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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팀슨]수줍음

쿠오니 2019. 5. 4. 00:50

*약간의 느긋한 얀데레 팀과, 피해자 제이슨. 

*제이슨이 많이 무릅니다. 캐붕주의.

*수줍네, 수줍어.

 

 

 

 

  제이슨은 다급히 매듭을 잡아 당겼다. 거칠게 풀어진 타이가 목에서 떨어트린 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셔츠의 윗단추를 세개 쯤 풀었고 그제서야 졸린 숨을 길게 내뱉었다. 혹시나 싶어 너른한 셔츠에 넉넉하게 타이를 맸었지만 예상했던 대로였다. 제이슨은 제 목에 무언가 닿는 것을 못견뎌했다, 그의 목에 무언가 닿기만 하면 그것이 실제로 제 목을 죄든 죄지 않든 제 목을 졸린듯 한 느낌과 함께,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졌다. 평소에도 이따금 답답한 느낌과 함께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하는 제이슨은 목 주변을 풀어해치고 다녔었으나, 상사의 제안에 따라 넥타이를 단정히 매 보았지만 기껏해야 몇초간 견디는 것이 전부였고, 이마저도 견디기 힘들어 타이를 풀어해친 참이었다. 물론, 제이슨은 상사가 데려다 꽂은 낙하산으로 복장이 다소 단정치 못하다고 해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타이 하나 제대로 매지 못한다는 사실이 썩 달갑진 않았다.


"많이 답답해?"


 제이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상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상사는 기본적으로 부하직원에게도 존대를 취하는 이였으나, 제이슨과 오래 지내온 사이인 만큼 둘만 있을 때면 편하게 대했다. 제이슨 졸린 탓에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런 제이슨의 대답이 마뜩치 않았는지, 미간사이로 손톱만한 주름이 났다. 요즘은 그렇게 옭아매진 않았는데 이상하네. 상사의 혼잣말을 들은 제이슨이 그에게서 시선을 뗐다. 제이슨이 이러한 성질을 가지게 된 것에는 상사의 관심이 원인이었다.


 제이슨의 상사, 팀 드레이크는 처음부터 제이슨에게 관심이 많았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제이슨이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들 중 하나였다. 부잣집 도련님의 말벗으로 고용된 제이슨은 앞서 기본적인 교양과 예의를 교육받은 후에야 도련님을 만나뵙는 것이 허락되었는데, 아들을 무척 아끼는 주인님께서 도련님에게 행여나 나쁜 영향을 미칠까 싶어 미리 그 싹을 잘라내는 것으로 걱정을 덜었다. 제이슨은 그날따라 긴장하고 있었고, 몇번이고 연습했었을 노크 후에 방 안으로 들어섰었다. 제이슨을 기다린 듯한 작은 소년이 눈을 빛내며 저를 보고 있었고, 제이슨은 수번을 되네었을 말을 입밖으로 내며 정중히 인사를 건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티모시도련님. 그렇게 한번 아래로 향했던 고개가 다시금 위로, 시선이 정면을 향했을 때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있던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달아오른 얼굴이 퍽 사랑에 빠진 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날 제이슨이 어떤 말투와 어떤 태도를 취했든 그의 도련님은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며, 제이슨의 존재 외에 그 어떤 것도 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이미 소년은 한차례 완성되어 있었고 크레파스로 칠해진 그림 위에 물감을 칠한 들 물감에 크레파스가 영향을 받을리가 없을테니까. 제이슨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반응을 보여도 그의 도련님이자 그의 상사인 팀은 여전히 제 뜻대로 제이슨을 살필 것이며 거기에 제이슨의 마음 따윈 고려가치도 없었다.


 팀은 제이슨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이 미리 설치한 관찰카메라로 제이슨의 일상을 관찰하며 가끔 시야에 등장하는 걸리적 거리는 것을 치우고 내키면 전화나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관찰카메라는 사각이 없도록 설치되며 그 위치를 제이슨이 알지 못하도록했고, 발견한 제이슨이 카메라를 치우면 금새 또 다른 카메라를 설치했다. 또한 제이슨의 은밀한 사생활도 지켜주지 않았다. 씻을 때나 화장실 갈때, 자기위로를 하는 시간에도 지켜보았다. 가끔은 그의 모습이나 그의 것을 평가해주기도 했다. 예민한 편이었던 제이슨은 얼마지나지 않아 그러한 시선을 눈치채고서 신경쓰느라 선잠이 들면 그가 마시는 물에 슬며시 수면제를 섞어 숙면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한 제이슨이 범인을 찾기위해 애쓰는 것을 그저 지켜보다 들켰을 땐 대놓고 그를 관찰하기도 했고, 관찰하며 궁금한 부분을 묻기도 했다. 그를 떼내기 위해 이래저래 손을 써보기도 했지만 자본의 힘은 위대했다. 결국 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제이슨은 팀이 꽂는대로 팀의 회사에 들어와 낙하산이 되었다.


"제이슨, 내 관심이 힘들어?"


―힘들다고 끔직하다고 한들 당신이 관심을 거둬주기나 할까. 제이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타이를 매지도 못하는 것이 제 관심 때문이란걸 이미 알고 있을텐데도, 굳이 묻는 이유는…, 아니 별 의미없겠지. 팀 드레이크는 제이슨 토드가 살아만 있다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개의치 않을 인물이었으니까. 또한 관심이 어떻다고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항상 은밀한 곳에 숨겨두는 관찰카메라는 조금만 경계를 낮춰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고, 그가 가끔 거슬리는 이를 정리하는 것 또한 애매했다. 그가 정리하는 이유가 정말로 '거슬려서' 이기 때문에.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게 거슬려서 치울 뿐인데 물건에 질투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절대적 그의 시점으로 그보다 못한 것들을 질투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책을 찢는 건 좀 안하면 안돼? 책을 읽을수가 없잖아."


"고작 종이쪼가리가 네 시선을 가져가는게 거슬려."


"그럼 읽어주던가."


"안타깝게도 당신 바라보느라 바빠."


"그럼 읽게 해주던가."


"읽지 말라고는 안했어?"


"잠깐 자리 비운 사이 책을 찢었던 사람이 할말은 아닐텐데."


"그럼 두고 가지마. 아니다 그것도 마음에 안드네."


 어쩌라고. 잠시간의 대화만으로 열이 확 뻗혔다. 확 저걸 팰 수도 없고. 상사이기도하거니와 제이슨과 비슷한 수준으로 물리적 대화를 할 줄 아는 이라 실력행사하기도 애매했다. 오붓한 독서를 위해 그와 입씨름을 할지, 그냥 이 방을 나설지 고민하는 사이 팀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렌즈나 화면을 사이에 두고서는 잘만쳐다보는 놈이, 꼭 이렇게 면대면으로 마주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곤했다. 찔려서도 미안해서도 아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어떠한 부담감도 느끼지 않으니까. 그럼 어째서 시선을 피하는가에 대한 답은 팀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팀의 얼굴에 제이슨이 한숨을 내쉬었다.


"씨X, 존X 수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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