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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개인적인 해석이 잔뜩들어가있습니다
*캐붕이 심각하게 있을 수 있으므로 괜찮으신 분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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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슨?"
총구 너머고 보이는 낯익은 얼굴에, 녀석을 향해 겨두고 있던 쇳덩어리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겁도 없이 레드후드의 보안을 뚫고 문을 열어 재낀게 어떤 놈인가 했더니, 썩 반갑지 않은 녀석이었다.
"여, 제이."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은... 우리가 꼭 볼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는 아니잖아."
볼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 맞는데. 그레이슨의 말에 불쑥 목끝까지 올라온 한마디를 집어 삼켰다. 여느때라면 여과없이 흘려보냈을 말이었지만, 어쩐지 그레이슨의 상태가 이상했다. 세이프하우스에 찾아온거야 변덕이라 치더라도 문도 제대로 닫지 않은채 기다리고 있던 거나, 어두운 낯빛 가운데 피곤에 찌든 얼굴이 눈에 걸렸다.
"됐고, 용건은?"
"내 귀-여운 동생이 보고 싶어서?"
"....."
"농담이야. 그러니 표정으로 욕하는 건 그만둬 주지 않을래?"
"진심으로 그 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라면 병원에 쳐박아야하나 고민했는데 다행이네."
"다행인게 아니라 아쉬워하는 표정인데."
"...용건이나 말해."
"잠이 안와서? 하룻밤만 재워주지 않을래?"
난감한 기색으로 시선을 피하던 그레이슨이 의문조로 대답했다. 이어 재워달라고 부탁하는데 표정은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있는 표정이다. 거절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부탁한다는 건 오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다는 의미일테고 딕 그레이슨이 제이슨 토드를 굳이 찾아 올만한 일이라면 짚히는 게 있었다. 아마 그와 관련된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었다.
"...싫으면 그냥 돌아갈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몰골로? 퍽이나 잘 돌아가겠네."
관계없는 일도 아닌데다 어쩐지 신경쓰였으므로, 그레이슨이 원하는 대로 하룻밤을 재워주기로 결정하고 냉장고에 있을 캔 맥주 두 병을 꺼내 하나를 내밀자 받으면서도 의아한 기색의 그레이슨을 보니 아주 가관이다. 잠을 못자더니 그 영민한 머리도 잘 굴러가지 않나보다.
"마시라고, 적당히 취기가 돌면 잠도 잘 오겠지."
"....오늘따라 제이가 너무 친절한데."
"난 원래 친절해."
...나한텐 그러지 않았잖아. 그레이슨이 캔을 따며 한마디 했다. 얼씨구, 그렇게 따지면 만인에게 친절하던 리처드 웨인씨도 나한텐 친절하지 않으셨습니다만? 으음.. 그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네. 가볍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건너편에 앉아 얼굴색을 살펴보니 여전히, 아까전보다 더 어두워보였다
하여간에 미련해서는. 힘들면 브루스나 팀에게 기대면 될텐데.
"참 웃겨. 다른 사람에게 힘들면 함께 나누자고 이야기하는 나이트윙이 정작 자기 고민은 전혀 나누질 않으니 말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나누었다 죽어버린 네가 있는데."
보는 사람이 답답해서 한 소리 해줬더니 복병이 튀어나왔다. 거기서 왜 내가 나오는데? 황당해서 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레이슨도 딱히 대답을 바란게 아니었는지 말을 이었다.
"네가 그렇게 되고 후회가 되더라. 내가 널 내 후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내 짐을 네게 나누지 않았더라면 네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도 안돼는 소리, 팀 녀석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네 뒤를 이어 로빈을 하고 있어도 멀쩡하잖아."
"그 앤 네 후임이지 내 후임이 아닌 걸."
"..."
목이 콱 막혀서 목소리가 나질 않았다. 뭐야 그게, 나는 그저 잠깐이나마 네 빈자리를 채워주던 대역정도 였잖아 그마저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죽었지. 살아서 네 뒤를 이은 건....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내 짐을 나누자고 말못하겠더라. 섣부르게 나눴다가 네 후임마저도 떠나보낼 것 같아서."
빌어먹을 딕 그레이슨. 청승맞게 굴면서 사람 뒤통수를 이렇게 치냐. 얼얼하다 못해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빌어먹을. 욕지기를 두엇 집어삼킨 후에야 간신히 눌러내리고 이 사태를 만든 놈을 노려보았다. 같잖은 오해도 달갑지 않으니 선심쓰기로 했다.
"바보냐. 그게 왜 네 탓이야?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조커놈 탓이고 백번- 아니 만번쯤 양보해서 고집불통에 멍청했던 제이슨 토드 탓이지.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네가 낄 자리 따위 없어. 정원초과라고 알아들었냐?"
어딜 낄 데가 없어서 그런 델 끼냐. 아예 지구 반대편에서 죽은 사람도 네탓이라 그러지 그래?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건 좀. 황당함을 가득담아서 한마디 했더니 그제야 난색을 표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해야 알아듣겠냐.
"네 짐도 그래. 나눠줬던 짐이 얼마나 가벼우면 저승에서 끌어올려지냐. 적당히 끌어안고 나눠들어. 네가 애지중지하는 네 동생들 그렇게 약한 애들 아니다."
"그랬-었지."
탁, 비어버린 맥주캔을 내려놓는 녀석의 낯빛이 다소 밝아져 있었다. 말을 늘어놓은 보람은 있네. 으음- 역시 취기가 오르니 잠이 몰려오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는 녀석을 향해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거면 침대가서 누워, 정리해야하니까. 네네 원래 친절한 제이슨씨. 잠이온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씩씩한 대답과는 달리 걸음걸이가 비척였다. 털썩하고 쓰러지듯 누운 녀석이 가만히 목소리를 내었다.
"제이슨."
"왜."
"같이 잘까?"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어떻게 한번을 안져주냐. 툴툴대는 목소리를 뒤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침대에서 다 큰 성인 둘이 누울순 없으니 덮을 담요를 꺼내야 했다.
"제이슨."
"또 왜."
"다음에도 부탁할게, 내 후임은.... 너니까."
점점 잠겨들어가는 목소리는 이윽고 숨소리로 변했다. 얼굴이 피로로 찌들었을 수준이니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선임이라니까.
".....그래. 잘자라, 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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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힘들다...
사실 삼부작으로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기력이 딸려서 못쓰겠다. 2000자 쓰는데 한 여섯시간 소비한거 같다....
사실 딕이라면 그렇게 까지 떠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쓰게 됬답니다. 억측에 궤변에 가깝지만 탓하려면 뭐든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폰으로는 텍박이 안돼는구나
원래 생각했던 삼부작으로는 본문이 상편에 해당합니다. 추가적으로 딕이 슨이에게 동생들을 부탁하기도 하지만 슨이가 거절합니다
중반부에서는 딕이 죽습니다. 장례식도 참가하고 그러면서도 딕이 죽었을거라 믿지 않습니다. 믿고싶지 않은 것에 가깝고. 딕의 부탁대로 동생들을 돌봅니다. 멀리서 지켜보는 쪽이죠.
후반부에 딕이 살아돌아옵니다. 애초에 안죽었는데 가짜 장례식치르고 한거. 슨이는 대단히 열받아서 팀이랑 뎀한테는 이야기해야하지 않았냐며 화냅니다 원작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지 않았나요. 슨이가 가장 서운했던건 자기한테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이었는데 말로만 내 후임. 널 믿어 이런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슨이가 화낸뒤에 딕이 사과하고 약간의 삽질 끝에 조금더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간단히 표현해서 쌍방힐링-슨이 찌통-삽질과 깊어짐 의 단계... 라고 할수 있는데... 안쓸거 같아요..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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