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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의 환각(환시 환청 환촉)이 있음.
*제이슨 사망 소재.
*원본 썰 https://twitter.com/JL_kuon/status/1520400345050271744?s=20&t=_JiYRMUoeNgSahURuvaS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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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있지, 언제까지 잘거야? 이제 일어나. 들을 수 없는, 이제와 들릴 리 없는 목소리에 잠이 싹 달아났다. 튀어오르듯이 몸을 일으키면 창문 위로 늘어트린 커텐 사이로 붉은 후드를 입은 아이가 있었다. ...제이슨? 아이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자고 있었다한들 제가 발소리는 커녕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을까? 선연히 보이는 아아의 모습에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아이가 물흐르듯 자연히 돌린 시선으로 딕을 마주보고 웃었다. 일어났어? …그 애가 여기 있을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하다 잠이 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제 눈에 보이고 있는 이 애는 대체 누구란거야? 왜, 그 아이의 모습을 하고 그 아이처럼 웃는거야?
"제이슨? 제이슨... 맞지?"
"그럼, 내가 제이슨 토드지 누구 겠어?"
"하, 하하 그렇지. 네가 제이슨이 아니면 누구겠어."
그렇다, 너는 살아 있었던 거야. 그거야 그렇지 크라임앨리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네가 그렇게 쉽게 죽을리가 없지, 죽었을 리가 없어. 그건... 다 꿈이었던 거야.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는 딕에게 제이슨이 말했다. 일어났으면 얼른 준비하고 내려가. 알프레드가 다 같이 식사하는 걸 기대하고 있단 말이야. ...응, 그럴게. 준비하고 바로 내려갈게. ...그럼 난 먼저 가 있을게. 제게서 등을 돌리고 나가려는 제이슨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내뻗은 손은 아이에게 닿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내려갔다. 딕이 스스로 손을 내린 것이다. 이대로 아이를 붙잡아 어쩌게? 정말 제이슨인지 확인하고 싶어? 너 스스로 제이슨이라 인정했잖아. 애가 화나서 모습이라도 감추면 어떻게 해? 너는 그 앨 보지 않고 지낼 자신이 있어? 저를 책하는 말로 마음을 다잡은 딕은 그대신 손을 가볍게 흔들며 겨우 대답했다. 응, 이따봐.
준비를 끝내고 식당으로 들어서면 역시나 제이슨은 없었다. 브루스가 식사중에 있었고 그 옆으로 알프레드가 시립해 있었는데, 식당에 들어선 딕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이런. 일찍 일어나셨군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오실 줄 알았습니다만... 바로 식사준비를 해드릴까요? 아, 제이가.... 아니 일찍 일어나져서요. 식사는... 지금 준비해주시겠어요? 무심코 제이슨의 일을 입밖에 내려던 딕은 다시 그 말을 삼키고 말을 바꾸었다. 지금 여기서 제이슨의 일을 입에 담아봤자 너무 슬퍼한 나머지 제이슨의 환영이라도 보는 줄 알 거다. 브루스나 알프레드는 제이슨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이었으니까. 물론 딕 역시 그럴 준비가 된 사람이고 죽은 사람이 돌아올 리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직접 본 딕이 그 아이를 믿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입밖으로 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어 곁에 선 알프레드가 묘한 눈으로 딕을 주시했으나 곧 수긍하고 자리를 떴다. 네, 그럼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딕이 제 자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면 가만히 식사를 이어가던 브루스가 말을 꺼냈다.
"블뤼드 헤이븐엔 언제 돌아갈 생각이니?"
"오, 브루스. 전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구요? ...며칠 머물다 갈거예요. 아주 비워둘수도 없으니."
제이슨의 생존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고 좀 더 아이를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야 제가 안심할 것 같았다. 차라리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번 말해볼까? 전과 같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 염두에도 두지 않았을 생각이었다. 제이슨에게 브루스는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었고, 그 브루스는 언제나 자신과 제이슨을 비교해왔으니까. 적대를 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아이가 제 말에 귀를 기울여줄 것도 같았다. 어쩌면 방에서와 같이 해사한 미소를 보이며 응답해줄지도 모르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려나?
딕은 알프레드가 차려준 식사를 하며 생각했다. 식당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고요했는데, 간간히 들려오는 대화 소리조차 없어 아이의 부재를 더 선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짤그락짤그락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만 식당 내를 울렸다. …제이슨이 오지 않네. 먼저 가있겠다는 아이는 제가 준비를 하고 내려와서도 식당에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스푼을 움직이던 딕의 손도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아이는 제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던 걸까? 딕은 조용히 스푼을 내려놓았고, 그 모습을 살핀 알프레드가 물었다. 더 드시지 않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막 일어나서 그런가 그렇게 배가 부르지 않아서요. 그러시군요. 알프레드는 더 묻지 않았다. 딕이 제이슨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이 어제였고, 그 다음이 바로 오늘이었으니까.
결국 제이슨은 제가 식사를 다 마치기 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네가 먼저 가있겠다며, 그래서 너를 보낸건데. 잘 먹었어요. 딕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이를 보았던 방이나, 저택 내를 두루 돌아다녀서라도 아이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뭐야, 벌써 다 먹었어? 아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면 아까 보았던 붉은 후드를 입은 아이가 의아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다. …제이슨, 왜 식당에 안왔어? 내려갔더니 별로 안먹고 싶어서. 정말? 정말로 그것 뿐이야? 딕이 추궁하듯 물으면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단거야? 나는, 네가-….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까봐, 네가 정말로 죽었을까봐 난-…. 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딕의 침통한 표정을 본 아이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 딴청을 피우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아, 그래! 거짓말 좀 했어. 브루스랑 좀 다퉈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단 말야."
한끼 정도는 굶어도 상관없고. 아이의 실토에 딕이 한숨을 내쉬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는 말보다, 이것이 좀 더 그럼직했다. 그런거지? 다른 거, 다른 의미 없는거지? 딕이 확인하듯 물으면 별 이상한 걸 묻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다른 의미? 그것은 정말로 짐작가는 바가 없다는 듯이 되물어 보면 딕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가 너무 예민했나봐. 그러면서 슬며시 제이슨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사락사락 제이슨 특유의 곱슬머리가 제 손가락을 감아왔다. 손에 전해져오는 감각에 딕은 제 안의 꿈틀대던 불안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것이 제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손에 감각이 전해져 올 일이 없었으니까. 정말로 제이슨은 살아있는거야.
"제이슨,"
"왜? 뭔데?"
"나랑-…블뤼드 헤이븐에 가지 않을래?"
그 말에 제이슨은 놀랐지만 금방 웃으면서 거절했다. 피하기는 해도 완전히 도망치기는 싫다고. 그래, 그게 제이슨이니까. 신경써준 거지? 고마워. 브루스에 대해 막 이야기한 뒤라 자신을 생각해서 한 말로 생각했는지 제이슨이 감사 인사를 했다. 아니야 제이슨, 달라. 나는...
"리처드 도련님?"
"알프레드-"
마침 식당에서 나오던 집사가 말을 걸었고 알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제이슨은 딕의 뒤로 숨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만 올라갈게요. 제이슨을 숨기고 계단으로 오른 딕이 여전히 제 뒤에 숨은 제이슨을 향해 물었다. 알프레드에게도 숨기는 거야? 이번엔 알프레드도 브루스의 편이란 말이야. 들키면 금방 브루스 귀에 들어갈 걸? 이거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다. 분명 피도 흐르지 않을텐데도 고집스러운 면은 똑 닮아서 아무래도 둘의 사이가 풀어지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이러한 제이슨의 태도거 퍽 아이다워 귀엽게도 느껴저 딕이 한마디를 보탰다. 내가 좀 도와줄까? 그 말에 불만스러움으로 물들었던 제이슨의 얼굴에 이채가 띄었다. 정말로? 흠, 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못받아줄것도... 없고? 아하하, 그래 부디 널 도와주게 해주지 않을래?
딕이 블뤼드헤이븐으로 돌아간 후에는 자연스럽게 제이슨과의 연락도 끊겼다. 애초에 살갑게 연락하던 사이도 아니니 당연하긴 하지만 헤어질 당시의 상황이 영 마음에 걸렸다. 먼저 연락을 해볼까 생각하다도 또 마지막에 제이슨이 했던 말들이 떠올라 포기한 것이 이제 손을 꼽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려 연락이라도 해보려던 차에 우연히 고담을 찾을 기회가 생겼고 딕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괜히 연락하는 것보다 가는 김에 슬쩍 알아보는 것이 아이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었다.
고담의 밤은 여전히 배트시그널이 비추었고 범죄도 여전했다. 나이트윙이 고담의 하늘을 날다보니 저 멀리 배트맨이 빌런들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곁에 있어야하는 로빈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잘 안된걸까 걱정스러워 배트맨이 주변을 살펴보면 나이트윙에게로 목소리가 닿았다. 나 찾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알록달록한 복장을 한 로빈이 눈에 들어왔다. 로빈! 나이트윙이 반갑게 그를 불렀다.
왜 여기에 있는거야, 나이트윙? 그건 내가 할말이라고, 어째서 배트맨의 곁에 있지 않은거야. 그가 무언갈 시켰어? 나이트윙의 말에 로빈의 웃음이 뚝 그쳤다. 장난스러운 미소가 순간적으로 지워진 것을 본 나이트윙은 제 걱정이 적중된 것을 깨달았다. …배트맨은 아무래도 내가 필요없나봐. 뭐, 누구누구씨랑 다르게 제 말을 듣지 않는 로빈에 질린 거겠지. 애써 태연히 말하는 로빈에 나이트윙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런다고 아이를 해고 시킨다고? 물론 제게도 그랬던 배트맨이었으나, 제이슨에게 로빈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줄 알면서도.
"내가 배트맨과 대화해볼게."
"뭐? 아냐, 그럴 필요없어."
배트맨과 대화해보겠다는 나이트윙의 태도에 로빈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넌 그의 좋은 로빈이잖아, 굳이 배트맨과 다툴필요가 뭐있어. 나, 난 괜찮아. 정말이야? 배트맨의 지긋지긋한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시원하다니까? 저를 달래려 드는 로빈이 더 측은했다. 이참에 너처럼 독립이라도 해볼까! …그건 너무 위험해. 로빈의 말에 나이트윙이 말을 돌려주면 또 불만스레 불퉁인다. 네, 네. 잔소리. 누가 배트맨의 로빈 아니었달까봐. 나도 그냥 해본 소리일 뿐이야. …일단 내가 배트맨과 이야기해볼게. 그러니까 그럴 필요 없대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로빈과 대화하는 사이 배트맨은 이미 모든 것을 수습하고 사라져 있었다. 로빈이 아무리 해고를 했다고 해도 로빈이 여기 버젓히 있는데 가버리다니. 로빈과 함께 먼저 케이브로 돌아온 나이트윙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알프레드와 마주했다. 오셨습니까, 리처드 도련님. 이번엔 좀 일찍 들리셨군요. 고담에서 연계할 일이 있어서요. 알프레드는 나이트윙에게는 인사했지만 그 곁의 로빈에게는 인사를 건내지 않았다. 알프레드가 그를 무시할리 없으니 무단으로 나간 아이를 모른채 해주는 것이리라. 조금 기다리면 패트롤을 마친 배트맨이 케이브로 돌아왔다. …왔나, 나이트윙. 그는 썩 저를 반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배트맨, 어째서 로빈과 함께하지 않는거죠?"
"…나는, 더이상 로빈을 두지 않기로했다."
"…그걸 당신이 말해요? "
당신이 나를 데려와 사이드킥을 삼았고, 난 당신의 로빈이 되었죠. 당신은 결국 나를 해고 했지만 그건 나를 독립하게 만든 계기가 됐으니 내 문제는 됐어요. 하지만 제이슨은…그 앤 당신이 데려왔잖아요. 그 애에게 당신이, 로빈이 어떤 건지 알면서도 그래요? 당신이 데려왔으면 끝까지 책임을 졌어야지.
"제이슨은… 그 앤 이미 죽었다! 이미 죽은 아이를 날 더러 어떡하란거냐! 제발 내게 그 아이의 죽음을 입에 담게하지 마라! 나는 이미 충분히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 애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어요?"
브루스에게 존재를 부정받은 로빈, 제이슨이 나이트윙의 몸을 부여잡았다. 제 얼굴을 그에게 묻듯 붙어오는 것이 더 없이 가여웠다. 미안해, 그런 말을 듣게 해서. 정말 잘해볼 생각이었는데. 나이트윙의 사과에 제이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소리는 내지 않는 것이 울음에 떨리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는 것이겠지. 나이트윙은 무릎을 굽혀 제이슨과 시선을 맞추었다. 제이슨, 나와 가지. 나는 브루스처럼 해줄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할게. 같이 가주지 않을래? …응, 갈래. 제이슨이 겨우 소리를 내어 긍정하면 나이트윙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준비하고 올래? 바로 가자. 그 말에 아이가 짐을 싸기위해 배트케이브를 멋어났고 케이브 안엔 오직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
"…나이트윙-, 대체 누구와 대화하는거지?"
"누구겠어요? 당신이 눈 앞에서 부정한, 제이슨이죠,"
당신이 무엇때문에 제이슨에게 화난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번엔 심했어요. 알프레드도 그를 말려주시지 그랬어요. 나이트윙이 탓하는 말에 배트맨의 말문이 막혔다. 그는 계속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이 흘러나오지 않아 하지 못했고 곁에 있던 알프레드만 가만히 대답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리처드 도련님. 이후 짐을 싸고 돌아온 아이를 데리고 케이브를 나갔다. 아이가 저택에 산지 꽤 되었음에도 짐이 단촐하기 그지 없어서 괜히 입맛이 썼다.
다행히 나이트윙과 배트맨의 사이는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다. 알프레드의 충고 덕분이었는지 이후 배트맨이 나이트윙과 로빈에게 사과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빈은, 제이슨은 제법 상처가 컸는지 고담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딕은 아이를 존중해 그들 돌보았다. 매일 붙어 살아서 그런지 제이슨은 딕과 제법 친해졌는데 그 까탈스럽던 제이슨도 딕의 말이라면 한 수 접어줄 정도였다. 나이트윙은 한번씩 고담을 들렀으나 제이슨은 데려가지 않았는데, 그가 완고히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의 세이프하우스가 공격당하는 일은 없어 딕이 자리를 비워도 안전했지만.
그런 두 사람이 고담에 향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고담에 등장한 레드후드 때문이었다. 조커의 옛이름을 뒤집어쓴 그는 크라임앨리에 나타나 범죄자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담의 빌런들이니만큼 쉽게 따를 이들은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따르게 하기 위해 얼마나의 생명을 희생시켰을지…. 아이러니하게도 레드후드의 출연에 의해 확실히 범죄가 줄긴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거침없이 죽이는 레드후드가 배트맨의 눈에 좋게 보일리 없었다. 다만 배트맨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잘 빠져나가기에 나이트윙과 협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이슨은 이번에도 거절하려했지만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말에 따라나섰다.
브루스와 제이슨은 여전히 데면데면하긴 했지만 딕은 둘이 얼굴을 마주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에겐 두 사람다 가족이었으니 사이가 좋았으면하고 바라고 마는 것이다. 나이트윙의 활약으로 레드후드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할 수 없었지만 그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혈액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당연한 듯 돌아와 케이브에서 샘플에 담긴 유전자 정보를 검색했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제이슨 토드]
합치하는 대상이 케이브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제이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고 아무리 예전에 훈련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배트맨은 화면을 보고 제이슨의 이름을 흘리며 얼굴을 쓸었고 딕은 자연히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그는 억울한 듯 나 아냐! 하고 소리쳤다. 제이슨이 아니란건 딕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결과는 대체-….
이후 혈액뿐만 아니라 얼굴을 마주한 딕은 다시한번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저를 기다리는 유순한 동생과는 조금 달랐으나 그 얼굴에 어린 제이슨 토드의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 어쩌면 클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 누가, 제이슨의 클론을 만든다는 것인가? 제이슨이 로빈으로 활동하던 시기는 매우 짧아 누구도 그의 정체를 추측하지도 못할 것인데. 그런 딕의 속을 걱정이라도 하듯이 제이슨이 낮의 고담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다. 아껴마지않는 동생의 배려에 딕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디-키-버-드-, 너 아까부터 누구랑 대화하고 있어?"
"…레드후드."
시간이 어릴 적에 멈춘 듯한 그는 제 이름을 일부러 늘여뜨려 부르며 말을 걸었다. 하필이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을 때 딱 마주쳤다. 딕이 또다른 제이슨을 보며 그 이명을 입에 담았다. …내가, 왠만하면 무시하고 갈려고 했거든. 솔직히 우리가 그리 친밀한 사이도 아니고 그치? 근데, 허공에 대고 말을 거는 우스운 꼴을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네가 딱히 미쳐서 어떻게 되든 나랑은 관계없는데, 내 이름을 부르면서 그러는 건 굉장히 블쾌하거든.
딕의 동생은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에 경계하며 물러섰고 딕 또한 긴장했다. 배트맨과 대치중에 만난 그는 딕에게도 썩 호의적이지 않았으니까. … 네 정체가 뭐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내 동생의 존재를 없는 사람처럼 구는 건 좀 참기 힘든데-. 동-생-? 아하하하! 그래 네 말에 깜박 죽는 네 입맛에 맞게 자란 제이슨 토드 말이지? 하, 그런데 어쩌냐 그렇다면 더 두고 볼 수 없는데.
"제이슨 토드는 나야, 네가 뭣 때문에 환영따위를 만들어낸지는 모르지만 네 말에 껌벅 죽는다니 그런 불쾌한 건 두고 볼 수가 없지."
"환영이라니! 너야말로 제이슨의 클론 주제에 말을 너무 막하는 게 아니니?"
클론? 아, 딕 그레이슨. 네가 드디어 미쳐 날 가짜 취급해? 그래, 그렇다면 어느쪽이 진짜인지 증명해볼까? 딕의 말에 기어이 분노한 레드후드가 품에서 총 하나를 꺼내들어 딕의 동생을 향해 겨누었다. …안돼! 사색이 되어 외치는 딕에 그가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아아, 여긴가보네 그 가짜새끼가 있는게? 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가 진짜인지!
'탕!'
레드후드가 기어이 방아쇠를 당겼고 딕이 막아서려했지만 총탄이 조금더 빨랐다. 레드후드의 탄환은 제이슨에게 닿았고 그것은 그대로 제이슨을 통화했다, 제이슨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지않고. 제이슨은 겁을 먹은 듯 움츠리다 고개룰 둘면 제게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 것도 그리고 제 뒤에 총탄이 박혀있는 것또한 발견했다. 아, 안돼. 안돼, 제이슨. 가지마. 딕은 직감적으로 이별을 느꼈는지 아이를 붙잡으며 말했다.
휙, 분명 종전까지는 붙잡았던 팔이 더이상 잡히지 않았다. 딕의 손은 제이슨의 팔을 통화했고, 그것을 기점으로 제이슨의 몸이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제이. 나를 두고 가면 안돼. 아아, 고담으로 돌아오는게 아니었는데, 너를 데리고 오는게 아니었는데. 그러나 딕의 의지를 따라 순하게 자란 제이슨은 그 순간마저도 상냥해서… 딕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입술을 움직였으나 소리따위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입모양으로 읽기를, 안녕이라고.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
제이슨이 제 모습을 감추자 딕이 소리를 지르며 무너졌다. 아이가 또 죽어버렷어.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죽었다는 걸, 그건 환상이라는 걸.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어 찾아온 너를 진실로 삼았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느껴지지 않는 촉감을 느꼈다. 너를 보는 나를 보며 걱정하는 이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너만을, 너만을 생각했다. 그게 이제서야 보응받는 것이었다. 무너진 딕을 보고 환영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레드후드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말을 던졌다.
"자, 그럼 누가 진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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