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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리퀘박스6 Dancing in the rain

쿠오니 2017. 6. 18. 16:08
묘사가... 부죠캐...

1290/1724(?)


툭툭? 천장 너머로 들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불은 켰지만 밖이 비구름에 어두워 그리 밝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였다.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이 원룸은 빌라 위의 옥상으로 그것도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균열도 심했고, 무언가 나타나기에 딱 적격의 장소 같았다. 덕분에 이사 오고 며칠 동안은 이불 안에서 벌벌 떨었던 적도 있었다. 그나마 괜찮다고 할만 한 곳은 현관 건너편으로 나가면 마당 겸 옥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정도. 물론 이 마당조차도 오래된 탓게 시멘트 겉면이 갈라진게 선명했으나. 경치는 상당히 좋았다. 옥상인 탓에 전신주에 걸린 고압전선도 가까운 곳에서 목격 가능했고, 뻥 뚫린 시야로 보는 고담의 야경은 정말로 아름다웠으니까.

 그것은 써니의 소소한 기쁨이었다. 반대로 소소한 슬픔을 꼽자면 상당히 많았다. 옥상인 탓에 우풍이 심해 추운데다 다른 밑 층보다도 바깥소리가 보다 잘 들려왔다. 바람이 부는 소리라던가 소낙비가 내리거나 천둥이 친다거나. 특히나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방 전체가 삐그덕거리는 통해 써니가 할수 있는 것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집이 무너지지 않게 신께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특히 천둥이 칠때면 행여나 집에 내려칠까 걱정되었다. 그야말로 기우와 다름없는 걱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식으로 톡톡 떨어지는 비는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한다고 할까.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했고 기분을 부웅 뜨게 만들기도 했다. 바닥을 치는 소리 천장을 치는 소리, 그리고 지붕에 고였다가 떨어지는 소리는하나의 리듬을 만들었었고 그럴 때면 방 밖에서 나오곤 했다.

 빗소리를 반주로 삼아 스텝을 밟는 것. 처음에는 작은 방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해 나갔지만 지금은 흥이 나면 나가곤 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고 처음엔 그리 망설였던 것이 지금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 낡은 빌라의 옥상을 누가 내다본다고. 특히나 이 비내리는 날에.

 사실 춤을 배운 것은 아니라서 흐느적 거리는 정도지만 그게 뭐 어떠랴. 춤을 추려고 하는게 아니라 기분에,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뿐인데.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오롯히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지.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더 즐거웠고,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즐기기 위해 불편한 것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신발에서 슬리퍼, 신발에서 맨발. 발바닥에 닿는 차가운 기운이 그리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바지도 점차 짧아져서 이제는 무릎 위로 올라왔다. 비오는 날이라, 어짜피 젖기 마련이지만 발에 물이튀어서 젖는 것과 내리는 비에 젖는 것은 달랐으니까.

 오늘은 마침 적당히 내리는 날이라 건너편 문을 열었다. 이미 내리고 있던 비라 마당에는 물이 흥건 했으나 거칠것 없이 발을 내딛었다. 바닥에서 전해져오는 찬기가 자신을 반겨주는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빗소리에 따라 바지런히 스텝을 옮겼다. 찰팍 찰팍 물이 튀는 소리도 어째선지 즐겁게 들렸다. 팔을 뻗어 떨어지는 빗줄기를 반기며 저만 들릴 정도로 허밍을 했다. 흥얼거리면 물살이 갈리는 소리가 화답하였고, 더욱 신이 난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흠뻑 젖은 채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서야 휴대폰을 확인하니 친구의 전화 몇 통과 메세지. 그리고 알수 없는 발신자로부터 메세지 한통. 송신 시간을 보니 마침 자신이 나가서 놀 적에 온 문자였다. 궁금함에 메세지를 열자, 달랑 한 글자만 적혀 있었다.

Cute.

 단 한마디였으나, 그것이 무엇을 보고 한 말인지 알것 같아서, 그만 앞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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