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8/3,293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우습게도 웨인 저택이었다. 업무가 끝난 팀은 오랜만에 정시퇴근을 했고, 웨인저택으로 무사귀가했다. 단정히 매여진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며 방으로 올라가려다 열린 응접실 문 너머로 알프레드에게 차 대접을 받고 있던 그녀와 눈이 맞았다. 옅은빛깔의 아마색 머리카락이 가슴 선에 닿았고 코코아빛 눈동자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팀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아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웨인." 그녀가 우아한 몸직으로 천천히 인사하는 사이에도 팀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어지간해서는 사람을 잊지 않는 팀이었기에 얼굴을 보고서도 곧잘 생각나지 않는 그녀에 대한 긴장감이 팀의 두뇌회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그녀에 대한 정보가..
LOA는 끈질겼다. 제이슨-, 레드후드는 건물 그림자 뒤로 숨었다. 알 굴가가 이끄는 암살자 집단을 제이슨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 뿐만이랴, 제이슨은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교육 또한 받았다. 반쯤 미쳐 죽어가는 제이슨을 탈리아 알 굴이 살려주지 않았는가,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것이 비참한 동정의 한조각일 지라도. 제이슨은 그 동아줄을 잡았고 살아났다. 또한 그곳에서 악착같이 살수의 길을 익혔다. 그러나 제이슨이 스스로 그 집단을 나갈 즈음엔 아무도 그를 잡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레드후드는 숨죽여 자기를 찾고 있을 살수들을 살폈다. 총에 들어있는 탄환의 수, 홀스터에 차고 있는 탄환, 가지고 있는 폭탄의 종류와 그 숫자. 레드 후드는 자신의 장비들을 체크하며, 다가온 그림자를 향해 ..
1,639/2,125 다시 이 집을 찾을 줄이야. 다시는 돌아올 일 없다고 생각했던 그 큰저택을 바라보는 제이슨의 감회가 새로웠다. 그 큰 저택의 아가씨가 떠오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타겟이 사교파티에 참석한다는 정보를 얻었고 제이슨은 당연히 그 사교파티에 참석하고자 했다. 그러나 마땅한 연줄이 없었고 그때 생각난 것이 그 조그마한 아가씨였다. 치료받은 주제에 무단으로 나간 자신을 반길지도 의문인 저택으로 들어와 한참을 걸으니 정원에서 한가로이 차를 마시고 있는 아가씨가 보였다. 저택과 떨어지지 않은 곳 티파티용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햇빛을 막는 파라솔까지. 본격적 티타임을 차리고자 하는 모양새에 잠깐 초탈해졌다. 어쩌면, 그녀의 고용소란 또한 하나의 지나가는 일이었을지도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