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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슨]코코아

쿠오니 2017. 12. 4. 20:36

 가끔은 커피말고 다른 것을 드셔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티모시 도련님. 노련한 집사가 책상에서 골몰하고 있는 팀에게 평소와 다른 것을 건내며 말했다. 코끝을 찌르는 달달한 내음은 그것이 마시멜로우를 띄운 코코아라는 것을 추측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 가문사람들은 하나같이 달디 단 것을 좋아하므로 팀이 즐겨마시는 커피 외에 자주 내오는 것들 중 하나였다. 물론 팀은 단 코코아보다도 커피를 즐겨마시는 쪽에 속했다.

 

 팀이 커피를 즐겨마시는 데에는 그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도 있지만 잠을 쫓으려는 용도에도 있었다. 물론 팀에게 카페인도 들지 않을 뿐더러 자주 입에 대어 커피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팀은 잠을 쫓기위해 진한 커피를 마시는 일를 좀처럼 그만두지 못했다. 단지 기분상의 이유만으로 커피에 손을 대는 것이 스스로도 퍽 우스운 일이었으나 팀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기분 역시 살아가는데에는 중요한 요인이었으니까. 그러므로 노련한 집사가 그에게 커피대신 코코아를 가져오는 것은 무언의 시위기도 했다. 무리해서 깨어있지 말고 코코아를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그리고 팀은 그러한 집사의 시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마워요 알프레드. 코코아가 든 머그잔을 받아들이고 팀이 한모금을 마시는 것을 보고서야 알프레드가 방을 나섰다. 팀은 머그잔에 담겨 뱅글뱅글 돌고있는 마시멜로우를 보며 달디단 코코아를 좋아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제이슨 토드. 웨인이 될 뻔 했으며 이제는 웨인이길 거부하는 남자.

 

 팀이 혼자 조사하며 배트맨과 나이트윙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아냈듯이 배트맨과 함께한 로빈이 누구인지도 알아내었었다. 다만 제이슨 토드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는데 팀이 웨인저택을 찾아갔을 때에 제이슨은 이미 고인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딕과 브루스야 실제로 부닥쳐보고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으나 제이슨에 대해서는 간간히 흘리는 말로 알수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금기어인 마냥 많은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노련한 집사가 흘린 코코아를 좋아하는 것과 기억속에 호리호리한 로빈을 떠올리며 이미지를 만들었었다.

 

 살아돌아온 그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덩치가 있고 사나웠지만. 그러나 저를 돌봐준 노련한 집사에게는 약해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고 그가 좋아하는 쿠키나 코코아를 내오면 못이기는 척 그것을 먹고가곤 했다. 브루스와 딕에게는 날을 세우며 팀에게는 첫만남 당시에는 그러했으나 지금에 와선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다. 그를 동정하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 태도가 제이슨에게 편안함을 준 모양이었는지 가끔씩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물론 팀이 그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가끔씩 벼랑끝에 선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때는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을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제이슨도 팀의 제안에 어쩔수 없이 넘어가는 척 해주었다. 관심은 부담가지지 않을 선에서 파해친다면 들키지 않게. 팀은 이 두가지를 잘 지키고 있었기에 제이슨과 나름 원만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이슨의 신경이 브루스와 딕에게 치중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왔어? 뭐라도 마실래?"

 

인기척에 팀이 자연스럽게 머그잔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느새 창가에 선 인영이 손을 내저었다. 아서라. 곱게 자란 도련님께서 뭘 하실려고 다른 사람 눈치채게 하지말고 그냥 있어. 인영, 제이슨에 말에 팀이 작게 중얼거렸다. 커피정돈 내릴 수 있어. 제이슨이 비꼬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불퉁스레 말이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이거라도 마셔, 몸이 찰텐데."

 

 팀이 제 머그잔을 제이슨에게 내밀었고 제이슨이 난색을 표했다. 왜 내가 네가 먹던걸-. 한모금 밖에 안마셨어. 그리고 좋아하잖아. 마시멜로우 띄운 코코아. 알프레드가 내온거야. 팀이 한번더 권하자 마지못해 그것을 받아들였다. 스친 손이 차가웠다. 하여간에 제 몸 생각지 않는다니까. 속으로 혀를 차다 문득 노련한 집사가 이것을 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의 감은 가끔 무섭도록 맞으니까. 어쩌면 찬 날씨에 한번 쯤 생각나 제이슨이 들리지 않을까하고 내온 것이 아닐까하고. 제이슨은 두 사람이 없을 때 찾아오면서도 두 사람의 흔적을 찾곤하니까. 팀은 제이슨이 손에 쥐고 있는 머그잔을 보았다. 따뜻한 머그잔을 큰 손으로 그러쥐고 있는 것을 보며 팀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다음엔,"

 

 "뭐?"

 

"다음엔 코코아 내는 법도 익혀둘게. 마시멜로우 얹는 것 까지도"

 

 제이슨이 그러쥔 코코아가 알프레드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 었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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