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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딕슨]

쿠오니 2017. 12. 4. 20:39

 제이슨 토드에게 딕 그레이슨이라는 존재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제이슨이 첫번째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도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그런 사람. 제이슨이 그리 딕을 기꺼워하지 않았던 것 처럼 딕 역시 슨이를 기껍게 여기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무슨 바람이 들었던 것인지 딕이 제이슨이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고, 그래서 제이슨도 다른 감정을 한 때 품었었다.

 

 사랑, 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이. 딕을 향했던 감정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었을지도 모르고. 과연 그러한 감정이 죽었다 살아난 것으로 이렇게 옅어질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두번째 생의 기억은 차오르는 슬픔과,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시작했다. 그래도, 무엇을 기대했었던 것인지 고담을 찾았다. 마지막 기억에서 조차 제이슨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배트맨이었었는데. 제이슨이 다시 살아났다 한들 변했을까. 무엇을 기대했던것일까. 돌아온 고담은 제이슨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래, 정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범죄에 병들은 모습도 그리고 고담을 지키고자 움직이는 배트맨과 로빈도.

 

 그래, 로빈이 있었다. 제이슨은 죽었지만 여전히 로빈인 살아서 배트맨과 함께 고담을 지키고 있었다. 제이슨은 로빈이었지만, 로빈은 제이슨이 아니었다. 딕 그레이슨이 그 자리를 만들었고, 그게 제이슨에게 갔듯이 제이슨이 죽자 또 누군가가 로빈이 되었다.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배트맨에게 제이슨 토드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되집어 보아도 배트맨에게 혼난 기억밖에 없었다. 늘, 그의 수준에는 못미치는 로빈이었고, -실패한 로빈이었다.

 

"레드 후드."

 

 저를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레드후드-제이슨은 스스로를 비웃었다. 대체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그도 결국 배트 패밀리였고 이미 배트맨에게 배운 바 있었을 텐데. 그에게 사납게 쏘아대면서도 그는, 나이트윙은 다를 것이라 막연히 기대한 자신이 우습고, 그 막연한 믿음의 기반이 한 때 그를 향해 가졌던 조금 다른 감정이었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것은 제이슨의 일방통행이었는데. 하지만, 그래도.

 

 네가 그래선 안되지. 저를 향한 조금 다른 감정을 알고 있을 나이트윙-딕 그레이슨이 그래선 안되었다. 그 감정을 몰랐다면 모를까. 몰랐다? 제이슨의 머리에 아주 나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렸던 제이슨이. 어린 마음에 딕에게 그 특별했던 감정을 털어놓은 것을 까맣게 잊고서.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제이슨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그가 모른다면, 구태여 그것을 들추기 보다 덮는 것이 나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제이슨-, 레드후드는 당장에라도 자신에게 무어라 쏘아붙일 듯한 나이트윙을 흘깃보더니 등을 돌렸다. 죽기전에나 지금이나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척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특히. 배트맨 아래서 로빈을 하고 있던 시절이면 모를까, 저런 녀석의 어디가 예쁘다고 그의 일장 연설을 듣겠는가. 나이트윙을 등지고 돌아섰다. 무시하려는 속셈을 알아챈 나이트윙이 등뒤로 소리쳤지만,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 전체를 감싼 이 붉은 헬멧 덕분에 호흡이 조금 불편한지

 

 가슴 한 쪽이 조금씩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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