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1/1,383 해가 지고 곧 밤이 찾아온다. 그래서 배트맨은 헤드셋을 'Set'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set', 나의 "sunset'. 배트맨이 그녀를 부르는 호칭은 그의 소유욕을 만족하게끔 만들었다. 영리한 아이니까 그의 기저에 있는 검은 속내까지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그가 헤드셋을 부르면 그녀는 언제나 대답을 돌려주었으니까. 코드명이 헤드셋이다 보니 그녀를 '셋'이라 부르는 이가 많았으나, 배트맨의 그 호칭처럼 코드네임과 그녀의 이름인 민 하예를 관통하는 호칭은 아니었다. 즉, 그녀를 온전히 부르고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소리였다. 이 얼마나. 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물론 타칭 '통제광'이라고 불리는 배트맨이 고작 호칭 하나를 완벽히 가졌다고 해..
1,465/1,869 "오 이런, 주인님께서 네 쌍둥이를 만들어 오셨을 줄 알았다면 미리 준비라도 했을텐데 말입니다." 패트롤에서 돌아온 배트맨-, 브루스를 맞이하러 온 알프레드가 배트모빌 뒷자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쌍둥이라기에는 서로다른 모습의 아이들이었으나 다들 자신의 주인님의 아들같은 존재이기에 알프레드는 그렇게 칭했다. 벗어나려고 버둥 거리는 깡마르고 작은 키의 소년과, 그것을 잡아 말리고 있는 두 소년, 그리고 그 셋과 떨어져 창밖이나 보고 있는 소년. 이 넷은 분명히 브루스의 아들들이었으며 로빈이었다. 배트맨이 직접 배트모빌에 실어 데려왔으니 두말 할것 없긴 했다. 분명히 패트롤 돌다가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거겠지. 그와중에도 두번째 아들, 제이슨은 자기 세이프하..
1,928/2,494 뭐라고 해야할까, 연기 연습을 하고 있으면 연기를 받아 같이 연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렇게, 연기가 막히는 오늘 같은 밤에는 특히나. "진짜로 함께 움직일 생각이야? 너무 수상하기 그지 없잖아!"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도 수 차례,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하는 일념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스토리도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는데, 좀처럼 대사가 외워지질 않는 거였다. 아니 외워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상대방 대사까지 모조리 외울 정도였으니까. 다만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연기하기 어려워진 다는 거였다. 하지만 연기 연습이 안된다는 이유로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두 역을 연기해서라도, 연습을 해야했다 집중이 어려울진 몰리도.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의 대사를 내뱉으려고 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