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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220506 딕슨, 뱀파딕슨

쿠오니 2022. 5. 6. 02:26

*썰풀었던거 줍기...

*로이가 등장하는데, 로이 캐붕이 아닐런지....

*아니 로이만 캐붕하는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캐붕이 있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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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니?"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제이슨의 귀에 툭 떨어졌다. 그날은 아주 아주 운이 나쁜 날이었다. 날이 점점 추워졌으나 제이슨은 달리 입을 옷이 없어 낡고 얇은 옷을 입어야했으며 추위에 몸이 웅크러들어 평소보다 몸이 둔했다. 거기에 눈까지 보슬보슬 내렸고 젖은 땅에 발이 미끌렸다. 마침 누군가의 지갑을 빌려가는 길이어서 넘어진 채로 붙잡혀 한껏 얻어맞았다. 그래도 날이 조금 풀린 날이면 제이슨 같은 고아가 불쌍해서인지 빵이라도 한덩어리 던져주는 데 이번엔 그것도 없어, 제이슨의 존재하지 않는 부모를 욕했다. 제가 먹는 것은 아니나 아주 기분이 더러웠다. 적당히 봐준 것인지 흠씬 두들겨 맞고도 일어설 수 있었으나 제이슨은 모든게 귀찮아졌다. 이대로 일어서면 뭐하나, 끼니를 위해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지금처럼 붙잡히겠지.


 이대로 누워있어도 부모없는 고아따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기에는 삶이 팍팍했다. 실로 겨울의 마음가짐이었다. 제이슨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 쉼없이 달려온 그 길이 슬슬 질렸다. 그냥 이대로 눈을 맞으며 또 눈을 감으면 모든 게 끝나버렸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고 다시 눈을 뜬다면 또 살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힘을 낼것이다, 지금은 좀… 쉬고 싶었다. 그래서 눈을 감은채로 바닥의 찬기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이슨에게 말을 걸었다.


 힘겹게 눈을 뜨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리면 과연 열 명 중에 열명은 되돌아볼 미모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자신보다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창백한 피부에 이채가 띈 푸른 눈동자는 추위만큼이나 시렸다. 호의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눈길로 주저 앉아 저를 살피는 모습에 제이슨은 머리를 굴렸다. 궁금한 것만 알려줘도 그는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줄 것이다, 이런 류의 궁금증을 가진 이들은 그게 설령 기대하지 않은 대답이라고 해도 값을 후히 쳐줬으니까. 어려울 것도 없이 괜찮다고 답하고 제이슨이 저지른 일에 대해 설명만 한다면 그는 기꺼이 주머니를 벌릴 것이다. 하지만… 제이슨은 너무나도 귀찮았다.


 그래서 그를 응시했던 시선을 바닥으로 돌려 그를 무시했다. 명백히 대화하기 싫다는 의사의 표시였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제 손을 제이슨에게 뻗었다. 찰싹! 방금까지만해도 어른이 내민 주먹에 맞았던 제이슨이 그 손길을 순순히 받을 리가 없었다. 남은 기력을 짜내어 그의 손을 쳐내고 앉아 그에게 거리를 벌렸다. 명백한 적의를 띔에도 그는 그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다친건 아닌가보네, 다행이다. 제이슨은 짜증이 일었다.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것도 짜증이 났고, 손이 쳐내지고도 멀쩡한 제이슨을 보며 웃는 꼴이 아주 복장을 뒤집어 났다.


"난 어디 다친데도 없고, 아픈데도 없으니까 가, 꺼지라고!"


 저를 걱정한 상대에게 할 만한 말본새는 아니었으나 제이슨은 거리낌 없었다. 어짜피 고아인 제이슨에게 말을 걸만한 사람은 이 마을 중엔 없었다. 이 마을에 정착할 인물일 지라도 제이슨과 좋은 관계를 맺진 못한다, 고아란 마을에서 처치곤란한 문젯덩이리일 뿐이었으니까. 오, 내가 무언갈 잘못했니? 제이슨의 가시에 그가 물었다. 내가 잘못했다면 사과할게. 난 단지-…너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것 뿐이야. 잘못한 것도 사과할 것도 없었다, 그저 제이슨이 예민하게 반응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잘못된 방식에도 불구하고 제게 밑지고 들어가는 모습에 제이슨은 김이 샜다. 애들 등을 쳐먹는 놈들이라면 모를까, 제게 친절한 사람에게까지 싸가지가 없게 굴기에는 마음이 걸렸다. 사과할거 없어, 잘못한 거 없으니까.


"하…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는가 본데, 당신 여기서 나랑 이야기를 나눠봤자 좋을거 하나없어."

 

"어째서?"


 난 고아새끼거든. 부모가 없으니 마땅히 마을에 도움도 못되고 하는 거라곤 남의 주머니를 털어 하루를 연명하는 것 뿐이니까 말이야. 그러니 좋게 보겠어? 당신도 나같은 거랑 이렇게 이야기 나누다간 나랑 같은 취급받을지도 몰라.  …인간은 모두 신의 아이라고 하던데? 아하, 교회에서 들었어? 그런거야 성직자들이나 부유한 계층들이 하는 소리지. 이런 곳에서 고아란 부모가 없어 배워먹지 못한 망할 꼬맹이들에 지나지 않아. 우리라고 부모가 없고 싶어 그런건 아닌데 말야. 뭐든 당신이랑 관계없는 없는 일이지만.


"궁금증은 이제 좀 가셨어? 그럼 적당히 값이나 주고 떠나."


 제이슨의 말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떠나기 싫단 건지, 아직 궁금한 게 남아있는 건지. 아무래도 후자 쪽인지 그가 다시금 제이슨에게 물었다. 내가 떠나면 달리 갈 곳이라도 있니?  내가 보기엔 넌 여길 떠날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참, 궁금한 것도 많고 오지랖도 넓은 사람이었다. 남자가 본대로 제이슨은 여기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남자의 등쌀에 못이겨 반쯤 일어났으나 더는 움직이기 귀찮았으니까. 뭘 꼬치꼬치 묻는거람. 제이슨은 혀를 차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다시한번 퉁명스레 대답한다고 화가나 떨어져 나갈것 같진 않았으니까.


"고아가 달리 갈 곳이 어디있겠어, 집이 있더라도 빼앗기기 쉽상이지."


 우리는 그저 눈과 추위를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을 해결하는거지. 내가 입은 옷을 보고도 모르겠어? 꼬질꼬질한게 며칠은 못빤거 같지 않아? 당신 옷이랑은 달리. 그는 아주 있는 집 자식인 건지 멀끔한 마을 사람들보다도 훨씬 값비싸고 좋아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 제이슨 같은 고아가 불쌍하다고 구제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이미 뱀파이어의 습격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나 마을에 남은 것이 많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부모를 잃은 고아만이 여기에 남아있는 도시에 무슨 희망이 있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너도 예상한 것처럼 내가 돈이 아주 많은 편이거든, 네게 집도 새 옷도 먹을 것도 제공해줄 수 있어. 도움이 필요하니? …그런 걸 왜 내게 해주겠다는 건데? 내대놓고 드러내는 호의에 제이슨이 그를 경게했다. 얼마전에도 고아에게 저런 식으로 다정한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인신매매범이었던 적도 있었으니 제이슨의 경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사실 네가 마을 사람들에게 얻어맞고 있을 때부터 보았단다, 아파도 울지않고 견디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 가진 것도 없는데, 맞았다고 우는게 더 우습잖아. 그렇지, 주저 앉아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분함에 눈을 부릅 뜨는게 더 내 취향이라. …당신은 참, 희안한 사람이야. 아하하, 칭찬으로 받을게.


"그래서야 네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데 어떤 것을 원해? 무엇이든 좋아, 네 속의 소망을 꺼내보련?"


"…―당신이 이뤄줄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 나는 가족이 갖고 싶어."


 돈도 집도 음식도 그런건 필요없어, 그런 건 구하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가족은 내가 구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어느누가 천애고아의 가족이 되겠다고 나서겠어? 거기까지 말한 제이슨은 입을 다물었다. 아런이야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여쁜 저 얼굴에 홀린건지 투명해서 속을 홅어본 듯한 눈동자에 홀린 것인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을 뱉어냈다. 실수했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그것으로 끝, 아무리 부자라도 가족을 만들어 줄 순 없으니 제게 돌아설려나. 제이슨은 스스로 이야기를 정리하며 남자의 말을 기다렸다.


"그래, 네 간절한 소원이 그거구나. …좋아 내가 너의 가족이 될게."


"뭐?"


"우선 형제부터 시작하는게 좋으려나, 형제라면 역시 서로의 이름은 알고 있어애겠지? 나는… 딕 그레이슨이야. 너는?"


"제이슨, 제이슨 토드."


"그래 제이슨, 성씨는 어떡할거니? 형제라면 성이 같아야겠지만 네가 그 성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대로 써도 상관없단다."


 …그럼 토드로 쓸래. 제이슨은 지금 이야기를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속내를 털어놓은 것까진 좋았다. 아주 숨기는 것도 아니었고 그것 때문에 이용당하기가 싫었을 뿐이니까. 다만 제이슨의 소원을 들은 남자, 딕이 곧바로 자신이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나섰다. 이름을 나누고 성씨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묻는다. 정말로 가족이 되려는 것처럼.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해주겠다는 걸까? 진심으로? 아, 혹시 가족은 많은 편이 좋니? 딕이 문득 생각난듯이 제이슨에게 물었고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제이슨의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를 가지지 않아도 좋았다, 수십명이라도 단 항명이라도 제이슨의 가족이라면.  …너로 충분해. …그래? 그럼 나도 제이슨으로 충분하려나.

 

 

 

 





"집이 너무 비싸."


 제이슨이 불퉁히 말했다. 썩 좋은 입지의 장소도 아닌데 딕이 이방인이어서 그런지 더 비싸게 부르는 느낌이었다. 제이슨이라도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알았더라면 덤터기 쓰는 일 없이 끝났겠으나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평생 관계없을 일이라 담을 쌓아놓고 지낸 것이 문제였다. 다음부터는 조금이라도 뒤적여봐야지. 집을 샀으니 언제 다시 그것을 사용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유비무환이리라. 아하하, 나는 비싸도 상관없는 걸. 너와 지낼 집이잖아, 그정도는 상관없어.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손해봤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수 없잖아. 안전한 곳이라면 몰라. 절대 싼 값이 아닌데도 집을 사겠다고 덜컥 돈을 내놓은 딕을 본 제이슨은 부동산 업자와 함께 혀를 내둘렀다. 과연 제이슨에게 뭐든 해줄 수 있다고 단언했던 사람답다고나 할까, 대체 그의 끝없는 부는 어디서 시작된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동네가 안전하지 않다고 중개사도 말했었지. 나도 본적은 없는데 우리 동네가 외각지역이다 보니 뱀파이어의 습격을 받는다고 해. 흐응, 그래?


"위험하다고 하는게 뱀파이어 때문이라면 전혀 문제 없겠는데."


"어째서? 그들은 엄청 강하다고?"


 내가 걔들 보다 쎄. 딕의 대답에 제이슨의 얼굴이 팍 식었다. 어어? 정말인데, 나 못믿어? 딕의 말에 제이슨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안믿는 건 아니지만…. 새삼 생각해보면 그렇다, 딕의 부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이 제이슨이어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그의 주머니 돈이라도 훔치려 들었을 것이었으나 조금의 조심성도 없었다. 중계업자 앞에서는 큰 돈주머니를 바로 내밀기도 했다. 제게 올 습격을 두려워했다면 돈주머니 같은 것은 들고다니지 않겠지. 그러니 그가 강하다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대체 무슨 자신으로 인외인 뱀파이어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턴 제 형이었지만 만난지 하루 밖에 되지 않는 형에 대해선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제이-, 형을 너무 못믿는거 아냐? 어느새 애칭까지 만들어 부르는 것을 들은 제이슨이 대답했다. 정 억울하면 네가 보여주면 되잖아. 난 보이는 것 밖에 믿지 않는다고. 뱀파이어는 본적 없다면서? 그 뱀파이어에게 당한 사람들은 많이 봤거든. 집이 있는 사람들보단 나같이 집 없는 고아들이 더 노려지기 쉬웠으니까. 그래? 그래도 이젠 아니지. 네겐 집도 있고 널 걱정하는 강한 형도 있으니까. …그러네, 이제 집도 있네. 강한 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손님이 올거야."


"손님?"


 응, 예전에 같이 움직이던 동료라고 해야하나 친구? 당신, 친구도 있구나. 어허, 형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다? 딕은 그가 말하던 그의 강함을 뽐낼 수는 없었으나 그의 유능함을 뽐낼 수는 있었다. 제이슨이 주먹구구식으로 공부했던 것들을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도 모자라 제이슨이 모르는 역사적 사실까지 읊어놀기도 했다. 특히 그의 가르치는 방식은 매우 친절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제이슨은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넌 돈도 많지만 아는 것도 되게 많다. …뭐어, 돈도 많았고 시간도 많았거든. 우와 재수없다-. 하지만 그 덕에 너와 내가 만났지. 그러네, 그럼 재수없단 말 취소.


 운동이나 산책 외에 나가는 일이 없는 딕은 곧잘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에 다른 누군가가 나오지 않아, 제이슨은 솔직히 그의 친구 발언에 소소히 놀랐다. 그런데 같이 움직이던 동료라면 무언가 하던 일이 있었을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딕에 대해 더 잘 알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에 제이슨은 무작정 싫어하는 대신 물었다. 언제 온다는데? …빠르면 오늘?  뭐? 아니아니, 나도 방금 이 편지보고 안거니까? 갑작스러운 날짜에 제이슨이 화낼 것이라 예상했는지 딕이 제 손에 든 편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편지가 늦게 도칙하지는 않았을테니, 딕이 일부러 거절하지 못하게 늦게 보낸것이리라. 그 딕의 친구답게 꽤 막무가내인 구석이 있었다. 


"…우선 친구 데리러나 가, 난 그사람 모르잖아."


"미안해, 제이."


 됐어. 제이슨은 한숨을 푹 내쉰다음 딕을 밖으로 내보냈다. 손님을 맞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것만 너무 갑작스럽다. 아니 근데 손님 맞을 준비라고 해도 뭘 해야하는거지? 청소? 딕이나 제이슨이나 그리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 없어 어떻게 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뭐 보기 민망한 것들도 없고 대충 청소만 해두면 되나? 둘다 원체 깔끔한 성격이다 보니 달리 대충 쓸고 닦기로 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빗자루를 꺼내 들었다. 살살 바닥을 쓸어내고 땀을 닦아내면 현관으로 말소리가 들린다. 아, 미안하다니까? 거짓말 마, 네가 그러는게 어디 한두번이야? 덕분에 제이에게 내 입장만 난처해졌다고. 익숙한 딕의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에 제이슨이 고개를 돌렸다. 순탄히 만났는지 생각보다 귀가 시간이 빨랐다.


"왔어?"


 손님이 와도 제 할 일만 할 순 없었기에 빗자루를 정리하고 곧바로 현관으로 나왔다. 마침 문을 막 열고 들어왔는지 주변을 돌아보는 붉은 머리의 남성과 발소리를 듣자마자 제게 얼굴을 향하는 흑발의 딕이 현관에 있었다. …어서오세요. 처음보는 형의 지인에 긴장해서 말을 걸면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의 고개가 제이슨에게서 딱 멈추었다. 그와 눈이 맞자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방긋 웃었다. 네가 제이버드구나! 제, 제이버드? 이건 또 낯선 애칭이라 눈을 끔벅이면 그가 엄지를 세워 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디키버드니, 그 동생인 너는 당연히 제이버드지!


"딕이 디키버드야? 예요?"


"편하게 말해 편하게, 나 그런거 신경안쓰는 편이거든."


 딕이 활동할 즈음에는 새처럼 날아다녔거든,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디키버드라 불렀었어. 그러고보니 딕도, …형이랑 같이 일을 했다고 했어. 무언가 공백을 느낀 그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참, 아직 내 소개를 안했던가? 나는 로이 하퍼. 아, 나는-…. 알아알아, 제이슨 토드지? 오랜만에 디키버드가 편지를 보냈다 했더니 네 이야기만 잔뜩 있어서 말이야. 디키버드의 마음을 사로잡은게 어떤 아일까 보고 싶어서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게됐어. 미안해? 아, 뭐- 괜찮아. 다음부터미리 연락만 해준다면.


"아하하, 할말은 다하는 편이구나? 그래 다음에 올때는 꼭 그러도록하지."


"제이 믿지마, 로이는 저렇게 말하고 몇번이나 약속을 어겼다고."
 로이의 말에 딕이 불신의 눈초리를 흘리며 제이슨에게 말했다. 그 딕이 바로 부정하는 것을 보아 그것이 통상적인 행동인 듯 싶었다. 아아니 이번은 어쩔 수가 없잖아, 누가 뭐래도 정착을 하지 않던 그 딕 그레이슨이! 갑자기 동생이 생기질 않나, 그 마을에 정착하겠다고 하질 않나! 널 아는 사람은 다 놀라 부리나케 달려올걸? 딕의 덧붙임에 로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제이슨은 이전의 딕을 본 적이 없었으므로 슬쩍 딕을 살폈으나 그의 얼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가 시커먼 남자애랑 있으려하겠어, 제이처럼 귀여운 동생이 있다면 모를까.


"…딕이 하던 일이란 대체 뭐야?"


 제이슨이 그 사이에 궁금하던 것을 물으면 로이가 딕을 쳐다보았다. 너 말 안했어?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 이젠 안하기도 하고. 딕의 대답에 한숨을 한번 내쉰 로이가 대신 제이슨을 향해 대답했다. 헌터야, 뱀파이어들을 잡는. 네 형은 그 사람들 중에서도 아주 뛰어났고. ―아, 그래서…. 뭔가 들은게 있었어? 아니 전에, 뱀파이어 이야기가 나왔을때… 딕이 자기가 뱀파이어보다 강하다고 했었거든. 아하,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뱀파이어들은 오히려 딕이 나타나면 눌린듯한 반응을 보였으니까.


"궁금증은 이제 풀렸지? 자아, 식사준비하자."


 딕이 로이와의 대화를 자르고 말했다. 아무래도 그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뭐 대화할 시간이라면 그가 밤산책을 나간 뒤에도 있으니 제이슨은 순순히 딕의 말을 따랐다. 디키버드, 네가 요리하는거야? 네 밥을 제이에게 시킬순 없잖아. 저애가 해주는 밥을 먹는건 나로 충분해. 이야아, 브라콤 납셨네. 그래서 저녁은 굶겠다고? 뭐부터 도울까? …재료 손질하는 거나 도와. 로이의 빠른 전환에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딕이 로이에게 재료를 넘겼다. 어린 제이슨은 식탁을 닦고 그릇을 두는 등의 가벼운 일을 도왔고 제 시간에 식사를 끝마칠수 있었다. 돕겠다는 로이를 자리에 두고 제이슨이 설겆이를 하기 위해 받침대를 싱크대 앞으로 밀었다.


"제이슨."


 이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려는 중에 딕이 제이슨을 불렀다. 같이 할까? 별로 많지도 않은데? 그래도 같이하면 좋잖아. 딕의 얼굴을 보던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설겆이를 같이하러왔다기보다 제게 할 말이 있던 거겠지. 장갑을 끼고 수세미를 들어 그릇을 문지르면 딕이 그릇을 깨끗하게 닦았다. 그것을 몇차례 반복하자 딕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헌터 시절이 궁금해? 헌터시절이 궁금하다기보단, 너를 더 알고 싶은거지. 나를, 알고 싶어? 봐봐, 우리는 가족인데 난 너에 대해 아는 게 적고 너는 많이 알고 있잖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헌터 시절을 좋아하지 않았거든 보는 거라곤 시체 뿐이었고."


"시체가 뭐 대수야, 어젯밤까지만 해도 같이 놀던 녀석이 당한 것도 봤는걸."


 …난, 난 네가 좀더 늦게 알게 되길 바랐어. 생각보다 너와 지내는 일이 더 즐거웠기도하고 특별한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 건 아니었지만 전보다 훨씬 다채로웠기도하고. 나도 그래. 내 이름이 제이슨 토드긴 하지만 온전히 제이슨 토드로 살게 된건 너와 지내면서 부터였는걸, 그 전까진 그저 매일의 끼니를 걱정하는 홈리스 고아새끼밖에 되지 않았어. 그래? 정말 네게 내가 특별하니? 특별하다 뿐일까, 넌 내게 유일이야. 넌 내 유일한 가족이잖아. 네가 그렇다면, 계획을 조금 더 당겨도 될것 같아.


"뭐?"


"아니-, 그냥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제이슨이 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으면 더 알 수 없는 말을 돌려주었다. 이해가지 않는 말에 의문을 가득담았으나 딕은 그런 제이슨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딕은 그날 항상 가던 밤산책을 가지 않았다. 대신이랄까 그가 소싯적에 쓰던 물건들을 제이슨에게 보여주며 만져보게 했다. 평소라면 위험하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할 것들을. 디키버드 뭔가 꾸미고 있어? 제이버드를 싸고도는 네가 할 행동은 아닌데. 그것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로이가 물으면 딕이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걸 알게 됐을 뿐이야. 정말로 그것 뿐? 응, 그것 뿐.

 



 사건은 그 날 밤에 일어났다. 모두가 잠든 시간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제이슨이 잠에서 깼다. 와장창, 유리가 깨지는 소리하며 다시금 울리는 비명소리에 제이슨이 몸을 움츠렸다. 도망쳐야해. 오랜만에 올라온 생존 본능에 제이슨이 이불에서 벗어나 겉옷을 챙겨 방 밖으로 나섰다, 거실에는 이미 깨어 무장을 하고 있는 딕과 로이가 그곳에 있었다. 제이버드!  제이! 안그래도 널 깨우려고 하던 차였어. 무슨 일 있어? 제이슨의 물음에 딕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뱀파이어들이 습격한 것 같아. 요즘은 한창 조용했잖아, 눌렸던 게 폭발한 거겠지.


"제이, 넌 로이랑 가도록 해."


"디키버드! 아무리 너라도 이정도의 수는 무리라고."


 딕의 지시에 제이슨이 미처 고개를 젓기 전에 로이가 소리쳤다. 무리니까 부탁하는거야 로이. 제이슨을 데리고 도망가줘. 옅게 웃으며 부탁하는 딕의 말에 제이슨이 냅다 소리쳤다. 싫어! 네가 내 가족이 되어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날 두고가려고 해? 난 너랑 안떨어질거야. 제이슨은 있는 힘껏 딕의 몸을 붙들었다. 제이. 싫어, 안가. 안갈거야. 딕이 타이르듯 불렀지만 제이슨은 요지부동이었다. 어쩔수 없이 힘으로 떼어낸 딕이 무릎을 굽혀 제이슨과 시선을 맞추었다. 너의 가족이니까, 너의 형이니까 가는거야. 그치만-…. 내 마음 이해해줄 수 있지? 딕의 한마디에 제이슨이 고개를 숙였다. 꼭 살아돌아와야해. …노력할게. 제이슨이 로이의 손을 꼭 붙들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너어는 진짜, 나쁜놈이야 알아?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부탁이 이런거라니."


"너니까 이런 부탁을 하는거지."


 돌아오면 이 빚은 톡톡히 갚게 할거니까. 아하하 살살해줘. 그것을 끝으로 셋은 집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접근성이 좋은 번화가를 골라 마을에서 벗어나려면 조금 걸렸다. 딕이 먼저 빠져나와 시선을 끌면 뒤이어 로이와 제이슨이 나와 마을 밖으로 향했다. 여러곳에서 습격이 벌어지고 있었으나. 다행히 두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을을 나갈때까지만이라도 이런 상태가 계속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하늘은 제이슨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살려주세요!"


 이동하는 두사람을 발견한 것인지 습격당하던 한 사람이 로이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해서 그를 떼어내려는 사이 뱀파이어들이 제이슨들을 발견했다. 무릇 사냥꾼은 무리에서 가장 약한 생물을 알아보는 법, 그 자리에 있던 제이슨에게도 타겟을 돌렸다. 그것을 기민하게 눈치챈 이는 제이슨을 바로 무리들에게 밀쳤다. …어? 제이버드!!! 로이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는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아, 나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눈을 감았을때 무엇인가 저를 끌어안았고 촤아악 하며 무언가 베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프지도 않아 눈을 뜨면 그의 형이 저를 끌어 안고 있었다. 괜찮니 제이? 상처는 없어? 딕…? 방금 소리가…!


"응, 목소리 들어보니 멀쩡하네. 다행이야."


"디, 딕! 등에 상처가…"


"난 괜찮으니까."


 제이슨을 바닥에 내려놓은 딕이 돌아서 뱀파이어들을 노려보았다. 로이가 했던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닌지, 딕이 그들을 노려보는 것만으로 뱀파이어들이 움츠러들었다. 로이. 응. 딕이 돌아보지 않고 로이를 부르면 제게 달라붙은 이를 떨쳐내며 제이슨에게 다가갔다. 가자 제이버드. 하,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가는게 오히려 도움을 주는거야. 확실히 제가 여기 있다면 딕은 또 제이슨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려 들것이 뻔했다. 결국 제이슨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 로이의 곁에 붙었다. 기다릴테니까, 반드시 와야해? 힘겨운 것인지 이번엔 노력해보겠다는 말도 돌려주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그게 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말 그럴거야?"


 제이버드. 저를 단호히 부르는 로이의 부름에도 제이슨은 무응답이었다. 로이와는 마을을 벗어나서부터 이 문제로 여러번을 다투었으나 제이슨은 아무리해도 이 문제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니, 그날보다도 생생히 떠올랐다 그날의 촉감이나 소리가 더 선명하게. 어떻게 유일이었던 형제를, 가족을 잃은 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딕을 잃은 후부터 제 보호자 역할을 로이에겐 미안했지만 제이슨은 그날의 복수를 꼭 이뤄야만 했다. …젠장, 네가 이럴 줄 알았다면 네게 뱀파이어와 싸우는 법을 가르치치 않았을거야. 로이는 형제를 잃은 분노에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제이슨을 위해 싸우는 법을 가르쳤다, 제 속을 괴롭히기보다 뱀파이어들을 때려눕히는 쪽이 나을거라고. 제가 가진 요령이나 헌팅 도구 또한 아낌 없이 챙겨주었는데, 제이슨의 손에 가장 맞는 것은 총이었다. 이것만큼은 딕을 이겼다며 자랑스레 웃었던 로이의 얼굴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도 이긴 것이 아니었지만, 총과 활음 다른 무기였다.


"아무리 너라도 죽을지도 몰라."


"그건 각오했어."


 로이의 보조덕분에 근처의 헌터들보다 뛰어난 제이슨이라도 뱀파이어들의 둥지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로이는 그 위험성을 알고 말리고 있는 것이고. 그러나 이렇게 하급의 뱀파이어만 잡아선 그들을 근절할 수 없었다. 머리를 따야지. 제이슨은 제 목숨을 걸고 그것을 이룰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환영이었다. 일찍 온 제이슨에 딕이 뭐라고 하겠지만, 그게 뭐 제 알빤가. 그렇다면 그가 먼저 저를 떠나선 안되었다.


"아아, 정말! 너네 형제는 정말로 나쁜 놈들이야 아주! 남겨진 사람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지!"


"미안해."


 특히 너어는 정말로 나쁜거 알아? 제이버드, 넌 나랑 같은 아픔을 겪고도 내게 그걸 주려하는거야. 알아? 그런데도 나도 같이 가는 건 안됀다고하지. …너까지 죽으러 갈 필요는 없잖아. 지금 죽으러 간다고 했어? 넌 절대 살아 돌아와라. 돌아오면 몇배로 응징해줄테니까. 어? 꼭이다? …노력해볼게. 그런 플래그 세우지 말고! 응, 응 알았다니까. 누구도 살아돌아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로이는 그런 약속을 몇번이고 나누었다.

 

 

 

 



 뱀파이어들의 성, 각지에 흩어진 하급뱀파이어들과는 다르게 권속을 다룰 수 있는 상급뱀파이어들은 이 성에 머무른다고 했다. 그런만큼 성의 경비도 삼엄하였으나 로이가 협력해준 폭탄을 사용하여 소란중에 잠입했다. 사람의 피를 흡혈하여 사는 족속들이나 생각보다 시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혹 피라도 흘리면 뛰어난 후각으로 찾을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시각을 이용해 적을 찾기에 몸만 잘 숨기면 잘 들어갈 수 있었다. 


"후우."


 제이슨은 뱀파이어 한마리가 또한번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베테랑이라고 불리고 있는 지금도 소싯적의 딕의 실력에는 닿지 못했다, 로이 가라사대 딕은 탈인간급이라고 하며 제이슨의 실력도 충분히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하급을 상대할땐 몰랐는데 상급 뱀파이어를 따돌릴 수 있는 것보면 자신의 실력도 제법이리라.


 뱀파이어들의 왕, 로드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돌아다니는 뱀파이어의 수가 줄었다. 게 중의 몇은 제이슨을 눈치챈 것처럼 그쪽을 볼 때도 있었으나 기분 탓인지 그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왕왕있었다. 문을 지키전 뱀파이어들이 떠나는 것을 확인한 제이슨이 알현실, 로 추정되는 문을 살짝 열었다. 제 몸이 겨우 지나갈 틈을 만들어 몸을 집어넣은 제이슨이 문을 툭, 닫았을때였다.


"기다렸어, 제이."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제이슨이 황급히 뒤돌아보면 왕좌에 앉아 있는 제 형이 기억 그대로의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딕? 그럴리가, 그럴리가. 살아있었다면, 살아있다면 어째서 제이슨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벌써 내 얼굴을 잊어버린거야? 섭섭해지려한다. 넉살좋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는 본인 그대로여서 제이슨은 홀린듯 왕좌로 걸어갔다. 불과 몇걸음의 거리에서 멈춰선 제이슨은 제 눈에 비친 딕을 담았다. 정말 딕이야? 정말 너 맞아? 그러고도 믿을 수 없어 물었고 딕은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딕 그레이슨이 아니면 누구겠어?


"그럼 어째서-…조금도 늙지 않고 그대론건데!"


"그런게 중요해? 오랜만에 날 만났는데."


 난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고 널 기다리고 있었다고, 널 목빠지게 기다린 나를 생각해서라도 안아주면 안돼? 예전처럼 말이야. 딕의 전혀 달라지지 않은 얼굴은 제이슨으로 하여금 향수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래서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춤주춤다가가 왕좌에 앉은 딕을 끌어않았다. 하아, 이 냄새. 그래 정말 제이슨 네가 왔구나. 순간 느껴지는 한기에 황급히 딕을 밀어내며 제이슨이 몸을 뒤로 했다.


"응, 그리고 눈치도 빨라. 역시나 내 동생."


 아쉽다듯 침음을 흘리면서도 딕은 제이슨을 칭찬했다. 모르는 사이 해주려고 했는데, 그래 뭐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딕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에 제이슨이 뒷걸음질 쳤다. 자 그럼 우리 똑똑한 제이가 얼마나 공부했는지 알아볼까, 뱀파이어의 특징이 뭘까? …창백한 피부와, 입안의 송곳니.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인 인간보다 낮은 체온과 노화가 없다는 점. 뱀파이어들은 밤에만 활동한다고 알려졌지만 상급 뱀파이어들은 낮에도 활동할 수 있어. …정답, 많이 공부했구나? 그럼 질문.


"내 손을 처음으로 쳐냈을 때 내 손의 온도는 어땠어?"


"……."


"어려워? 그럼 내가 너와 함께한 시간이 꽤 돼었지? 그때 내가 늙던가?"


"……아니."


 제이슨, 난 그날 뱀파이어가 된게 아니야. 원래 뱀파이어였지. 인간인척 하며 생활하는 건 꽤 편했어, 대충 압박만 줘도 도망치는 쭉정이들을 보고 나를 영웅으로 세운다던가, 여러가지를 줬거든. 근데 나는 아무래도 늙지 않으니까 결국 들키게 되더라고. 그래서 정착을 하지 않은거야. 하지만 그때, 네가 그랬잖아. 네 가족이 되어달라고. 그래서 깨달았지, 난 외로웠던거구나.


 내가 죽으라면 기꺼이 죽는 부하는 있지만 그런건 가족이 아니잖아? 물론, 형제생활도 나쁘지 않았어. 너는 귀엽고 사랑스런 동생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가족이 되려면 부부가 되는게 보통이잖아. 인간의 방식도 그랬지? 나야 네가 적당히 크길 기다렸다가 널 신부로 맞이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멍청이들은 힘을 숭상하는 구석이 있거든. 물론 내 반려가 된다면 녀석들에게 비할바야 못되겠지만 타인의 능력으로 강해지는 건 네 취향이 아니잖아? 그래서 로이의 도움을 받았지. 그는 나쁘지 않은 실력자인데다, 보호자의 역할을 하겠답시고 사람을 붙이진 않을거라고 생각했거든. 물론 그 어떤 사람보다 내가 매력적이겠지만, 역시 내 반려에 벌레들이 붙는 건 싫어서.


"아까부터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는데, 반려라니?"


"말 그대로, 내 퍼스트 레이디가 된다는 의미인데 왜?"


"그러니까 내가 왜-… 윽!"


 제이슨이 뒷걸음을 치며 뭐라고 쏘아붙이려는 순간 제이슨의 그림자에서 무엇인가 뻣어나와 제이슨을 사로 잡았다. 내가 말하지 않았어? 형제부터 시작하자고? 그럼 그 다음 단계가 있는 건 당연한거고, 너도 그때 말했잖아. 내가 너의 유일이라고. 그런데 왜 나에게서 도망치려해? 네가 그러니까 내가 화가 나려하잖아? 내가 너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제이슨에게로 딕이 다가왔다. 서늘한 손으로 제이슨의 뺨을 쓸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제이 내 동생, 나의 제이슨. 제 우린 진정한 가족이 되는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정말 좋지? 네 소원이 이루어지는거야.

 

 

허.. 일단 초안 올리기.. 별 내용은 없고 서술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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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슨 토드의 시발점을 꼽으라면 제이슨은 망설임 없이 딕을 만났던 그 날을 꼽을 것이다. 물론 제이슨의 삶은 그 이전부터 있었으나, 그날그날의 끼니를 걱정하던 홈리스 고아에서 온전히 제이슨 토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시기가 딕을 만났을 때였으니까. 딕은 제이슨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 더할나위 없는 풍족한 지원을 해주었고, 제이슨 토드의 삶은 나날이 풍요로워졌다. 한창 자라날 시기에 항상 함께했고, 그가 떠나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가슴 한켠에 박혀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딕 그레이슨은 제이슨 토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내라고 할 수 있었다.

"꼬마야, 너 혼자니?"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은 춥고,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제이슨은 그날도 끼니의 연명을 위해 소일거리를 하던 중에 들켜 지갑의 주인에게 얻어맞아 엎드려져 있었는데, 솔직히 일어나기도 귀찮았다. 저도 부모가 없고 싶어 없는게 아닌데 고아새끼라며 욕을 들은 것과, 아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면서 도둑질 같은 일만한다고 침까지 뱉었더랬다. 일어나서 추위를 피하면 뭐하나 어짜피 내일도 오늘과 같은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조금 더 궁색해졌다. 날이 따뜻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부리나케 쫓아와 응징하지 않았었는데. 괜시레 서러워진 제이슨은 울지않기 위해 입술을 앙 물었다. 눈물 한 방울쯤 찍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눈물 한 방울 쯤 찍어내도 먹을 것이 생기진 않았다.


 그런 와중에 딕이 다가와 말을 걸었었다. 제이슨이 얼마나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있는 신경도 쓰지 않는 와중에 그 만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 주었었다. 얼마없는 친절한 행동이었으나 제이슨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대답하려 하면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갈 것만 같아서였다.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보이는 게 싫어 제이슨은 공연히 딕에게서 시선을 떼어 바닥으로 돌렸다. 명백히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었고 호의에 대한 반응치고는 퍽 버릇없는 행동이었다.


"혼자라면… 나랑 가겠니?"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는데, 오히려 제이슨에게 손을 내밀기까지했다.

 

 

 

 





 제이버드. 단호히 제 이름을 부르는 로이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이 문제로 몇 번이고 다투었으나, 제이슨은 이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날, 유일했던 가족을 잃은 그날을 제이슨은 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럴거야? 내가 널 가르치는게 아니었는데…. 작게 탄식하는 그 로이 하퍼는, 잃어버린 딕의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이로 그 날에도 함께 있었던 이였다, 딕은 제이슨을 로이에게 맡기사 사라졌고 그 이후 로이는 제이슨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분노로 어찌할 줄 모르는 제이슨에게 싸우는 방법과 또한 그 분노를 발산하는 법을 가르쳤고 덕분에 어지간한 헌터들 보다 뛰어났으나 그럼에도 제이슨이 하려는 짓은 위험한 일이었다. 네 기분은 알겠지만-…그러다 죽을 수도 있어. 알고 있어, 그래도 상관없고.


"넌 정말 나쁜 놈이야."


"…미안."


 디키버드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남겨진 사람의 입장따위는 생각해주지도 않지? 너는 그 입장을 잘 알면서 같이는 안됀다고 하고. …너까지 죽으러 갈 필요는 없잖아. 제-이-버-드? 너 지금 대놓고 죽으러간다고 표현한 거 알아? 꼭 살아 돌아와, 그 조건으로 보내주는 거니까. 반드시 돌아와야해. 알았어? 노력해볼게. 노력이 아니라 반드시야! 알았어?

 부자연스럽게 끊긴 이유는 거기서 더 쓰기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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