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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할로윈 연성.
원 쿠션을 위해 글을 접었습니다. 하하놔 캣우먼 어렵다.
고담의 어둠은 오래전 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 어둠은 끝없는 범죄 만으로 이루어 진 것은 아니었는데, 취약한 치안이나, 빈부의 격차, 도시전설 등으로 수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현재의 고담은 그러한 문제들이 고름이 되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고름을 짜고나면 상처가 아물듯, 나는 고담에 나은 내일이 오길 바라고 있다. 고담은 오래전 부터 그 어둠과 싸우고 있었으니 고담은 언젠가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쩌면 내 대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내 아이들의 대에서는, 혹은 그 뒤에라도 결국은 이겨낼 것이다.
도시 전설은 고담의 어둠을 형성하는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구전이나 기록으로 전해지는 형태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로 인해 고담을 구성하는 전설 중 가장 오래된 전설이 그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노래로 전해지던 올빼미법정은 전설이 아니며, 완전히 소탕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으나 이것은 나로 하여금 “도시전설”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주었다. 내가 지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신생 괴담으로 특정 계층에서만 퍼져있는 특수 괴담이었다.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얼마전 패트롤을 돌며 듣게 된 이야기였다. 운좋게도 범죄계획 중인 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고 무엇인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곧 그게 그들 사이에 떠도는 괴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전설”이란 무릇 어디에나 있는 괴담으로 도시마다 비슷한 양상을 띠나, “올빼미법정”처럼 특정 지역에만 퍼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들이 실토해낸 괴담은 이곳의 것이라기보다는 바다 건너의 작은 섬마나의 어떤 괴담과 닮은 형태였다. 일전에 딕에게 전해 들었던 괴담으로 "메리씨의 전화"는 이름이었다. 그 괴담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떤 아이에게 프랑스 인형 ‘메리’가 있었으나 인형에 실증난 아이가 인형을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날 밤, 아이는 발신인 불명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난 메리야, 나랑같이 놀자. 나 지금 쓰레기 장에 있어. 전화를 건 것은 아이가 버린 인형 메리였다. 휴대전화도 없을 터인 인형 메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제 이름과 장소를 알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메리의 장소는 아이의 집과 가까워 있었고, 아이는 드디어 제 집 앞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서워 벌벌 떨었다. 다시 전화가 울리고 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수화기 에서는-…
"안녕, 난 메리야. 나 지금 네 뒤에 있어."
"……딕."
슬그머니 제 뒤를 잡아 능청스럽게 소리를 낸 그의 파트너에, 배트맨이 녹음기를 끄고 그를 나즈막히 불렀다. 화났어요, 브루스? 당신이 답지 않게 괴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장난을 조금 쳐봤어요. 딕은 살짝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건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에요, 녹음까지 하고서. 당신은 괴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물론 이러한 "도시 전설"이 단순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것도 있다는 건 알지만, "메리씨"는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나라의 괴담이기도 하고, 프랑스 인형에 메리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고증도 안된 것이 누가 봐도 거짓인게 당연하잖아요,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괴담이 아니다. 그러면요?
"특정계층에만 퍼지는 괴담을 알고 있나?"
"…설마 곡예사들에게 퍼지는 징크스를 묻는건 아니죠?"
…고담 범죄자들 사이에만 도는 괴담이 있다고 한다. 우연히 그 괴담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되었다만, 그들을 심문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 괴담은 "메리씨의 전화"와 유사한 형태였다. 아마 일본의 괴담이 고담으로 넘어오며 현지화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그 이름이-… '"로빈의 전화"라더군. …제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방금 로빈이라고-… 제대로 들었다, 그리고 배트맨의 사이드킥인 그 로빈이 맞고. 그냥 이름만 같은 걸지도 모르잖아요, 메리씨 마냥, 이번엔 인형의 이름이 로빈일지도 모르는 거고. …고담에서 '로빈'이 가진 의미를 모르지 않을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로빈'이라고 칭한다 해. 그것도 십대 즈음의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그런-… 그럴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로빈은-,"
"그래 죽었지. 하지만 너도 알지 않나, 유령이 실존한다는 것을."
딕이 차마 밷어내지 못한 말을 배트맨이 맺으며 말했다. 아이의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은 그로서도 쉽지 않은지 얼굴이 딱딱히 굳었으나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로빈의 전화"는 범죄자들 사이만 퍼지는 만큼 그 대상은 한번이라도 범죄한 이들로, 손을 씻고 다른 삶을 사는 이도 포함되어있다. 괴담의 특성상 조금씩 다른 점은 있으나 십대 소년이 전화를 거는 것과 그 시작지점이 웨어하우스(WareHouse)라는 점은 바뀌지 않더군. 그리고 그곳은-… 제이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이기도 하지. 어두운 밤, 달조차 구름에 가린 완전한 밤에 발신의 불명의 전화가 울리고, 그것은 받을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결국 전화를 받게 되면 어린 소년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 "안녕, 난 로빈이야. 나랑 같이 놀자, 나 지금 창고에 있어." …나는 이 괴담의 진위를 알고 싶을 뿐이다.
"…이건 말도 안돼요. 제이슨일리가 없어. 그 애 로빈이었어요, 범죄와 싸우는 로빈이 그 이름을 달고 그런 일을 할리가 없어요."
"알 수 없지. 우리는 그 아이가 아니며 절대라는 건 없어. 스스로조차도 늘 경계하지 않으면 안돼. 정리를 위해 구두로 녹음했다만 곧 문서화도 할 작정이다. 사감을 내려놓고 제 3자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어."
"당신은, 그게 제이슨이라고 확신하나요?"
물론 몇가지 증거들이 제이슨이라고 가리키고 있어요, 그러나 어떤 것도 그게 제이슨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는 볼 수 없어요. 그 애가 영으로 나타난게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그 반대도 확신 할 수 없죠. 당신도 그 걸 알고 있을거고, 그럼에도 당신이 제이슨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말해봐요, 브루스. 내가 모르는게 무엇인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고담에서 일어나는 원인 불명의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너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알고있죠, 얼마전에도 뉴스에 났었잖아요,"
뉴스에서야 원인불명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들은 확실한 사인이 있었어요, 온 몸에 가득한 멍자국이라던가, 온 몸이 불에 탔다던가, 숨이 막혀 죽었다던가. 명확한 사인에도 그것을 밝히지 않은 건 그게 사망 장소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이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그대로 보도하기엔 시민들이 공포에 질릴 것이 눈에 선했으니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바람에 경찰 내부에서도 말이 많잖아요. 이게 당신이 생각하는 근거인가요? …이 세가지 사인들이 전부 제이슨이 경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발견한 당시 그 애는 만신창이였고 폭발에 의해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사인은-… 질식사였지. 또한, 괴담이 발생한 시기와 이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들어맞는다. 나는 이 두 개의 사건이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구나.
당신의 말은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결정적인 단서는 되지 못해요. 어떻다고 판단하기에는 우린 아직 정보가 부족하고 우리는 이 것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렇죠? …물론 그럴 생각이다. 다만, 이 괴담의 특성상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그렇죠, 일일히 범죄자들을 심문할 순 없는 거니까요. 그쪽 네트워크에 발을 들이면서도 우리에게 협력적일 사람이라니-…, 이해 관계가 얽혀있다면 모를까 괴담일 뿐이니 더 막막하네요. 브루스는 짐작가는 사람이 있나요? 없다면 빌런들을 일일히 심문해 보는 수 밖에 없어요. …딱 한사람, 생각나는 사람이 있구나. 그가 과연 협력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도움을 받는다면 상당한 진척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배트맨이 말한 인물은 캣우먼이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맞으나 때에 따라 그들에게 협력하는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다. 다른 빌런들에 비하면 가장 양호한 관계라고 볼 수 있겠지. 그는 여느때와 같이 길고양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고 있었고, 기감이 예민한 그의 아이들은 두 사람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몸을 숨겼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그가 가만히 물었다. 배트맨에, 나이트윙까지. 내게 무슨 볼일 이실까?
"네 협력이 필요하다, 캣 우먼."
"그래, 당신이 제법 몸이 단건 알겠네. 그렇지만 상황설명을 제대로 해주는 게 먼저가 아닐까?"
…제가 할까요? 나이트윙이 조심스레 물으면 배트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가 하지. "로빈의 전화"에 대해 들어본적 있나? 아, 그 괴담? 고담에서 나쁜 짓을 하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 그게 왜? 우리는 그 괴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괴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알려줬으면 한다. …괴담에 관심을 가지다니, 당신답지 않은데? 캣우먼의 말에 배트맨이 입을 다물었다. 그야 하룻밤만에 두번이나 들었으니 입을 다물게 되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게 단순한 괴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서요, 당신도 알고 있을것 같은데… 이따금 뉴스에 떠오르는 원인불명의 사망자에 대해서요. …그래, 우리들 사이에서도 괴담과 관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는 있었지. 정말 공교롭게도 글이 올라온 날이면 어김없이 사체가 발견 되니까 말이야.
"하지만, 부탁을 하러 오면서 빈손으로 오는 건 너무 매정한 것 같은데."
"실례했군, 너는 누군가가 주는 것보다는 직접 쟁취하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아 준비하지 않았다."
"받지 않는대도 준비는 했어야지, 성의를 보인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부탁해요, 캣우먼. 그 괴담은 빌런들 사이에만 도는 괴담이라 우리로선 알 수 없어요, 당신이 아니면 우린 이 밤에 모든 범죄자들을 심문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너희가 곤란한거랑 나와는 관계없지 않니? 제가 듣기론 범죄의 '로빈'은 범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당신도 위험하지 않나요? 우리가 도움을 줄수도 있어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너희의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니란다. 오, 실례했어요.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했던건-알아, 네가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는건. 그래서 화도 내지 않았잖니?-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캣우먼. …뭐 그만큼 너희로선 간절하다는 거겠지, 나로서는 손해를 보는 일도 아니니 좋아. 내가 아는 한에서 전부 이야기 해줄게.
먼저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자면 '로빈'은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구나 그의 심판을 받는 건 아니야. …심판이요? 아하-, 배트맨의 파랑새는 내 단어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봐? 그래도 들으렴, 내가 언제 마음이 바뀌어 말하기 싫어질수도 있으니까. 내가 좀 변덕이 심하거든. …참고하죠. 옳지, 이해가 빠른 아이네. 그러니까, '로빈'은 '의분'에는 반응하지 않아, 생계형 범죄들도 그렇지. 나는 어느쪽도 아니짐 주로 부유하고 쓰레기 같은 놈들만 대상으로 하는 거니까, 안전범위지. 너희는 스스로를 자경단원이라고 하지만, 합법적인 행동은 아니지. 그럼에도 고담을 위한 의적같은 느낌이니까 당신도 안전범위. 전화를 받는 일은 없을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커뮤니티에 속할 수도 없는 당신들은 아주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겠지.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그렇지?
말해주겠다고 하지만 나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야 누군가에게 들었을 뿐이지, 괴담이란게 그렇잖아? 괴담의 시작은 어떤 익명의 커뮤니티였다고 해. "로빈의 전화를 받아본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시작이었지. 몇 주전에 로빈이라는 아이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그 당시에는 "메리씨"의 변형 같은 건줄 알고 겁을 먹었다고 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며칠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아 그대로 잊고 있었는데, 방금 전화가 와서 글을 올렸다고. 하지만 작성자 외에는 아무도 받았다는 증언은 없었고, 또 전화가 왔다는 작성자의 댓글만 올랐지. 전화가 또 왔고 자신이 있는 곳과 가까워졌다고,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든다고. 그런 식의 댓글이 몇번 이어지다 작성자는 모습을 감췄어. 작성도중의 댓글만 남기고. 이게 진짜인지 일부러 꾸며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글이 올라 온 그 다음날, 원인불명의 시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지.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딱 들어맞으면 의심이 가잖아? 그 날 이후 로빈 괴담이 삽시간에 퍼졌어.
얼마 후 로빈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또 나타났지. 작성자는 무서워 했지만 첫번째 전화 이후 연락이 오지 않으니까 점점 공포가 희석되어 갔어. 두번째 전화가 왔을 땐 재밌어하기도 했지. 하지만 처음과는 다른 간격과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에 웃음기가 줄어들고, 어느 시점에서 작성을 멈췄고, 그 다음날 또 원인 불명의 시체가 나타났지. 곳곳에서 로빈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늘어갔어, 공포에 질린 어떤 사람은 고담을 떠나겠다는 사람도 있었지. 로빈 괴담은 고담에서만 도는 이야기니 고담을 벗어나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 익명의 커뮤니티였잖아? 하지만 그가 아직 살아있다면 제 무용담을 자랑 삼아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정도야, '로빈'은 전화 걸 상대를 고른다는 것, 첫번째 전화와 두번째 전화의 간격이 꽤 길다는 것. 어디 외국에서 건너오기라도 한 듯이 말이야. 2주라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고 짧기도 하지, 그 사이 이것저것 시도한 사람들이 많아.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상하지? 유령이라면 시간도 장소도 제약을 받지 않을텐데 왜 첫번째와 두번째 사이에만 이런 시간을 준 걸까.
"너희가 '로빈'에 대해 알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첫번째 전화를 받은 사람을 찾는게 좋을거야."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칠테니 어쩌면 너희에게 스스로 나타날지도 모르고 말이야? 물론 표식이 있는 게 아니라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지만, 다음 전화 대상을 찾는 것보다는 그편이 빠를거야. 말했다시 2주는 긴 시간이 아니라 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거고, 또 생각보다 길어 너희가 대비를 해두기엔 충분한 시간일 테니까.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자면, 운좋게 접선했다면 그 달라붙는 코스튬은 가리는게 좋을거야. '로빈'이 너희의 로빈이라면 그 애가 너희의 앞에 나타날리가 없잖아? 당신이 무엇을 지향하는 지 알면서도, 그러한 짓을 벌인건데 어떻게 당신과 마수하려 하겠어? 코스튬을 가린다고 유령에게 의미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자,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 몰라."
"고맙군, 혹시 원하는 게 있다면-"
"아아, 그건 됐어. 그냥 해본 말인데다 당신에게 그런 기대는 하지 않거든. 고양이의 변덕 같은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정 마음에 걸린다면 나중에 데이트 한번 해주던가. 아무튼 나는 다른 아이들을 보러 가야겠어. 내가 좀 바쁜 몸이거든."
"B, 잠시 이야기 좀 해요."
캣우먼이 떠나고 그의 조언대로 첫번째 전화를 받은 피해자를 찾으러 떠나려는 배트맨을 나이트윙이 잡아 세웠다. 나이트윙, 할말이 있다면 나중에-…. 아니요, 배트맨. 지금 해야겠어요. 지금의 당신은 너무 조급해 하고 있어요 이럴때일 수록 침착해야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꼭 무언가에 쫓기는 것 마냥. … 또 내게 숨기는 게 있어요? 나이트윙의 질문에 배트맨으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에게 숨기는 것은 없다. 다만, 곧 할로윈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해.
"오 할로윈-…벌써부터 골치 아파지네요, 이번엔 또 어떤 일을 벌일지."
"할로윈은 본디 악령들이 이승에 돌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악령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게끔 분장을 하는 것이 행사로 자리잡았고, 삼하인의 밤과 혼동이 오는 바람에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로 알려지기 시작했지. …본래 올 수 없던 것이 오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그렇다면 원래 이승에서 힘을 발휘하던 악령이라면? 괴담의 '로빈'은 고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는 있지만 거물, 슈퍼빌런은 건들지 않고 있어. 하지만 그 아이에게 힘이 주어진다면? 그 때도 그들을 그냥 둘까?
그들을 죽이는 건, 쉬운 일이야. 슈퍼빌런들이 죽어난다면 고담의 범죄들도 수그러들겠지. 그들에게 당할 잠재적 피해자 역시 줄어들 것이고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거야. 죄를 저지르면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배트-시그널과 함께 그들을 억누르는 도구가 될 거다. 하지만 나는 그걸 어린 로빈이 한다는 게 마뜩치 않구나. 누군가를 죽이는 건 스스로를 깍아내는 일이다. 나는 너도, 그 아이에게도 그러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 아이가 정말로 악령이 된거라면, 혹은 이름만 같은 다른 존재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이기 전에 막고 싶단다. 그게 내가 제이슨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막고 싶은건, 그 애를 위하는 건 모두가 그래요, 그 아이를 아는 모두가."
남자는 초초하게 책상을 두드렸다. 남자의 이름은 알버트, 배트맨이 패트롤을 돌던 중에 스스로 나타나 자신을 도와달라고 나선 이었다. 남자는 가정폭력이라는 전과가 있으며 현재 가족들에게 접근금지령이 떨어져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으나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남자에게 로빈의 전화가 왔고 한번이라도 더 아이와 아내를 만나고 싶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트맨에게 도움을 요정했다고. 나이트윙은 이 남자의 주장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으나 어쨌거나 로빈의 전화를 받은 대상이었고, 그 로빈이 또 한명의 사람을 죽이게 둘 수 없었으므로 그를 보호하고자 했다. 언제 로빈의 전화가 올 지 모르니 반드시 한 사람은 남자의 곁에 머물고자 했다.
또한 캣우먼의 걱정을 생각해 두 사람분의 검은 로브를 준비했다. 로브로 전신을 거리고 달린 후드를 깊게 눌러 써 얼굴을 가렸다. 언뜻 수상한 사람의 그것이나 어쨌거나 본인의 정체를 숨길 수 있었고 함께 있는 건 협력관계에 있는 남자 뿐이었으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방 안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울렸다. 방안 가득히 울리는 전화에 남자가 소스라지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전화는 배트맨이 자신을 찾아온 남자를 위해 준비한 새 휴대폰으로 그 연락처를 아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데 일조한 배트맨 패밀리 뿐이었다. 액정에 떠오르는 발신자불명이라는 글자는 남자로 하여금 더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요란스럽게 일어선 덕에 책상의 흔들림에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곧 수신화면으로 바뀌며 멀리 선 나이트윙에게도 똑독히 들릴 정도로 선명하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싹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번호를 바꾸었다고, 내가 못 찾아 올줄 알았어?
"안녕, 난 로빈-제이슨-이야. 나랑 같이 놀자! 나 지금 고담 입구에 와있어!"
곧 발랄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로 바꾸어 예의 대사를 뱉어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나이트윙도 잘 알고 있는 소리였다. 그의 동생이자 그의 다음대였던 제이슨 토드의 목소리였다. 기억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목소리로 스스로를 밝히고 있었다. …제이슨. 나이트윙은 그 이름을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어, 입술을 물었다. 이미 사망신고까지 난 아이였으나 아이의 정체는 배트맨과 나이트윙의 추측하는 힌트가 될 수 있었으며, 또 그를 '로빈'이라고 부른다면. 범죄와 싸우던 자경단원 로빈이 마침내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 했으니까.
무거워지는 고개를 조용히 숙이고 있으면 누군가 나이트윙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이트위의 뒤를 잡으며 위로하듯 어깨에 손을 올릴 수 있는 자는 한명 밖에 없지만 나이트윙은 구태여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같은 검은 로브 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 배트맨이었다. …당신도 '로빈'의 목소리를 들었나요? 배트맨이 대답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 나이트윙이 말을 이었다. 괴담에 따르면 아는 스스로를 '로빈'이라고 소개한다고 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들렸거든요. 제가 잘못들은 걸까요? 괴담 '로빈'이 스스로를-…
"제이슨이라고 칭했지."
배트맨의 낮은 음성이 나이트윙의 귀에 꽂혔다. 겁에 질린 남자의 귀에는 들지 않는 작은 소리이나 곁의 나이트윙에게는 선명히 들리는 그 목소리에 나이트윙은 살짝 목이 메었다. 당신에게도, 그렇게 들렸군요. …그 애의 것이었어요.. 괴담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유령이 있어요, 이건 그런 것 처럼 흉내내기 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단순히 잘못들은 걸까요? 글쎄, 적어도 아이의 이름을 들은건 우리 뿐인 모양이다. …그게 무슨? 통신장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 애의 말소리를 녹음해 케이브로 보냈더니 그들은 로빈이라고 들은 모양이야. 그러니까, 아이는 로빈이라고 말했다는 거지. …우리만이 다른 이름을 들었다는 것도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라-…
"배트맨! 대체 어디를 갔다온거야! 날 지켜주기로 한 것 아니었나!?"
두 사람의 대화 중에 배트맨의 귀환을 알아챈 남자가 큰소리쳤다. 나는 당신만 믿고 이곳에 남아있는 거라고! 방금 전화를 받아 불안해하는 건 이해해요. 그렇지만 우리도 이러한 것에 정통한 친구로 부터 조언을 듣고 온 참이랍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 친구는 믿을 만한 인물인 거겠지? 내가 잘못되면 자경단원들인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거야! 알아? 불안해서 그런것인지 본래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 거듭되는 행패에 나이트윙조차도 조금 얼굴을 굳히려는 찰나 배트맨이 나이트윙의 앞에 섰다.
“말했던 대로 우리는 너를 지킬 것이다. 네가 저지른 범죄는 그 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하는 것이 마땅해, 죽음으로 도망치게 둘 순 없지.”
다만, 네가 우리의 지시에 따랐을 때의 한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너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어. 그게 무슨?! 내가 무엇때문에 당신들을 찾았는데!? 지키는 일을 소홀이 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자리를 비워야하는 경우라면 한 사람이라도 당신 곁에 둘 예정이고, 우리가 당신에게 권고한 사항은 적어도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어. 우린 신이 아니다.
“네가 지시를 따른다면 해결 될 일이라, 스스로 찾아온거니 얌전히 따라 줄 것을 기대하지.”
배트맨의 말에 남자가 돌아섰다. 화는 나지만 달리 받아칠 말이 떠오르지 않은 탓이리라.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다시한번 발신인불명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내려다보았다. 지시를 따른다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그말, 반드시 지켜야 할거야. 남자가 그리 말하며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발랄하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나 로빈이야. 지금 다운 타운에 와있어. 이제 금방이네? 놀리듯한 어조에 분에 찬 남자가 전화를 끊으려 버튼을 눌렀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하하하! 네가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아쉽네! 뚝. 아이의 비웃음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이제 남자는 손톱을 물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나이트윙은 처음에 그를 달래려했으나 날선 반응에 말을 거는 것을 포기하고 그림자 안에 숨었다. 한번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그가 수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전화가 연결되어졌다. 안녕, 난 로빈이야. 지금 바워리 부근에 있어. 이번엔 다른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지 금방 전화가 끊겼다. 방안의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다음의 전화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두가 직감했다. 그리고 얼마후 다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더이상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딱딱히 굳어 있었고 몇번이고 울려도 전화를 받을 기미가 없자 또한번 전화가 연결 되었다. 안녕, 닌 로빈이야. 나랑 같이 놀자! 나 지금 네 뒤에 있어.
‘로빈’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남자가 든 전화기 스피커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가늘고 길게. 실과 같은 형태로 나온 연기는 남자의 뒤편에서 둘둘 말려 고치형태를 만들었고 연기가 흩어지며 괴담의 주인이 그 모습을 들어냈다. 녹색의 요정 부츠와 그 위로 뻗은 새 하얀 다리. 비늘모양이 남아있는 팬츠형태의 하의와 노오란 빛의 유틸리티밸트, 그리고 붉은 베트스와 그 위로 덮여진 노오란 망토. 전부 로빈의 코스튬 그대로였다. 다만 얼굴만은 검게 물들여 보이지 않았는데 그러난 코스튬과 머리모양만 보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 괴담의 로빈은 정말로, ‘로빈’이었던 것이다. 가엾은 아이, 제이슨은 악령이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제이슨-…”
참담한 마음에 배트맨은 숨을 토해내듯 그 이름을 입밖으로 내었다. 숨결 같은 작은 소리를 들어버린 아이는 돌연 획하니 배트맨과 나이트윙이 숨어있는 그림자를 향해 돌아보았다. 검은 로브탓에 알아볼 수 없을텐데 아이는 집요하게 그를 바라보다 작은 그 입을 우물거려 소리를 내었다. “배트맨–브루스-?” 통화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 떨리는 음성으로 그 이름을 뱉는 순간 아이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둠이 걷혀지며 그 얼굴을 드러냈다. 여전히 도미노에 가려진 얼굴이 그의 정체를 숨겼으나 도미노의 사이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가 스스로를 주장하고 있었다.
망연히 배트맨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곧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그를 끌여들여?! 애한테 폭력이나 휘두르는 쓰레기 주제에! 아이의 분노가 상당한듯 아이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맑고 푸르렀던 눈동자는 붉고 섬뜩하게 변했으며 깨끗하던 아이의 하얀 얼굴에는 검은 기문이 좀먹고 있었다. 남자를 노려보며 제이슨이 말했다. 이런다고 네가 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오늘은 버티지만 내일은? 모래는? 배트맨이 널 언제까지고 지켜줄 수 있을까? 두고봐, 너는. 너만은 절대로 곱게 보내주지 않을거야. 제이슨이 그 말을 내뱉은 직후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아이가 사라지려 한다는 것을 깨달은 배트맨이 아이에게 달려갔다.
“기다리거라, 로빈! 나는 아직, 네게 할말이-…”
배트맨이 제이슨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손으로 연기를 잡을 수는 없는 법, 제이슨은 그의 손을 빠져나갔고, 그는 또 다시 아들을 눈앞에서 잃어버려야했다. 아이를 잡지 못한 손을 내려다보던 배트맨이 그 손에 제 얼굴을 묻으면 딱딱히 굳어있던 나이트윙이 결심한듯 후드를 벗어내리고 배트맨에게 다가갔다. 이럴 시간이없어요, B! 로빈을 설득할 거잖아요. 내가 그애가 있을 만한 장소를 알아요. 나이트윙의 말에 그가 손을 내리고 나이트윙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애가 뱉은 말을 보면 아이는 완전히 포기한게 아니예요 잠시 물러선거죠.”
그 애는 케이브를 쓸 수 없으니 고담의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그리고 슬퍼하는, 화가난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있어요. 당신도 잘 알고 있는 곳, 고담의 수호신 가고일 상이 있는 곳이예요. 그곳에 가면 아마 로빈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애에게 할 말이 있댔죠? 가서 전해요, 가능하면 설득도 해주고. 이 사람은 제게 맡기고요.
“…고맙구나.”
“뭘요, 그게 그 애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나이트윙의 배려에 배트맨이 그곳을 떠났고 나이트윙은 여전히 굳은채 있는 남자의 곁에 다가갔다. 아이의 분이 얼마만했는지. 기운이 퍼져나간 곳은 불탄것 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나이트윙이 그에게 손을 올리면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이트윙의 손을 쳐냈다. 탁! 그 소리가 방안에 퍼지며 놀랐으나 남자는 니이트윙에게 물러서며 말했다.
“여길 떠나야겠어,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우리가 분명 고담을 떠나지 않을 것을 당부 했을 텐데요?”
경고에도 무시하고 고담을 떠나고자하는 남자의 말에 나이트윙이 다시 그 조건을 상시 시켰으나 돌아오는 것은 사나운 일갈 뿐이었다. 시끄러워! 아까 로빈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거야. 살기위해 배트맨에게 붙은게 화근이었을 줄이야. 그게 더 로빈을 화나게 만들어버린거야! 아냐아냐 지금도 늦지 않았어 얼른 고담을 떠나면 아직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이미 남자는 나이트윙의 말따위는 듣지 않았고 나이트윙은 그가 실력행사를 하게 될 것을 직감했다.
탁. 배트맨은 나이트윙이 일러준 장소를 찾았다. 그곳은 배트맨이 자주 애용하던 장소기도 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트윙의 추측이 틀리지 않은 듯 가고일상 끝에 노란 망토가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배트맨은 그에게 말을 걸기 위해 입을 얄었으나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아이를 무어라고 부르면 좋을까. 제이슨? 로빈? 무엇도 아이였지만 무엇도 아니가 아니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정리하고 소리를 내려 할때, 제이슨이 먼저 소리를 내었다.
“고담을 위해서였어요.”
“제이슨-…”
당신도 보았을 것 아니예요, 괴담에 벌벌 떨며 몸을 사리는 쓰레기들을. 타인의 생명은, 타인의 것은 아무래도 좋은 주제에 자신의 몸과 안위만 소중한 꼬라지 하고는. 당신은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공포로서 그들을 억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글쎄요, 그들도 배트맨이 자기를 죽이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어요. 그들에게 당신은 그저 큰 방해물일 뿐이죠. 그게 과연 공포인가요?
“배트맨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내가 해요. 난 어짜피 죽었는데 사람을 죽이는 게 뭐가 대수겠어요? 죽은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나 있나.”
“그런 일을 하면, 너는 악령이 되어버린다.”
벌써 반쯤 그거나 마찬가진 걸요, 괴담 ‘로빈’. 그 자체로 악령이나 다름 없어요, 살인이 안된다고 말하기엔 이미 몇사람이나 죽었는지는 알죠? 패밀리원으로 받아달라는 이야기도 안해요, 난 죽은 사람인 걸. 당신은 나를 이용만해요, 내가 그들의 공포가 될게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알아요? 곧 할로윈이예요. 고담 빌런들의 축제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존재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죠. 난 그날 조커의 목을 날릴거예요. 이제 더이상 잔챙이들만이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리는 거죠. 그럼 투페이스나 펭귄, 리들러, 또 누가있더라? 그들도 긴장하겠죠. 그러면 이제 고담에 안정이 찾아오는 거예요, 당신이 원하던 평화로운 고담이죠.
“아니, 그건 내가 꿈꾸는 고담이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평화로워지는 고담을 꿈꾸는 게 아니야.”
“왜요? 범죄자라도 죽으면 안돼요? 봐요 배트맨, 당신이 놈들을 살려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멀리 갈것도 없이 내가 있죠. 이래도 그들이 죽음이 안타까워요?”
“제이슨, 내가 말하는 희생에는 너도 포함이 되어있다. 네가 그런 일을 할 필요 없어.”
내가, 너에게 이 길을 가르치지 말았어야했는데-…. 하,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당신의 로빈이 된게 후회되요? 내 존재가 부끄러워요? 아니, 아니야. 내가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네가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당신과 있어서, 당신과 만나서 매일매일이 행복했어요, 나는 죽는 그 순간 까지도 당신의 정의를 지키려 애썼어요. 나는 당신과 만난 걸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데, 어떻게 당신이 내게 그런 말을 해요?
“제이슨, 나는-…”
“이미 늦었어요, 브루스. 무엇을 하려했던 무슨 말을 하려 했든.”
나는 당신을 만났고 죽었고, 내 길을 선택했어요. 당신은 그저 받기만 하면 되요. 나는 이미 괴담 그 자체고 악령이예요. 할로윈이 다가올때마다 내 힘이 강해지는 걸 느껴요, 당신도 이것만은 어떻게 할 수 없을거야. 제이슨-… 배트맨이 제이슨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아이는 조금더 멀어졌다. 당신이 날 만난게 후회된다면 당신은 날 그만 잊도록 해요. 아무것도 모른채로 받아요 내가 주는 고담의 평화를.
“자, 그럼 난 이제 가봐야겠어요.”
멍청이가 나이트윙에서 멀어졌네. 그대로 나이트윙과 있었다면 목숨만은 붙어있었을텐데, 사람이 멍청하면 이렇게 손해를 본다니까. 축하해요 배트맨, 당신은 지키고자 하는 자를 또 잃게 되었네요. 조커가 첫번째 실패였으니 이걸로 두번째가 되겠네요. …그게 무슨. 배트맨이 말을 전부 잇기도 전에 아이가 연기에 감싸 사라졌다. 배트맨은 다급히 나이트윙에게 통신을 넣었다. 나이트윙! 그는 어떻게 되었지?! “오 B,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가 고담을 떠나겠다고 나섰어요. 제가 붙잡으려 했는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 알겠다, 내가 찾아보지. 배트맨은 그 날 밤 꼬박 새어 남자를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온몸에 멍이 들고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되었으며 남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사였다. 아이는, 제이슨은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죽음을 남자에게 주었다.
“…제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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