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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이 운영하는 카페 Under the Red Hood는 안티 히어로 레드후드의 팬 카페로 유명했다. 카페 이름이 레드후드인 것 또한 한 몫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페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레드후드의 소품 때문이었다. 깨지고 상해 사용할 수 없어 보이는 붉은 헬멧이나 약간 그슬린 자국이 있는 가죽 자켓 등, 어지간한 레드후드의 팬이 아니라면 실현하기 힘든 비주얼의 등신대 덕분이었다. 가장 큰 함정은 제이슨이 그 모든 소품들을 쉬이 구할 수 있는 레드후드 본인이라는 사실이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잘 없었다.
소위 무법자라고 알려져 있는 레드후드의 이름을 간판으로 달았으나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기 짝이 없었다. 따스한 노란빛이 가게를 채웠고 유리벽 너머로 보는 카페 내부는 아늑하기 그지 없었는데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가게 안을 메우고 있던 달달한 내음과 커피향이 훅 끼쳐와, 카페를 방문하는 이의 코를 자극했다. 어디로 보나 평범한 카페에 아직 점원을 들이지 않은 카페는 제법 사나운 인상의 사장이 고객을 반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을 무표정으로 접대하곤 하지만, 드문 확률로 짓는 미소라던가 그보다 잦은 확률의 미간을 찌푸린 표정이라던가. 접대하기 썩 좋은 태도는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손님을 몰고 있었다.
특히 그는 디저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나 음료 또한 신경써 내림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칭찬하면 몹시 좋아했다, 본인은 티를 내지않으려 꾸욱 누르고 있지만 기쁨과 평정을 가장한 표정이 몹시,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이슨의 그러한 표정을 보려고 부러 신 메뉴가 주문한다는 것을 아마 제이슨만이 모르고 있었다. 스스로를 살피질 않으니 손님들이 보내는 추파를 무심하게 쳐내는 경우가 많았다. 뭐, 그것은 팀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어서오-너였냐."
딸랑하고 입구에 매달아둔 방울이 울리자 습관적으로 인사를 건내던 제이슨은 들어온 손님을 확인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엄연한 손님인데,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지 않아? 다른 손님이 있으면 어쩔뻔 했어? 제이슨으 대우에 팀이 짐짓 콧잔등을 찡그리며 말했고 제이슨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없으니까 한거야, 그리고 내가 다른 손님들처럼 해주길 바라? 못견딜걸? 제이슨의 말에 팀은 다른 손님을 맞듯이 생긋 웃으며 제게 인사하는 제이슨을 떠올렸다가 몸을 떨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상당히 이상했지만, 한번쯤은 그리 맞아주어도 좋을텐데.
"그래서 무슨 일?"
"평소대로지 뭐, 일하러 왔어."
제이슨의 질문에 팀이 손에 들린 노트북 든 가방을 들어 보인 뒤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제이슨은 커피 내릴 준비를 하며 물었다. 주문은 평소대로지? 이러니저러니해도 카페의 매출을 올려주는 단골 손님인 팀은, 처음 왔을 때부터 앉은 그의 지정석에 앉아서 작업을 할 터고 제이슨에게는 평소와 같은 주문을 할 것이었다. 항상 같은 걸 먹느냐하면 상태에 따라 가끔씩 달달한 것을 찾곤 하지만, 제이슨이 단 디저트를 내오게 된 후 부터는 꾸준히 샷 추가를 한 아메리카노만 주문을 했으므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으므로 팀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제이슨은 자연스럽게 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다. 팀의 입맞에 맞게 나온 커피와 준비한 디저트를 들고 팀의 앞에 섰다. 일에 방해 되지 않도록 살짝 쟁반을 올려두자 그제서야 팀이 제이슨을 눈치채고서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아, 고마워."
잔을 집어든 팀이 가만히 한모금 마시고 포크를 들었다. 제이슨이 음료를 두고서도 가지 않는 이유는 대게 하나 였는데 신 메뉴의 시식 평을 듣고 싶어서였다. 이번에 내온 것은 가토 쇼콜라. 얼마전에 웨인저에 다녀가더니 알프레드에게 이 것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모양이었다. 팀은 제이슨의 기대에 부응해 포크를 집어 들어 작게 잘라내어 입안에 담았다. 우물우물 천천히 씹는 팀을 보며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제이슨의 모습은 카페에 찾아온 팀의 볼거리 중에 하나 였다. 꿀꺽 삼키자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은 기색이 가득한 제이슨을 향해 팀이 그도록 기다려 마지 않았던 평을 읊었다.
"맛있네, 알프레드가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야."
제이슨의 베이킹 스승이 알프레드인 걸 감안하자면 그것은 퍽 기쁜 소리일 것이 분명했다. 뭐, 알프레드에게 배웠으니까 당연한 소리지.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는 제이슨의 양 귀가 붉에 달아올라 있었다. 퉁명스럽게 굴어도 저렇게 티가나는데. 제이슨이 제 머리를 째로 가려버린 헬멧을 쓴 것은 정말 신의 한수 였다. 빨갛게 물든 귀를 본다면 레드후드의 위압감 마저 사라질테니까. 빌런들 앞에서 과연 부끄러워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