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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님과 이야기하면서 풀었던 애절한 딕슨~~~~(이었던것)
*쓰고보니 애절과 멀어졌다... 썰은 썰일때가 아름다웟다....(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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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았다. 대체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범죄가 만연한 이 고담에서, 그것도 크라임 앨리에서. 이곳에서 사랑이란 그저 정욕에 지나지 않을 뿐만아니라 돈으로도 쉽게 거래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천륜이라고 부르는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을, 그리고 지금에도 거처를 크라임앨리로 잡은 제이슨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그들을 놓아주었던 것은 그들이 가진 이름 때문이었다. 리처드와 제이. 젊은 커플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만일 이들이 잘 살아준다고 한다면, 어쩌면 자신에게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미련스런 기대를 했던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었다. 사랑을 노래하던 두 사람 중 하나는 시신이 되어 쓰러졌고 하나는 마스크가 좋은 경찰에 홀려있었다. 레드후드 앞에서 말하던 변치않는 사랑 따위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이제 주검이 된 연인을 사랑하긴 했었을까. 뭐 제이슨으로서는 알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제 마음의 결말을 미리 안 것에 의의를 두며 이들을 뒤로했다. 사람도 많았거니와 경찰들이 머무는 곳에 신원미상인 제가 있어봐야 하등 좋을 것이 없었다.
"…-제이!"
현장에서 벗어나 비척비척 걷고 있으면 저 뒤에서 누군가 제이슨을 불러세웠다. 그곳에서 제이슨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 한명 뿐이었다. 살아남은 '제이'를 상대하고 있던 마스크가 좋은 경찰관, 딕 그레이슨. 그는 제이슨과 같이 시크릿 아이텐티티를 가진 이로 두 사람은 그들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기도했다. 물론 단 둘만 가진 비밀은 아니었고 그를 둘러싼 가족들 모두가 같은 비밀을 지니고 있었으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가족의 범위에 제이슨 토드까지 들어갔다.
크라임앨리에서 사랑을 가볍게 논하며 주고 파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음에도 '사랑'을 숭고하게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딕 그레이슨은 제이슨 토드에게 변하지 않는, 그리고 무엇하나 바라지 않는 애정을 보여왔고 제이슨은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비록 연심은 아닐지라도 제이슨에게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호감에, 사랑을 접한 제이슨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이켰다. 그게 제 목을 죄는 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처음으로 그에게 안기는 꿈과 몽정으로 제 감정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래도 좋았다. 처음으로 가진 감정이 너무 벅찼으니까.
그러나 다시 살아돌아온 제이슨은, 고담에 돌아와 새로운 로빈을 본 제이슨은 그게 유일하게 주는 애정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건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가 지독히도 놓지못하고 있는. 새로운 로빈을 향한 분노에 질투가 조금도 없었을까, 아니 오히려 질투덩어리였을 것이다. 딕의 애정을, 그리고 제 자리를 빼앗아간 아이를 향한 질투이자 화풀이. 애초에 온전히 제것이 아니었음에도 빼앗긴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
"…딕."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면 금방 쫓아온 그가 숨을 골랐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을텐데도 가쁜척 연기하는 꼴이 아주 고까웠다. 그리고 저를 발견해 일을 뒤로하고 쫓아와준 그가 조금은 기뻐서 풀어지려는 얼굴을 다잡았다. 덕분에 좀더 얼굴이 굳었지만 그를 상태할 때는 언제나 일그러진 표정이 대부분이었으니 티도 나지 않을 것이었다. 일은 어쩌고 여기 왔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으면 딕이 어깨를 으쓱였다. 양해 구하고 왔어, 오랜만에 보는 동생이라고 하니 보내주더라. '동생.' 딕이 선뜻 꺼낸 단어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도 들을때마다 욱신거렸다.
"나가는 네 표정이 좋지 않아서…무슨 일 있었어?"
"…아무일도, 어젯밤에 노렸던 놈이라 찝찝했을 뿐이야."
제이슨의 적은 변화에도 신경써주는 바로 달려와주는 그의 행동이 기쁘긴 했지만 곤란했다. 제이슨이 왜 그자리에 나타났느냐고 하면 그들을 놓아준 이유도 설명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제이슨이 오랫동안 그에게 숨겨온 비밀이기도 했다. 그의 자상함을 누리기 위해선 제가 딕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숨겨야했다, 형제가 아닌 성애적 의미로 그를 본다는 걸 알게된다면 그는 필시 거리를 둘 것이 뻔했으니까. 아니-, 아니. 어쩌면 이것은 기회일 수도 있다. 지금이야 지켜보는 것만으로 맴도는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지만 크라임앨리 사람의 성향이 어디 가겠는가, 조금만 더 깊어진다면 제이슨도 그들과 같은 요구를 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들이 무언가 저질렀니?"
"배송책, 그러는 중에 간도크게 물건을 애들에게도 팔았더라."
오 이런. 딕이 작게 유감을 표했다. 범죄를 싫어하는 제이슨이 가장 싫어하는 짓을 골랐으니 레드후드 손에 곱게 죽기는 텄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남자의 사인은 총살이 맞으나 레드후드의 솜씨로는 보기 힘들었다. 한쪽만 살려둔 것이 그러했고 애초에 제이슨이 보러올 리도 없지. 제이슨이 현장에 왔다는 것은 그들의 본거지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레드후드가 그들을 살려둔다고? 수없는 설득에도 굴하지 않았던 레드후드가?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다. 제이슨이 죽은 리처드를 보는 눈이 심상찮았다. 타겟을 놓쳐 분노하기보다 슬퍼했었다는 것에 가까웠다. 어쩌면, 혹시 어쩌면 죽은 고인에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였을지도 모르지. 그편이 더 그럴 듯했다. 그렇다면 속이 말이 아닐텐데, 그의 모습은 전과 다름없이 태연했다. 하기사 제이슨은 예전부터 제 힘듬을 잘 토로하지 않는 편이었고 지금에 와선 더욱 그런편이었으니 딕이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정말, 그것 뿐이야?"
그래서 물었던 것이었다. 내가 볼 땐 그것 뿐만 아닌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내게만이라도 이야기해줄 수 없어? 난 네 형이잖아. 아, 그래. 형-…그래 넌 언제나 그걸 고집해왔지. 평소라면 하악질을 하며 쏘아댈 제이슨의 반응이 이상했다. 어쩐지 허탈한 것 같기도하고 어딘가 체념한 것 같은…. 형이라면, 형으로 있고싶은거라면. 동생이 숨기고 싶어하는 것 정도는 눈을 감아줘야지. 뭐가 그리 궁금해? 뭐가 그리 알고 싶어? 제이슨, 난 네가….
"걱정되서라는 말은 집어치워.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내 앞 가림 정돈 할 수 있어. 난 더이상 네 뒤만 쫓던 꼬맹이가 아니야."
"알아, 나도 알지만! …걱정정도는 할 수 있잖아."
"걱정-… 네 그 맹목적은 가족애,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래, 원한다면 해줄게 형제 놀음. 그러니까 걱정이란 말로 더 파고들지마 형제로, 가족으로 남고 싶다면."
제이슨은 헛웃음을 짓더니 그렇게 말했다. 완곡히 밀어내는 말에, 딕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 할수 없었다. 제이슨이, 나를, 밀어내? 다시 살아난 후 패밀리에 거리를 두며 가시를 세웠으나 딕이 이렇듯 감정적으로 다가가면 못이기는 척 들어주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사이좋은 형제는 팀이 있으니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지? 아닌척 널 따라주는 것도 데미안이 하고 있고-… 나랑은 사이 나쁜 형제하면 되겠네. 애초에 우리 그렇게 살갑지도 않았잖아. …난, 난 너와도 사이좋은 형제가 되고 싶어. 이게 무어라고 목이매는 지, 겨우 소리를 내면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 그건 못할 거 같다."
"…어째서?"
"난 너 가족으로 안 보이거든, 가까우면 쓸데없는 기대 할거야. 그러니까-"
이 정도 거리가 딱 맞아. 내가 헛된 기대하지 않고 너도 불편하지 않게. 그렇게 있자. 생각지도 못한 말에 딱딱히 굳으면 제이슨이 쓰게 웃었다. 거봐 너도 부담스럽잖아. 이래서 숨기고 있었는데, 진작에 밝히고 거기를 둘걸 그랬네. 미안하다. 그 모습이, 그 얼굴이-… '리처드'를 보는 얼굴과 같았다. 제이슨은, 그애는 '리처드'에게 자신을 비춰본 것이었다. 제가 리처드 그레이슨이었으므로.
"그건-… 결단코 거절이 아니었어."
나는, 난 좀 혼란스러웠었어.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알아, 그래서 형제로 남자고- 들어 제이슨. 네가 그렇게 가고 난 뒤 한참을 생각했어,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 나는… 내가, 우리가 멈춰야한다는 걸 알아. 우린 그러면 안돼, 네가 아무리 부정한들 우리는 '가족'이니까. '형제'니까. 그런데, 전부 다 알고 있는데 널 보면-…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나는, 그럴 수가 없어. 네게 다가가 달래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져.
"…안된다는 걸 알면 안해야지. 뭘 고민해. 너, 그런거 잘하잖아 착한 아들."
내가 네 가족이라지만, 형제라지만 그게 어디 나 하나야? 네가 브루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어? 팀은 널 동경하지만 그래 어떻게든 받아들이겠지. 하지만 데미안은? 걘 인정 못할걸? 걔를 그대로 둘 수는 있어? 브루스와 데미안 두 사람을 그냥 놓아줄 수 있냐고, 못하잖아. 나도 못하는데 니가 어떻게 그걸 해.
"하지만, 제이-…!"
"이건 내 감정이야. 내가 멋대로 품은거고 네가 책임질게 아니라고. 내가, 내가 그냥 존나게 쉬운 놈이라 그런거야."
네가 무언갈 할 필요도 내게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 실제로 넌 나를 등진것도 아니잖아. 그냥 나랑 너랑 같은 마음이 아닐 뿐인, 그런 이야기야. 그걸 누구탓알 수 있겠어, 굳이 꼽자면 네 호의에 홀랑 넘어가버린 쉬운 놈 탓이지. 안그래? …안그래. 그게 어떻게 네 탓일 수가 있어? 그래, 네 말대로 나는 브루스와 데미안을 완전히 저벼리지 못할거야.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고, 데미안은 우리의 막냇동생이니까. 하지만-… 나는 너 역시도 놓을 수 없어. …아주 놓는게 아니라니끼, 너는 충분히 형의 역할을-…
"…제이, 아니 제이슨. 그냥 날 잡아주면 안돼?"
나 너한테 말려달라고 말하는 거 아니야, 날 잡아달라고 말하는 거라고. 내가,내가 더 쉬운 놈 할게. 네가 밀어내도 붙은 더 쉬운 놈 할테니까… 응? 난, 나는 너를-…. 그렇게 말하는 딕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소리에 울음기가 섞인 것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표정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세상은 제이슨에게 상냥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갚아주었다. 그러니까, 그랬기 때문에 제이슨은 마음을 다잡았다.
"안돼. 난 네가 이렇게 말해줬던 걸로 충분해. 그 한마디를 품으면 다 견뎌낼 수 있으니까, 돌아가. 너는 아직 늦지 않았어."
제이슨의 고백에 흔들려 그렇게 말한 것이라면 이제 막 자각한 참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되돌아갈 길 따위 잃어버린 제이슨과는 달리 평범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딕에게는 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래, 아직 늦지 않았어. …내가 묻는건 '내'가 아니라 '너'야. 너는 정말로 괜찮아? 괜찮다고 말했잖아.
"그럼 왜 내 얼굴을 보지 않아? 날 봐, 제이슨. 날 보고 다시 한번 말해."
"난…!"
딕의 채근에 고개를 들어올린 제이슨은 결국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꿈에도 바랐던 그런 상황을 어떻게 거절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어떻게 다잡았는데 딕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 조차도 턱 말문이 막혔다. …제이, 너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미 늦었어. 나는, 이제 너를 동생으로만 보지 못할거야.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그걸 이제야 깨달았을 뿐. 다시 한번 물을게, 정말 괜찮아?
"…난, "
괜찮아. 너도 괜찮을거야. 나는 혼자 이러는거 익숙하니까 괜찮아, 돌아가. 수 많은 말이 입안을 맴돌았으나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무엇도 제이슨의 진심과는 반하는 내용이니까 영민한 탐정인 그가 제이슨의 거짓을 꿰뚫지 못할리가 없었고 재이슨의 거짓 고백에 정말로 등을 돌릴까봐, 그것도 두려워서. 난… 무서워. 내가 크라임 앨리에서 본 건 네것 처럼 아름답지도 않았고, 여기서 자란 나도 그것과 같은 사랑을 할까봐.
"나도 두려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너무 뻔해서, 힘겨울 걸 아는 데도 난 너를 잡고 싶어. 나를 선택해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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