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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The NIght Voice (Dear.레톤님)

쿠오니 2017. 5. 7. 18:09

1,928/2,494

 

 

 뭐라고 해야할까, 연기 연습을 하고 있으면 연기를 받아 같이 연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렇게, 연기가 막히는 오늘 같은 밤에는 특히나.

 

"진짜로 함께 움직일 생각이야? 너무 수상하기 그지 없잖아!"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도 수 차례,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하는 일념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스토리도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는데, 좀처럼 대사가 외워지질 않는 거였다. 아니 외워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상대방 대사까지 모조리 외울 정도였으니까. 다만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연기하기 어려워진 다는 거였다. 

 

 하지만 연기 연습이 안된다는 이유로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두 역을 연기해서라도, 연습을 해야했다 집중이 어려울진 몰리도.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의 대사를 내뱉으려고 했을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거야, 무언가 일어날 것 같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책을 읽는 듯이 딱딱한 말투도 아니었고, 정말 대화하듯 연기하는 목소리였다. 생각지도 않은 목소리에 놀랐지만 대사를 받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하아?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가겠다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그러자 태연한 대답이 들려왔다. 자신있는 목소리. 지문이 원한 대로였다. 상대역을 해줄 사람이 나타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이 문제였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커튼으로 쳐진 테라스 바깥. 옆으로 이웃하는 테라스도 없었고, 내가 있는 곳은 고층의 호텔 룸이었다.

 

"무모한 짓이야."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지."

 

"나도 도와줄 수 없을지도 몰라."

 

"그정돈 각오하고 있어."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여가며 테라스로 가까이 다가갔다.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열어둔 테라스, 안으로 하얀 커텐니 나부꼈고 그곳에는 분명히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누굴까? 나쁜짓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태연히 대화를 주고 받기보다 이미 자신을 덮쳤을 것이다. 그러면 커튼 너머의 사람을 믿어도 될까? 글쎄. 그건 이 뒤에 사람이 누군지 알고서 결정해도 늦지 않은 사항이었다.

 

"자신있어?"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커튼을 확 걷으며 말을 대사를 던졌고, 테라스에 웅크려 앉은 젊읜 청년이 보였다. 온몸을 감싸는 몸에 딱붙은 검은 옷에 가슴과 어깨, 팔로 뻗어진 푸른 선, 그리고 누군지 식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인 얼굴을 가린 까만 도미노. 그 많다던 고담의 인재로부터 무사했던 그녀도 익히 들어봤던 자경단, 나이트윙이 그곳에 있었다.

 

"물론."

 

 눈이 마주쳤는지 잠깐 놀란 듯한 입모양을 하던 나이트윙은 이내 장난스럽고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문대로의 완벽한 연기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느끼지는 완벽함. 이 사람의 정체는 배우일까, 배우중애도 몸이 좋은 사람은 많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특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뭐 사실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 편이었지만, 딱히 그의 정체가 궁금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Right. 그거 참 믿음직한 대답이야."

 

 여기까지가 오디션 장면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한 미소를 지우며 나이트윙이 유들듀들하게 물었다. 제 연기는 어땠나요, 레이디? 아주 완벽했어요. 지문이나 대사 하나 틀린게 없더군요. 나이트윙의 대답에 그녀가 대답했다. 나이트윙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야 그렇고 누군가가 수도없이 그 지문을 읽고, 연기했는 걸요. 그가 말하는 것이 그녀라는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알았다.

 

"어찌되었든, 연습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러나 감사의 인사는 전해야 할건 전해야 했기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맨입으로만? 그녀는 기가차서 대답했다. 대가를 바라고 자경단을 하는건 아니지 않니요? 그렇죠, 자경단 일은 그렇지만, 당신의 연습은 아니잖아요. 나이트윙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뭘 원하는데요?"

 

 바람이 불자 훌어둔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눈에 들어온 애쉬브라운 컬러의 머리카락이 제법 고담의 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레티-,"

 

 저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둘리자 나이트윙이 웃었다. 당신의 친구들이 당신을 그렇게 부르더군요. 내게도 그 호칭을 허락해주었으면 해요. …굉장히 많은 생각이드는 요구였다. 한마디로 김칫국마시기 좋은 요구랄까, 연기연습을 도와주고 저런 요구라니. 그러나 나이트윙이 여성에게 친절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요."

 

 그녀의 승낙이 떨어지자, 그가 웅크렸던 몸을 피며 테라스 난간 위로 똑바로 섰다. 슬슬 가야할 시간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까닥해서 그녀를 불렀다. 가까이 선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난 이마에 가볍게 입맞추며 속삭였다. 그럼 부디 오디션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요. 그리 속삭이고 몸의 무게중심을 뒤로해 난간에서 떨어지는 나이트윙.

 

 "!!!"

 

 기겁해서 난간에 바싹 붙어 난관 아래를 쳐다보니, 안정감있게 공중에서 한바퀴돌고 근처의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어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정말로, 사람 가슴을 쥐는데는 선수인, 자경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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