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앨리 출신인 제이슨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제법 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 제이슨에게 데미안 웨인이라는 존재는 꽤나 위협수준이었다. 마치 맹수와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맹수일지는 몰랐지. 제이슨은 눈 앞에 커다란 호랑이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제이슨도 호랑이라는 생물을 모르는 것도 못본것도 아니었건만 세상에 이따위로 큰 호랑이가 존재하긴 하나? 솔직히 저 덩치에 저 눈매의 호랑이를 보면 당연이 몸이 움츠러 들기 마련이었고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제이슨의 경계에 덩치 큰 호랑이가, tt. 하고 비웃는 것같은 착각이 들어 울컥 했다.
정신차려 제이슨 토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차리면 산다고. 근데 저건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데미안 웨인이잖아? 안될거야 난 아마-가 아니라! 그래 저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라 데미안 웨인이었다.이미 데미안 웨인이라는 데 문제가 아주아주 크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대화가 통한다는 거지! 사실 평상시라고 해서 대화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희망을 잃지마. 제이슨 토드! 넌 할수 있는 남자야!
"음, 데미안?"
크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데미안을 부르자,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나 보지 토드? 하고 비꼬는 어조의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의 소리와 섞여 나오는 목소리는 평소랑 달라 색달랐다. 한 만분의 일쯤 더 멋있다고나 해야하날까. 그래봤자 만분의 일이지만! 하여간에 대답이 들려오니 진짜 데미안 웨인이구나 실감해버려서,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평소라면 못했을 말을 던지고 말았다.
"한번 만져봐도 되?"
"? 그러던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랬을까, 데미안이 가볍게 승낙했고 제이슨이 쪼롬히 다가가 데미안을 살폈다. 브루스보다도 검은 편이었던 데미안은 호랑이가 되서도 약간 어두운 털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눈동자도 일반적인 고양잇과의 노오란 눈동자가 아닌 푸른 눈동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묘하게도 그것이 어울려서 과연 데미안이구나 하고 납득하고 말았다. 손을 뻗어 어두운 주홍빛 털을 천천히 쓸자 보드라운 촉감이 손에 닿았다. 꺽다리 데미안의 머리를 만져본적 없는 제이슨으로서는 이것이 아마 데미안의 머리결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좋냐,"
"으응- 굉장히 부드럽네."
데미안의 물음은 분명히 비아냥을 담은 목소리였지만 보드랍고 윤기나는 털에 정신이 팔린 제이슨이 눈치채지 못하고 대답했고, 그것은 제이슨에게 있어 데미안에 대한 첫 긍정이기도 했다.
동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 인간의 아이는 기나긴 18년을 지나야 겨우 성년이 될 수 있지만 동물은 6개월만 지나도 훌쩍 성년이 되어버린다. 물론 그 시간이 그들에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눈으로서는 폭풍성장이었고 제이슨은 그것이 수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은 참이다.
과연 브루스의 유전자라고나 해야하나 훌쩍 키가 큰 편인 제이슨 보다도다 훌쩍 웃도는 커진 데미안을 보고서 경악했지만 여전히 쫑긋쫑긋 거리는 동그랗고 작은 귀나 커졌다고는 하나 살랑살랑 거리는 꼬리가 제이슨이 알던 그 데미안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제이슨을 보고서 경계어린 태세에 작을 당시와는 달리 꽤나 위협적이었다. 잰체 잘난체 하면서 털실을 가지고 돌던 데미안이 생각나 가져온 장난감은 더이상 커버린 데미안에게는 필요없을거 같아 씁쓸해졌다.
"너 줄 장난감을 가져왔는데-"
-이젠 필요겠네.라는 뒷말은 나오지 않았다. 제이슨이 흔드는 강아지 풀 장난감에 시선이 고정된 데미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제이슨은 설마 설마하며 오른쪽 왼쪽으로 천천히 그리고 크게 흔들다가 한쪽으로 던졌고 그와 같은 속도로 그 뱡향으로 성큼 뛰어가는 데미안을 보며, 호랑이 역시 고양잇과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