왕이면 제이슨이 여기를 떠날때까지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 감이 좋은 완벽한 로빈께서는 제이슨의 정체를 꿰뚫었다. 아니 아니다, 끝이 의문형이지 않나. 아무리 그라도 이렇게 흉하게 변해버린 제이슨을 알아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끝까지 모르는 척, 그냥 고담 골목을 돌아다니는 들개마냥 굴면-…
"…왜 모른척해, 내가 널 못알아 볼 리가 없잖아."
제이슨의 오리발을 알아챈 딕이 다시금 말을 걸었지만 무시했다. 잡종의 개는 대게 이런 모양이다 그저 닮은 개라고 우기면 그러면-… 애써 외면하는 제이슨의 앞에 나이트윙이 섰다. …제이. 제이슨에게 손을 뻗는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크르르-…. 오지마, 오면 물거야. 난 너같은 거 몰라. ―내가 널 알아보지 못해서 슬펐어? 너를 알아보고서 달려가지 않아서 아팠어? 제이, 난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아서-… 아니다 그것도 변명이지.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모른척하는거 그만둬 주지 않을래?
딕의 약한 모습을 본 것이 낯설어 당황하는 사이 나이트윙이 다시한번 손을 뻗어왔다. 오지마! 놀라 그의 속을 답싹 물었가 놀라 물러섰다. 아플만도 한데도 그는 손을 제이슨을 내팽겨치거나 손을 빼지도 않았다. …미안해, 나한테 화가 많이 났지? 나한테 만짐받고 싶지도 않았을텐데, 내가 반가워서 그만. …멍청이, 못본사이 멍청이가 됐네. 그게 어째서 네 탓이야. 정말로, 정말로 이런식으로 정체를 밝히는 것은 본의가 아니었지만… 제이슨은 제게 아직도 시선을 떼지 못하는 딕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절뚝절뚝, 그를 구하려 달려들다 다친 다리로 어색하게 다가면 그가 제이슨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 손 줘, 손. 제이슨은 말하는 대신 물었던 팔을 툭툭 건들이면 그제야 손을 내려준다. 바보, 멍청이. 속으로 성처를 핥았다. 뭐-…상처를 핥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도 반쯤은 수인이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이…? 내가, 너 모른척하려다 더 바보같은 짓 저지를까봐 봐준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해보세요. 제이슨이 딕의 지척에 앉으면 나이트윙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보이는 건 하관정도지만, 그가 활짝 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B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606 연반팀슨, 렏훋 팀! (0) | 2022.06.06 |
---|---|
220601 연반팀슨, 가이드 슨 센티넬 팀 (0) | 2022.06.01 |
220529 연반팀슨, 팬픽 (0) | 2022.05.29 |
220528 연반뎀슨, 무향 오메가 슨& 알파 뎀 (0) | 2022.05.28 |
220528 연반뎀슨, 당신의 세헤라자드 (0) | 2022.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