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454/3,197
팀 드레이크는 영리한 소년이였다. 영리하다는 말은 이치에 밝은 것 뿐만 아니라 이익을 취하는 것에도 눈이 밝다는 소리라는 것을 제이슨은 종종 잊곤했다. 그야 남이보기에 팀 드레이크라는 소년은 그저 고집은 센편이나 총명하고 선량한 소년이었으니까. 브루스와 함께 웨인 엔터에서 일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 브루스를 보필하는 총명한 소년인 동시에 스스로 고담을 지키는 자경단이 되겠노라고 나선 선량한 소년이었다. 물론, 팀의 선한 '욕심'때문에 제이슨은 로빈자리를 빼앗겼으니, 팀을 마냥 좋게 볼 수는 없었으나 어쨌거나 선량한 사람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나 팀도 마냥 선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제이슨의 분노로 인한 일방적인 구타에 대한 보복을 할 정도로 영악한 아이기도 했다. 제이슨은 그 때문에 팀을 로빈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배트맨은, 메트로폴리스의 슈퍼맨처럼 선함의 상징이 아니었으니까. 로빈 역시도 마냥 착하기만 해서는 곤란했다. 뭐 그런 제이슨의 인정도 부질없이 '데미안'이라는 웬 꼬맹이가 와서 로빈자리를 차지해버려, 팀은 레드로빈이 되었지만. 생각해보니, 로빈의 자리에 실패작인 자신의 인정은 그닥 필요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팀과 어떻게 친해졌더라. 명확한 계기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 주먹을 주고 받고서도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두 사람은 어느새 식사도 같이할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제이슨으로서는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의 영리함은 제이슨이 원하는 정보를 가져오기도 했으니 이따금 조사를 부탁하곤 했다. 그 것 때문이었을까 팀 드레이크의 영악함을 잊은 것은.
처음은 그저 사소한 비틀림이었다. 배트맨 패밀리가 불살주의를 고집하는 것과는 달리 제이슨, 레드후드는 빌런들을 잡아 죽이는 편이었다. 그가 보기에 나아질 가망은 없는 쓰레기였고 그래도 싸다고 생각했으니까. 오히려 곱게 죽여준게 제이슨으로서의 호의였다. 누구씨처럼 두들겨 패고, 거기에 폭탄까지 터트리진-아 그랬던 적도 있었나. 어쨌거나, 배트맨 패밀리랑 팀업을 하다 보면 그것 때문에 시비가 붙곤 했다. 물론 제이슨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무시했지만.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져가는 줄은 몰랐지. 아니- 그것이 제이슨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지는 꿈에도 몰랐다. 이래저래 가타부타 말이 많으면서도 손이 필요하면 부르던적이 몇번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미심쩍은 문제가 발생하고 그 범인으로 제이슨을 의심했을 때, 상당히. 충격이었다. 물론 그 사람 성격에 누군가를 용의선상에서 지운다는 것은 없었지만 좀 방법이 비슷한거 가지고 자신에게 으의심의 화살을 돌릴줄은. 그래서, 제이슨은 그 어떤 말도 뱉지 않고 그 자릴 떠났다.
처음엔 멍했고, 다음은 분노했으며, 마지막은 아팠다. 의심은 배트맨 뿐만은 아니었다. 같은 사건이 몇번이고 발생하자 제이슨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제이슨을 의심했다. 애초에 신경쓴건 아니었지만 당하고 보니 기분 나빴고 그 정체를 까발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리고 나서-.
…일단 정체를 아는 것이 먼저였다. 제이슨은 애써 생각을 돌렸다. 사건을 이잡듯 뒤져서 공통점을 찾았고 마침내 다음에 일어날법한 장소를 알아냈다. 레드후드의 본격적인 활동시간은 밤이었지만 꼬리를 잡기 위해 조금 이르게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래드후드와 비슷한 방식을 차용했던 만큼 제이슨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고 아마 불살주의인 배트맨 패밀리는 눈치를 못챘을 것이 분명했다. 뒤를 잡고, 놈을 잡으려고 들어 선 순간,
제이슨은 범인이 있어야할 장소에 혼자 있었고 한발 뒤에 찾아온 배트맨 패밀리가 들이닥쳐 빼도박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눈매를 좁히는 배트맨을 보고서 제이슨은 뭐라고 말하려다 그만 두었다. 무엇을 말한단 말인가? 나는 범인이 아니다? 오해다? 그는 자신을 오해했던 사람이었다. 제이슨이 무언가 말을 하려던 것을 그만두고 배트맨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아, 뭐라고 말한건데 배트맨?
그러나 배트맨은, 레드후드를 보더니 아무말 없이 돌아섰다. 레드 후드가 아니라는 건 알았나보지. 배트맨이 돌아서니 나이트윙도, 레드로빈도, 로빈마저도 따라 나가버렸고, 레드후드는 그 자리에서 헬멧을 벗었다. 생각할,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떠나가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너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끼익,
배트맨 패밀리가 떠난 문이 살짝 열리더니 팀 드레이크가 들어오며 문에 살짝 기대었다. 팀 역시 검은 두건을 벗은 상태였다. 찬찬히 흘겨보는 팀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배트맨 뒤는 안쫓고 뭐하냐고 쏘아 붙이려는 참에 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분이 어때?"
제이슨은 팀의 이상한 질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뚱단지 같은 질문인가. 헛소리 할거 같으면 꺼져라고 말했음에도 팀은 문에서 등을 떼고 제이슨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팀이 등을 떼자 열려있던 문이 닫히며 방 안엔 오직 두 사람만 있었다.
"방금 배트맨의 반응을 보고 확실히 알았잖아. 배트맨은, 브루스는 널 필요로하지 않아. 게다가 너를 이곳에 세워두고 떠났지, 네가 따라올걸 믿어서 일까? 버려진 기분이 어때?"
팀은 천천히 제이슨의 곁으로 걸어오며 말을 붙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제이슨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팀의 말을 끝나자마자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고 상대적으로 작은 팀은 들려 올려졌지만 태연했다.
"아, 하긴 브루스 뿐만은 아니었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저보다 완력도 약한 주제에 태연자약한 팀의 모습에 부득 이가 갈렸다. 제이슨은 애써 분노를 누르며 물었고, 팀은 그제야 제이슨을 마주하며 말했다. 브루스는 널 사랑하지 않아, 제이슨. 아니, 이세상에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번 일로 확실해졌지.
시발. 제이슨은 작게 욕지기를 읊조렸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리가 있나. 그러나, 그러나 이런식으로 적어도 눈 앞의 새끼에게 그런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다른 손으로 팀의 고운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으려고 했을때, 팀이 입을 열었다. 오직 나를 제외하고는.
멈칫, 제이슨의 손이 움직임을 멎자 팀이 손을 뻗어 제이슨의 뺨을 쓸었다. 가엷은 제이슨, 네가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하지만 괜찮아, 내가 알아주잖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아? 팀의 차가운 손이 뺨에 닿자 제이슨이 반응하여 손에 힘을 푼뒤 팀에게 한발짝 떨어졌다
.
"충분하고 말고, 그러니까 나머지 것들은 네게 불필요하고 거지적 거리는 것들 뿐이지. 그래서 제거한거야."
"너-"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넌 날 사랑하고, 그걸로 된거야. 그렇지?"
'B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팀슨]코코아 (0) | 2017.12.04 |
---|---|
HappyJayday 맞이 전력 (0) | 2017.08.15 |
호랑뎀슨 단문(Dear.솟느님) (0) | 2017.05.26 |
리퀘박스5 연반딕슨 (0) | 2017.05.17 |
리퀘박스3 대립뎀슨 (0) | 2017.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