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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팀슨

쿠오니 2017. 5. 1. 22:33

2,375/3,084

 

 

 팀 드레이크가 실종되었다. 제이슨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팀이 누구냐, 그 독재자 데미뱃에게도 지지 않는 실력자가 아니던가. 제이슨은 데미뱃의 파트너 이면서도 곧잘 레드로빈을 선망의 눈으로 보곤 했다. 데미안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사이가 나쁜 두 사람임에도 패트롤 돌때는 또 그렇게 쿵짝이 잘맞아서 배트맨이 두 사람을 신용하여 고담을 비우고 리그일을 다녀오기도 했다.

 

배트맨 패밀리가 레드로빈을 잃은 그 밤을 제이슨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크게 터지던 폭발을, 붉디 붉은 그 불길을. 배트맨이라면, 어쩌면 데미안이라면 그를 구해낼 수 있었을지도 몰랐으나 그에겐 지켜야할 대상인 로빈, 제이슨이 있었다. 케이브에 복귀하자 마자, 배트맨과 함께 나가던 데미뱃의 뒷모습과 카울에 가려졌으나 참담한 두 배트맨의 표정이. 아직도 뚜렷히 기억나서 혹, 그를 잃은 것이 제이슨 자신의 탓은 아닌지. 스스로를 탓해보곤 했다.

 

 그 날 이후 두 배트맨에게서 레드로빈의 존재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빠른 사망신고는 물론이요, 브루스와 데미안이 팀의 빈자리를 매우고자고 집안을 비웠다. 아직 나이가 차지 않은 제이슨은 알프레드와 함께 집을 지키는 수 밖에 없었다. 패트롤 또한 예전과 다름없어서. 당연한 듯이 레드로빈의 몫까지 돌고 있어서, 제이슨의 목에 팀이 걸렸다. 벌써 그를 보낸거냐고. 제이슨은 차마 두 사람앞에 팀의 말을 꺼낼 수 없었고, 팀의 방이었던 빈방에서 레드로빈의 코스츔을 꺼내 그러안는 수 밖에 없었다. 제이슨 딴에야 그것이 몰래 한 것이지만, 제이슨의 행동거지를 브루스와 데미안이 모를리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제이슨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오늘, 팀의 뒷모습을 닮은 사람을 보지 않았더라면 제이슨은 오늘도 레드로빈의 옷을 글어안으며 죽은 팀을 추억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눈에 너무나도 닮아 있는 모습에 제이슨은 그만 그 뒤를 쫓고 말았다. 뭐하는 거야, 제이슨 토드! 팀은 이미 죽었어! 머릿 속의 또하나의 자신이 제이슨을 타박했다. 알아, 알아. 알지만! 데미안과 브루스가 자신에게 거짓말 할리는 없었으니 팀 드레이크는 죽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닮아 있는 그를 안쫓고 견딜 수는 없었다. 손윗형들에게 배운 미행법을 쓰며 뒤를 쫓았고, 제이슨은 마침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그는 팀이었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팀 본인이었다. 제이슨 안에 묘한 확신이 들었고 데미안과 브루스가 자신을 속였단 생각에 치를 떨었다. 그는, 팀은 어째서 웨인저로 돌아오지 않고 죽은 체 하고 있는것인지. 더이상 자신들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 팀임을 확신하는 제이슨은 그만 겁이나서 앞에 나서지 못했다. 팀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제이슨은 그곳에 숨어있어야했다. 제이슨은 스스로 팀 앞에 나서기 무서워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이 천하의 제이슨 토드가! 그래서 제이슨은 그것을 데미안과 브루스에게 쏟아 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하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냐, 토드"

 

"죽었다고 했잖아."

 

"…."

 

"왜 거짓말한거야? 팀은 살아있었잖아."

 

"너야말로 무슨 헛소리냐, 팀 드레이크는 죽었어."

 

"그럼! 오늘 내가 본건 누군데!"

 

"다른 사람이겠지."

 

"거짓말하지마! 브루스! 뭐라고 말좀 해봐요! 왜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난 당신들을 믿었는데!"

 

"제이슨 토드!"

 

"괜찮다, 데미안."

 

 데미안으로도 모자라 브루스에게까지 제이슨이 쏟아내자, 데미안이 제이슨이 막아섰다. 브루스는 괜찮다는 의사표시로 데미안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고, 매서운 눈길의 제이슨과 마주했다. 브루스, 왜 내게 거짓말 했어요? 제이슨이 물었고 브루스,-배트맨의 대답은 이전과 같았다.

 

 "네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팀은 죽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러나 브루스의 대답도 제이슨의 성에 차질 않았고, 기어코 패트롤 금지령을 무시하고 웨인저 바깥으로 나왔다. 홧김에 나간 것이지만 지금의 로빈은 여느때보다 냉정했다. 조심조심 신중을 기하며 팀을 만났던 그곳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팀이 사라지던 방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팀을 만나러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 이게 누구야. 배트맨의 귀-여운 울새잖아?"

 

 아니 배트맨 뿐만은 아니지, 그럼 그렇고 말고. 익숙하지만서도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슨-로빈은 빳빳히 굳은 고개를 천천히 돌리니 그곳에는 제이슨이 몇번도 그렸던 그 사람이 있었다. 전보다 살짝 길어진 머리에, 고운 얼굴, 그 도옴하고 선명하게 발려진 붉은색 립스틱이 썩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성정대로 그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검은 정장 바지에 검붉은 쟈켓에 노오란 코샤쥬가 가슴에 장식되어 있었다. 안의 셔츠는 초록색으로 마치 로빈의 의상을 연상치키기도 했다. 그러나, 제이슨은 제이슨을 향해 어여삐 웃음짓는 저런사람은 몰랐다. 정말 팀이야? 하는 물음조차도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저 입만 뻐꿈거리는 로빈을 향해, 팀이 걸어왔다.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로빈의 뺨을 조심스러이 쓸으며 팀이 말했다. 오랜만이야, 제이슨. 그것은 이 사람이 팀임을 입증해주었고, 제이슨의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었다. 2대 조커가 팀이라니, 그럴수는 그럴수는 없었다. 제이슨도 자경단이다보니 팀과 함께 죽었다던 조커가 다시 활동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것을 2대 조커라고 부르며 어떠한 옷차림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상착의는 지금의 팀과 같았다.

 

 "이제와서 내 소개는 필요 없겠지, 로빈?"

 

 이미 알고있으리라는 조커의 말에 로빈은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팀이 조커가 되어 있는지. 두명의 배트맨이 죽었다고 표현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는지. 정말로, 자신이 좋아고 못내 존경하던 레드로빈은 더이상 없는 것인지. 수많은 생각이 로빈의 머리를 스쳤다.

 

 로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커는 제 안쪽 주머니를 뒤져 립스틱을 하나 꺼내었다. 뚜겅을 여니 제법 사용한 감이 있는 것이 아무리도 제 입술에 바를때 사용하던 것 같았다. 조커는 그것을 한손으로 들고, 한손으로 로빈의 턱을 받치고 립스틴을 로빈의 입술에 덧 발랐다. 벌겋게 발려진 로빈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 번지게 해놓고선 만족스러히 웃었다.

 

"그래, 네게도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어,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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