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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박스1 탈론딕슨

쿠오니 2017. 4. 29. 02:21

 스스로의 그림자에 가리워진다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것을 이 감정 무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까. 분노? 열등감? 내가 나에게 분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열등감 또한 그러했다. 과거의 자신에서 나아간 것이 현재의 '나'일 터인데, 열등감 가질리가. 우월감이라면 몰라도. 과거의 '나'의 그림자에 사로잡힌 상대가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부정하고 싶겠지, 아니라고 믿고 싶은걸거야. 가엾게도.

 

"네가 아무리 부정한다고 한들, 사실이 바뀌진 않아."

 

"닥쳐"

 

 오, 제이슨. 가엾은 작은 울새. 딕은 조용히 혀를 찼다. 남은 온정으로 사실을 알려줘도 그것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다. 그래 너는 옛적부터 그러했지. 딕은 그 어린날의 제이슨을 떠올렸다. 막 로빈이 되던 시절의 너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작고 여위었지만 날쌔고, 재발랐다. 입도 엄청 험했지. 아, 입이 험한건 지금도 여전하지. 딕의 한마디를 날카롭게 일갈했음을 인지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한점이 귀엽지만.

 

 "그런 차가운 쇳덩이를 겨누다니, 형은 슬프단다."

 

"누가, 누구 형이라는거야?"

 

 다른 배트패밀리와는 다리 총기를 다루는 레드후드답게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 겨눈것을 본 딕이 슬픈척, 하며 말했다. 딕의 연기에 어이가 없었던 제이슨이 대꾸했고 딕이 능청스러 대답했다. 오, 그야 물론 나지.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겠어?

 

"난 너같은 놈을 형으로 둔 기억이 없는데?"

 

"제이슨, 네가 아무리 부정한다 한들 난 네 형이야. 너의 선대 로빈이자 너의 형이지."

 

"허튼 소리. 내 앞의 로빈인 딕 그레이슨 역시 마찬가지야. 그놈도 내 형은 아니지."

 

"그래, 그건 인정할게. 형이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네 형은 아니었고, 네 형이고 싶지도 않았어."

 

 딕이 어깨를 으쓱하며 주억거렸다. 이윽고 마주한 눈은 깊은 바다색이 아닌 노오란 달과 같은, 올빼미의 눈이었다. 씨발. 마주한 눈동자에 살짝 움츠러들었던 제이슨이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 그러한 제이슨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배부른 맹수의 웃음을 지으며 딕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나를 보는구나 제이."

 

"그딴식으로 부르지마라, 탈론새끼가."

 

 올빼미 법정에서 레드후드의 판결이 내려졌어. 결과는 사형―이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제이. 그만 인정하는게 어때?

 

"Dick grayson, It's me."

 

"You are just a Talon"

 

 제이슨의 대답과 동시에 딕이 암기를 던졌고 제이슨이 총을 쏘았다. 간발의 차로 딕의 암기가 제이슨에게 닿는 것이 빨랐다. 탄환이 딕의 피부를 스쳤으나 이미 죽음을 초월한 몸이 통증을 느낄리가 없었다. 너를 위해서 나는 죽음조차도 초월했는데, 너는 끝까지 부정하는구나.

 

 딕은 가볍게 손을 쥐었다 폈다. 한번 죽고 살아난 제이슨과는 달리 딕은 죽음에 머물러 있었다. 움직이는 시체이며 죽음까지도 초월한 자. 덕택에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제이슨을 향한 마음은 아직 남아 있었다. 제이슨을 항햔 한줌의 애정, 사랑. 사랑치고는 제법 음습하긴 했지만.

 

"I'm sorry hear that."

 

 딕은 갈무리해두었던 다른 암기를 꺼내들며 말했다. 통증에 무딘 딕과는 달리 제이슨은 살아있는 사람이었거 아무리 레드후드라도 암기가 박힌 통증을 무시 못할 것이었다. 그만큼의 여유가 생겼고, 그것은 끝내 딕의 승리로 이끌 것이었다. 기왕이면 성한 채로 제이슨을 얻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성한 한팔로 자신을 겨누는 제이슨을 보며, 바닥을 박차고 달려 들었다.

 

"But it's okay, even if I'm get your dead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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