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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뎀슨 (솟느님께)

쿠오니 2022. 5. 14. 00:53

* 호랑뎀... 내겐 너무나도 먼................. 친구 같아요..

*분명 설정은 그런데 조금도 들어나지 않아서 

 

3,892/5,061 호랑뎀슨, 뎀이 이미 어른이 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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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평소와 달리 이른 귀가를 한 팀이 거실의 소파에 파묻히다시피 누운 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는 소파에 누운 채로 책을 보고 있었는데, 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읽던 책을 한켠에 내려두고 고개를 돌렸다. 왔냐? 팀을 본 남자가 건성으로 손을 흔든다. 어쩐일이야? 네가 여기에 남아있고. 팀을 제 방으로 올라가 제 할일을 하는 대신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브루스랑 만나기 껄끄럽다고 항상 먼저 돌아갔었잖아."
 
"지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이것 때문에."
 
남자, 제이슨이 제 허리에 감긴 가늘고 긴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두꺼운 줄무늬의 그것은 팀도 익히 알고있는 이의 것이었다. 이 집의 막내이자 갓 성년이 된 데미안 웨인은 그 드물다던 수인 중에서도 더 드문 최상위 포식자, 호랑이 수인이었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호랑이의 습성을 이어받은 것인지, 성장환경 때문이었는지 데미안은 지극히 독립적이었다. 웨인저에 들어와 배트맨과 듀오를 짜게 되더라도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는데. 유독 제이슨에게만은 이렇듯 얽히곤 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다 원인을 따지고 올라간다면 그것은 제이슨 본인에게 있었다. 수인의 성장은 인간의 성장을 따라가기에 데미안의 본연의 모습은 성장이 더디었고 꽤 오랫동안 어기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제이슨의 눈에 걸렸던 것이리라. 지금은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는 제이슨도 예전에는 아주 왜소했고 본연의 모습도 그러했다. 작은 데미안의 본연이 과거의 자신처럼 느껴진 것인지 제이슨은 데미안을 살뜰히 챙기기 시작했다.
아직 몸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 데미안이 아기호랑이가 되어 활보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목덜미를 물고 웨인저로 돌아오거나. 사냥놀이를 도와주는 등 여타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것처럼 굴었는데, 데미안은 제이슨의 그러한 친절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내려다보기 위해 태어난 데미안에게 내려봐지는 것은 상당히 경험하기 힘든 곤욕일 것이다. 그러나 끝내는 제이슨의 돌봄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더라?
 
 
 
"손 대지마!"
 
제이슨의 놀림을 빙자한 친절이 계속되니, 간섭이 불쾌하지만 그동안의 일을 참작해 견디어주던 데미안도 한계에 다달았다. 아무리 아기 호랑이의 모습이라고는 하나, 아무리 저보다 어리다고는 하나 보통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훈련을 거쳐온 데미안이었다. 그저 어리기 때문에 돌봄을 받고 보호를 받는 것은 데미안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은근슬쩍 제 옆에 서려는 제이슨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최근에는 일이 영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손을 뻗는 제이슨의 손을 쳐내려했을 뿐이었다.
 
뚝, 뚜욱. 어느샌가 변한 앞발의 발톱에 제이슨의 손이 크게 베였고 길게 난 상처에서 붉은 핏방울이 방울방울져 바닥에 떨어졌다. 맹세컨대 제이슨을 다치게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손을 처냈으면 조금은 붉어질지언정 피가 흐르지는 않았을 텐데. 제 명령을 잘 들어먹지 않는 신체가 흥분한 데미안의 심경에 맞추어 부분 본연을 드러낸 것이었다. 제이슨! 데미안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제이슨의 서툰 참견을 대견스럽게 보던 딕이 놀라 그를 불렀다. 저도 미처 공격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제이슨은 피가 흐르는 제 팔을 망연히 보고 있었다.
 
"미…!"
 
미안해.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으나 확실히 데미안이 스스로 낸 상처였으므로 사과를 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막상 사과를 입에 담으려하니 쉽지 않았다. 어떻게 첫 소리는 내었지만 어떻게해도 말이 이어지질 않았다. 몇번이고 입을 달싹였으나 원하는 대로 소리가 나오질 않으니 데미안은 급기야 제이슨을 탓했다. 그러니까 진즉에 그만 두었다면 이럴 일이 없었을 것 아닌가, 특히나 자경당원을 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간단히 공격을 허용하다니 훈련부족이었다. 데미안이 조절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그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비하지 않은 것은 전부 그의-…
 
"미안하다, 네게 너무 부담을 줬나보네."
 
먼저 사과를 건내오는 제이슨에 데미안의 사고가 멈추었다. 토드 주제에… 왜 어른스럽게 먼저나서 사과를 하는가. 방금 그건 누가봐도 데미안이 사과할 타이밍이었고 데미안의 생각도 그러했다. 그런데도 데미안을 생각해 먼저 사과를 건낸것이었다. 됐어, 나도 다치게하려 한건 아닌데-… 미안. 그래서 그는 제이슨이 먼저 사과한 만큼, 딱 그만큼만 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데미안은 더이상 아기호랑이의 모습을 숨기거나 하지 않았다. 아기는 연약한 존재로 제 약점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싫어했던 그는, 제이슨이 제가 아기 호랑이일 때 더욱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생긴게 아기 호랑이일 뿐이지 그 속만큼은 어린 것이 아니며 여차하면 인간의 모습으로 공격할 수도 있으므로 사실 그것이 데미안에게 약점은 아니었다.
 
이렇게 곁을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데미안은 제이슨의 쓰다듬을 받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주 적은 곁을 줄 생각이었는데 데미안 자신이 대인관게가 익숙지 않아선지 거리 조절을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는 제이슨의 곁이 조금더 안심되고 기분이 좋기에 제이슨이 햐는 양을 두고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데미안의 성장에 따라 그렇게 참견하던 녀석이 슬슬 발을 빼고 있었다. 어째서? 물어본들 대답이 돌아올리 없었고 묻기에도 곤란했다. 데미안은 고담의 시민을 지키는 자경단원으로서 깊게 파고 들지 않기로했다.
 
하지만 그대로 거리를 두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인 데미안은 제이슨의 의중을 따라 필요이상으로 얽매지 않았다. 단 본연의 모습은 데미안은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에 솔직하기에 제이슨의 주변을 맴돌았다. 눈에 닿는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 그에게 부벼보기도 했다. 데미안이 다가오면 쓰다듬어 주긴하지만 그 전처럼 신경써주진 않았다. 데미안은 노력했고, 노력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단념했다, 제이슨이 다시 제게 오기를 기대하는 것을.
 
 
 
 
"마침 잘됐다, 얘 좀 깨워봐."
 
"…아무리 나라도 호랑이랑 맨손으로 싸우는 취미는 없어, 제이슨."
 
팀이 사사건건 데미안과 입씨름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상대가 본연의 모습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성체가 된 데미안은 팀으로서도 상대하기 버거운 감이 있어 대치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따위의 타이틀을 조금도 갖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저건 소유의 표시가 아닌가. 고양이는 꼬리를 감는 것으로 그 대상이 자기거라고 주장한다는-…그런 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데미안의 이것도 그것과 같은 선상같았다. 공연히 저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얘는 정말, 나한테 왜 이러냐."
 
처음에 다가갈 때는 그렇게 싫어하더니 원하는대로 멀어지려하면 이 꼴이고. 제이슨의 한탄에 팀이 흥미를 느껴 제이슨의 맞은 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보니 제이슨, 요즘들어 데미안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 독립을 시키고 싶은거야? …원래 호랑이는 독립적이야. 내가 이러는 건-…, 그냥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야. 너무 가까워진것 같아서. 그래? …믿는 사람의 눈치가 아닌데. 네가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이 건은 그것 뿐만은 아닌 것 같아서.
 
"애초에 정말 도망치고 싶다면 본연으로 변해 빠져나가면 되잖아."
 
아무리 크다고 한들 고양이의 유연성이라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을텐데. 표정을 보니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닌가보네. 그럼 대체 왜 인간형상으로만 있으려 하는데? 그건-… 그래, 너한테 숨겨봤자 네가 밝히려 들겠지. 빌어먹을 탐정놈. 칭찬으로 들을게.
 
"수인이 본연의 모습으로 변하면 본능이 강해진다는 건 알고 있지?"
 
"뭐 어느정도는?"
 
본능 중에 가장 강한 본능이 뭐 일거 같아? 생존본능이야, 먹는 것도 감정도 전부 살아야 가능한거니까. 내가 아무리 단련해서 무언가를 이룬들 본연의 입장에서는 그저 한마리의 고양이일 뿐이지. 그리고 이 녀석은 고양잇과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 고양이가 호랑이를 보면 어떻겠어? 데미안이 내게 이유없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걸 알고 있어도 본능적으로 반응해버리는거야.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어떻게 꾸미는게 가능한데 본연으로는 드러나버리거든.
 
데미안에게 겁을 먹는게 싫은거야? 팀의 물음에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얘를 좀 업어키우다 싶이 했잖아? 브루스나 딕 같은 존재는 못되더라도 형비슷한 무언가일 거란 말이지. 그런 사람이 자기한테 겁을 먹는 걸 보게되면 말이야… 아무래도 좀 그렇지? 데미안 녀석이 타인을 생각하는게 좀 서투르니 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데미안이 상처받을까봐 사린다는거야?"
 
"…얘가 그런 걸로 퍽이나 상처받겠다. 그냥 좀 그렇지 않을까~하는 내 생각."
 
그런건 결국 추측일 뿐이잖아, 제대로 대화해봐야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네가 데미안의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 뭐 네가 그렇게 나올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너를 위해 첨언하자면 말이야. 내가 굳이 데미안을 깨울 필요 없는 것 같아. 이미 일어나 있거든. 뭐?
 
그 한마디를 끝으로 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해꾼은 이만 빠져 줄테니까 둘이서 잘 대화해봐. 손까지 설렁설렁 흔들며 팀이 거실에서 빠져나갔다. 정적이 내려앉은 거실 가운데 제이슨이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데미안, 너-… 일어나 있었어? 제이슨의 말에 화답하듯 단단히 잡던 꼬리가 스르륵 풀리더니 데미안이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미리 말해두자면 처음부터 잠든 적 없어, 잠든 척을 한거지."
 
왜? 잠든 척을 하면 네가 붙잡힌 채로 같이 있어주니까. 잠들었었다면 널 잡은 꼬리에서도 힘이 빠졌을거야. 잠든척이라기에는 어설펐지, 드레이크도 금방 알아챘고. 그런데 너는 내가 잠든 줄 알았다-‥고 여겼다면 네가 잠들길 바랐겠지. 내가 널 잡고 잠들어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내 곁에 있고 싶었다-로 생각되어지는데 어때? 다른가?
 
나는-…. 네가 무슨 생각으로 내게 접근했고 무슨 생각으로 내 곁에 남아있으려는지는 몰라, 네 과거를 비추어 어느정도 추측할 뿐. 네가 신경쓰는 부분도 난 솔직히 이해가 안돼. 네가 날 보고 겁을 먹으면 확실히 충격은 받겠지, 근데 내가 아는 너는 그 본능조차도 씹어먹고 되려 날 노려보려 볼 녀석이라서. 내게 중요한건 네가 먼저 내게 다가왔고 난 네게 곁을 허락했다는 거야. 즉, 넌 내 곁에 있어야한다는 거지. 이제와 멀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토드, 나를 길들였으면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2,877/3,742 호랑뎀중년슨, 뎀이 이미 성장을 마친 상태+ 중년슨이 상처 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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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나빴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총을 제 손발처럼 쓰는 레드후드가 총에 당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미 헬멧의 표면에 금이 갔을 것이다. 그 작은 균열이 헬멧을 깨트려 조각조각이 났고 그 파면이 눈에 들어갔다. 그 순간의 머뭇거림을 놓치지 않은 놈들이 레드후드를 공격했고 큰 치명상을 입어야했다. 혹시나 싶어 준비해둔 폭탄으로 주위를 돌려 탈출했던게 바로 전의 일이었다, 절뚝거리는 발로 뒤뚱뒤뚱 걸어나온 제이슨은 골목의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눈꺼풀 마저 무거워 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금빛이 제이슨의 눈을 사로잡았다, 당최 무엇인지 모를 금빛은-…아니 녹색인가? 아니, 뭐가됐든 아무래도 좋다. 슬슬 눈을 감고 싶었다.

 



 정신이 들면 화려한 캐노피가 제이슨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캐노피에, 온 몸에 밀려오는 나른함 그리고 제 허리를 감싸안은 누군가의 온기. 아무래도 제이슨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와 화끈한 밤을 보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 상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좋았나? 보고자라온 얼굴이 브루스나 딕이었으니 원치않게 높아져버린 눈 때문에 누구라도 기억에 남았을 텐데. 뭐 어렵게 떠올릴 것도 없이 제이슨은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고았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런 미친-…. 제이슨의 옆에 누군것이 다름아닌 데미안 웨인이었으니까.  확실히 성장한 데미안은 브루스의 아들 답게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외모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데미안이랑? 동생같은 앤데? 제이슨은 기억이 나지않는 머리를 부여잡고 노력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게 없었다. 망했다, 이래선 브루스나 알프레드를 볼 면목이 없었다.


 제이슨은 눈동자를 굴려 데미안을 살폈다. 아직 눈을 감고 있으니 깨진 않은 모양인데-…이대로 튈까?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눈을 뜬 데미안과 마주하는 것보다는 나을 성 싶었다. 슬금슬금 허리에 감긴 팔을 풀고 몸을 침대 바깥으로 이끌었다. 옮길때마다 온몸이 아파왔으나, 좀 아프고 마는게 낫지. 침대 끝에 도달한 제이슨이 바닥 아래로 발을 뻗으려 했을 때였다.


"그 다리로 내려가려고? 떨어질 걸."


 "데미안-…"


 언제 일어났는지 아래로 기우는 몸을 데미안이 허리를 감아 지탱했다. 눈빛에는 졸음이 조금도 없는 것을 보아 깼는지 꽤 된거 같았다. 그저 눈을 감고 있었던 것 뿐인가. 뭘하는 건가 싶어 그냥 뒀더니-…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머리가 잘 안돌아가나봐? 데미안이 팔에 힘을 주어 제이슨의 몸을 끌어올렸다. 맨살에 닿아오는 체온이 낯설어 뿌리치려 저항하면 더 강하게 붙들었다. 그대로 있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아쉽게도 말이지. 내가 뭘 생각했는데? 제이슨이 시치미를 떼며 물으면, 데미안이 슬쩍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렇고 그런 짓. 제이슨이 손에 쥐인 이불을 붙잡아 제게로 당기면, 데미안이 피식거리더니 팔을 풀어주었다. 안심해, 제 몸도 못가누는 환자에게 손 댈 생각은 없으니까. 제이슨에게 손을 땐 데미안이 침대에서 일어섰다. 뭐어, 기다려. 곧 준비할테니까. 제게서 떨어진 데미안에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제이슨은 데미안의 꼴을 보고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너, 너!  꼴이 그게 뭐야!"


 아무 일도 없었다며!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데미안의 꼴에 제이슨이 삿대질 했다. 내 꼴이 뭐, 딱히 나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데미안의 한마디에 제이슨이 입을 다물었다. 그야 제이슨도 데미안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데미안이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하면 제이슨이 데미안에게 손을 내민다. 나도 줘, 입을거야, 제이슨의 손을 보던 데미안이 말했다. …네가? 무리일 텐데.


"말했잖아, '제 몸도 못가누는 환자'라고."


 데미안의 말이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을 찌푸리면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덜깬게 아니라 기억이 온전하지 못한거였나. 네 모습을 다시 훑어보라고 토드. 데미안의 조언에 제이슨이 그제야 제 모습을 살피면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제 꼴이 보였다. 넌 부상당했고 그것도 생명이 위험할 정도였어, 지금은 수습했지만-…자세한 건 주치의에게 물어봐. 준비하고 내려갈거니까.


 제 매무새를 고친 데미안은 제이슨의 앞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붕대 외에 아무것도 없으며 무언갈 입기에는 몸이 불편했다, 거기다 데미안은 옷시중을 받기만 했지 하는 쪽은 아니었으므로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낼 수는 없었기에 약간의 고민을 한 뒤 제 이불을 들었다. 이리저리 감싼 결과 이불을 둘둘 말았다. 제이슨의 꼴이 퍽 우스웠으나 데미안은 만족스러웠다. 양팔로 제이슨을 안아들고 방을 나섰다.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아랫층으로 내려온 데미안은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이미 한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제이슨의 또다른 형제인 팀이 그곳에 있었다. 


"쯧, 레토르트인가."


"너나 나나 요리는 안돼잖아, 그나마 환자가 있으니까 레토르트인거야."


고맙게 먹어. 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보니 이 집에는 이 둘만 사는 것이었지. 뜻밖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은 제이슨이 곧 정신을 차리고 데미안에게 말을 던졌다. 의사에게 데리고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 집에서 의료지식이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있잖아. 그리고 네 치료는 티모시가 도맡아했으니까 네 주치의라는 것도 틀리진 않아. 퍽이나. 데미안의 말에 제이슨이 콧방귀를 뀌었다.


"제이슨, 깨어난… 꼴이 그게 뭐야?"


"입혀서 괜히 상처벌어지는 것보단 낫잖아."


"저래선 팔도 못움직이겠는데. 네가 먹여주려고?"


 팀이 제이슨의 꼴을 보고 홱하니 데미안을 돌아보았다. 명백히 그를 탓하고 있음에도 그는 조금도 개의치않고 오히려 뻔뻔히 대답했다. 이불을 여미는 제이슨을 살핀 팀이 데미안에게 말을 건냈다. 팀도 실로 그를 도우리라고 생각해서 한 것은 아닐테지만-… 데미안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팀이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나간 뒤엔 제이슨을 돌봐야하는 건 너니까.


"그보다 토드가 기억을 못하는 모양이야."


"…아, 죽을 뻔했던 것 때문에 기억이…"


 데미안의 말에 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래서. 확실히 네 입으로 하면 네 자랑밖에 되질 않으니까. 팀의 말에 제이슨이 눈둥자를 또르르 굴렸다. 진짜로 본인이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이 맞나보다.


"나도 정확한 경위는 몰라, 패트롤 후에 호랑이 모습으로 변한 데미안이 널 업고 돌아왔었어. 상처도 심하고 피도 상당히 흘러서 위험한 상태였고."


 피는 케이브에 있는 혈액팩을 이용했고 치료는… 네가 실험체가 된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처지했어. 아마 한쪽 눈과 한쪽 다리는 쓰지 못할거야. 미안해. …넌 할만큼 했어. 따지고 보면 다친 내 탓이지. 그런게 어딨-… 아, 그럼 아침에 데미안을 보고 깜짝놀랐겠다. 대량츨혈로 체온도 많이 낮아져서 데미안이 붙어있었거든, 동물이 사람들보단 체온이 높아서 도움이 될거라며 그 데미안이 널 자기방으로 데려갔었지. …그랬다면 직작에 말해주면 좋았을걸. 데미안이 말하면 생색을 내는 거에 가까워지니까.


"참, 딕에게도 연락했으니까 저녁즈음에는 올거라고 생각해."


"tt."


 팀의 첨언에 데미안이 혀를 찼다. 딕을 꽤 따랐지 않았었나, 왜 지금은-…. 나둬, 널 독점하지 못하게 되서 그런거니까. 그건 또 무슨…, 아니 그보다 딕한테도 연락을 넣었다고? 네 정보는 다 들어가게 되어있어. 내가 넣지 않았어도 데미안이 넣었을거야. 팀은 제 앞의 머그잔을 비우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시간동안 잘해봐. 데미안.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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