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주인님께서 네 쌍둥이를 만들어 오셨을 줄 알았다면 미리 준비라도 했을텐데 말입니다."
패트롤에서 돌아온 배트맨-, 브루스를 맞이하러 온 알프레드가 배트모빌 뒷자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쌍둥이라기에는 서로다른 모습의 아이들이었으나 다들 자신의 주인님의 아들같은 존재이기에 알프레드는 그렇게 칭했다.
벗어나려고 버둥 거리는 깡마르고 작은 키의 소년과, 그것을 잡아 말리고 있는 두 소년, 그리고 그 셋과 떨어져 창밖이나 보고 있는 소년. 이 넷은 분명히 브루스의 아들들이었으며 로빈이었다. 배트맨이 직접 배트모빌에 실어 데려왔으니 두말 할것 없긴 했다. 분명히 패트롤 돌다가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거겠지. 그와중에도 두번째 아들, 제이슨은 자기 세이프하우스에 돌아가려는 것을 딕과 팀이 뜯어말리고 있는 것이고 데미안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토라져 있는 것이고. 그러나 성인인 배트맨의 힘을 못이겨 배트모빌에 실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터였다. 너무 선히 보이는 과정에 알프레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려지신 도련님들께서는 이 늙은 집사가 직접내려주길 바라시는 걸까요."
알프레드의 말에 다투던 것도 아이들이 발딱 일어서 배트카에 차례로 내렸다. 가장 큰 도련님-브루스-를 닮아 고집과 자존심이 쎈 아이들은 생각보다도 다루기 쉬웠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려진 만큼 사고도 어려진 모양이었다. 아직 카울을 벗지 않은 배트맨이 착잡히 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탓하고 있을 그에게 알프레드는 자초지종을 묻기보다 해결책을 물었다.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것 같습니까?"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아마도 하루는 걸릴 것 같아요."
브루스의 대답에, 알프레드는 앞으로의 예정을 생각했다. 이상태로 리처드 도련님과 티모시 도련님은 출근을 하지 못하실테고, 다행이 내일이 공휴일이라 걱정하지 하루의 말미를 얻었다. 반나절까지 기다려보고 상태를 보고 그 다음날도 쉴지 말지를 정해야하겠지. 네 도련님들에 대한 처우를 생각하던 알프레드에게 마침 좋은 묘안이 떠올랐다.
"흠흠, 브루스 주인님."
알프레드가 헛기침을 하며 브루스를 불렀고, 마침 카울을 벗은 브루스가 알프레드를 돌아보았다. 내일이 어린이날이라더군요. 네, 그렇죠? 브루스는 알프레드가 하고자 하는 요지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문조로 대답했고. 알프레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주인님은 내일 아무 계획도 없으시지요.
"그렇죠, 덕분에 오랜만에 일에 전념할 수 있…"
"아니요, 주인님께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으실 겁니다. 그렇죠?"
"네에, 그렇지요?"
"마침, 잘되었군요. 네 도련님들과 함께 유원지를 가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알프레드의 강요아닌 강요에 브루스가 대답을 하자, 알프레드가 마침 잘되었다는 듯 미소지으며 제안을 했다. …유원지요? 브루스는 혹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어 재차물었지만, 알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아이들의 실시간으로 썩어져가는 얼굴을 보며 헛것을 들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어린 도련님들을 위해 설마 그정도도 못해주실 분은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애들이 과연 그걸 좋아할까요? 라는 물음은 차마 브루스의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것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듣고 있기때문이기도 했고 알프레드가 그의 말을 잘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쌍한 도련님들, 밤마다 패트롤을 도시면서 고생하니는데. 주인님께선 유원지 하나 못데려가신다니-…"
"알았어요, 알프레드."
이런 방면에서 브루스가 알프레드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브루스가 아이들을 데리고 유원지에 가겠노라고 약속하자 마자, 알프레는 언제 눈물을 훔쳤는 사람이었는지, 인자히 웃으며 그럼 미리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라고 냉큼 대답했다. 정말이지, 브루스를 비롯한, 네 로빈들을 키워낸 웨인가의 집사는 이런의미로 무척이나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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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유원지에 당도한 브루스는 많은 인파에 입을 다물었다. 네 아이들을 위해 손수 유원지를 대절하려는 브루스를 말린 알프레드는 손수 싼 도시락을 브루스에게 쥐어주었고, 양복이 아닌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손수 코디해주었다. 다들 브루스의 얼굴에 술렁이면서도 설마 브루스 웨인이 유원지에 올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네 아이들의 손을 꼬옥 잡고 들어온 브루스는 오랜 회상에 젖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함께 간 이후로 한번도 들른 적 없는 유원지. 당연하게도 로빈을 한 아이들과 함께 간적도 없었다.
"tt."
혀를 차는 데미안도 아이는 아이인지 유원지에 대한 흥미는 있었는지. 유원지를 훑어보고 있었고 흥미없었던 팀도 유원지 지도를 보며 무엇을 어떻게 무슨 순서로 탈지 딕과 논의하고 있었다. 딕이 신나는 것은 당연했고 무엇보다도, 아까전부터 눈을 꿈벅이지도 않고 유원지를 바라보고 있는 제이슨은 유독 마음이 쓰였다. 제이슨에겐 로빈이 전부였으니까. 로빈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곳일 거고 로빈 시절에는 브루스가 미처 신경쓰지 못했고, 다시 살아난 후에는 자경단 활동만 주욱 했을 테니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갔더라도 온전히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
"어디부터 가고 싶니?"
이제 브루스는, 아주 예전에 부모님이 했던 것 처럼 아이들을 불러 물었고, 팀이 대답했다. 우선 바이킹이죠. 기다렷다는 듯이 팀이 계획을 읊었고 딕이 몇가지 추가했다. 제이슨은 어디라고 말하지 못했고, 데미안은 그 아이 성격에 어디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테니 팀의 의견대로 옮겨졌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서서 아이들과 함께 바이킹을 타고 청룡열차라던가, 자유로드롭, 물배, 디스코팡팡. 회전목마같은 그저 돌기만 해서 지루한 감이 있는 것들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워졌다. 그래, 그랬기 때문에 범퍼카 같은 것도 같이 즐긴 거겠지.
"저건 좀…"
"에이 같이해요 브루스! 네?"
딕의 조름과 눈이 빛나는 제이슨을 무시할 수 없었던 브루스까지 범퍼카에 올랐고, 아이들을 서로 치고 받더니 곧 합심해서 브루스의 범버카를 노리기도 했다. 아이들의 공격을 마냥 받고 있던 브루스도 그게 이어지자 저택안에 잠들어있을 배트카가 생각나기도 했다. 금방 따돌릴 수 있을 텐데.
다른 로빈에 비해 발육상태가 늦은 제이슨은 모두가 타는 기구를 못타기도 했다. 꼿꼿히 있는 제이슨을 쳐다보던 브루스가 같이 남았고 세 아이들은 타러 나갔다. 데미안은 뭔가 불만스러워보였지만, 말하지 않고 넘어간 듯 싶지만. 난 부탁한적 없어. 아이들이 다 떨어졌을 무렵 제이슨이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이슨을 빤히 보던 브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나도 그저 여기 남고 싶었을 뿐이란다."
저기 앉을까. 브루스는 그리 대답하고는 근처의 벤치를 가르키며 물었고 제이슨이 아무말 없이 따라가 앉았다. 제이슨은 땅을 보고 있었고, 브루스는 기구를 타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당신도 여기에 와본적 있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브루스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있었지, 돌아가신 부모님과 함께 온적이 있었단다."
그래서, 오고 싶지 않았지.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니까. 하지만 너무 내 생각만 한거 같구나.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진즉에 데려왔을텐데. 브루스의 후회와도 같은 말에 제이슨이 고개 들었다. 틀려. 쟤들이 저렇게 즐거워하는 건 유원지에 와서가 아니야,
"당신과 함께라서 라고."
꺄아아아, 제이슨의 말이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묻혔다. 뭐라고? 브루스가 되물었으나 제이슨은 다시 말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입을 다문채 가만히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이 올때까지.
하이텐션인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닌 브루스는 새삼 아이들의 체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에 먹으라고 준 알프레드의 도시락은 점심을 훌쩍 넘은 시간에 펼쳐 식사시간을 가졌다. 재밌게 기구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브루스를 향해 딕이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살짝 놀란 브루스를 향해 딕이 웃으며 물었다.
"브루스는 어땠어요? 즐거웠어요?"
딕의 질문에 네 아이들의 시선이 브루스에게 꽂혔다. 졸지에 시선을 한몸에 받게된 브루스는 그제서야, 제이슨이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브루스 웨인으로서가 아닌 네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웃으며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